[보도] 학교 행정업무 경감? ... “교육부 또 헛다리”

박근희 기자 | 기사입력 2024/05/23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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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 학교 행정업무 경감? ... “교육부 또 헛다리”
업무는 그대로인 단순 이관…온라인화로 포장
전교조, '효율화'가 아닌 '업무경감'에 주력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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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05/23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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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는 그대로인 단순 이관…온라인화로 포장
전교조, '효율화'가 아닌 '업무경감'에 주력해야

▲ 23일 교육부는 '학교 행정업무 경감 및 효율화 방안'을 발표하며 낸 보도자료 첫 문장으로 '앞으로 초중등 학교의 행정업무가 대폭 경감될 전망이다'라고 표현했다.  © 교육부 보도자료 갈무리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교육부의 학교 행정업무 경감 발표 내용을 두고 "헛다리 짚은 교육부"라 일침하며 '효율화'가 아닌 '근본적인 업무경감'에 주력하라고 주문했다.

 

교육부 발표 내용

23일 교육부는 ‘학교 행정업무 경감 및 효율화 방안’을 발표했다.

 

[경감] 대책 주요 내용으로 단순 반복 업무의 온라인 시스템 처리(출결관리 시스템 구축) 디지털 기술 지원 강화 행정업무 처리 매뉴얼 보급 위원회 통합·폐지 등을 제시했다.

 

[이관] 대책으로는 ▲'학교 주변 시설' 관련 업무와 '미취학아동 소재 확인' 업무 교육청 이관 교육급여 및 교육비 지원 사업 절차 개선과 업무 이관 교육지원청의 학교 행정업무 지원 확대 학교지원 전담기구 법제화 및 지원 확대 등을 내놓았다.

 

[효율화] 대책으로는 업무경감 과제 상시 발굴·개선 체계 구축 교육정책 등 업무부담 사전· 사후 점검 체계 신설 효율적 학내 업무 재배치를 위한 단체협약 개선 및 관리자 리더십 지원 교육부-교육청-교원단체 협업 네트워크 강화 등을 담았다.

 

▲ 나이스 온라인 출결 시스템 구조도(안)  © 교육부

 

경감이라 했지만 "경감 아니다"

교육부의 안에 대해 전교조는 조목조목 반박했다. 특히 '경감' 방안과 관련해 전교조는 온라인 출결관리시스템 구축, 디지털 튜터·테크매니저 확대, 업무 매뉴얼 일괄 게시 등은 방식만 온라인으로 전환한 것 뿐이라고 분석했다.

 

우선 교육부가 9월부터 시행하겠다고 밝힌 온라인 출결관리시스템은 오히려 교사들의 업무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고 봤다. 실제 교육부가 내놓은 안을 들여다봐도 온라인화로 간소화한 것처럼 포장하고 있으나 시스템 도입 후에도 교사가 접수·승인하고 교장 결재를 받는 등 절차 자체는 전혀 축소되지 않았다. 디지털 소외 계층에 대한 방안도 전혀 없어 실물 출결 서류 접수는 병행될 수밖에 없는 상황도 예상된다.

 

디지털 튜터 배치에도 전교조는 문제를 제기했다. 전교조는 디지털 튜터 배치는 목적 자체가 교사가 에듀테크 및 디지털 기술 활용을 하도록 지원하는 것이지 업무를 처리하는 인력이 아님을 강조하며 “실질적인 업무경감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교사에게 디지털 관련 업무를 지시할 또 다른 관리자만 늘어나는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학교 업무 담당자가 업무 관련 매뉴얼을 쉽게 찾아볼 수 없어 학교 내 업무 기피와 구성원 간 갈등이 증가한다”는 이유로 ‘함께학교 플랫폼’에 업무 매뉴얼을 일괄 게시하겠다는 교육부에 방안에 대해서도 전교조는 “평가할 가치조차 없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전교조는 “이미 존재하는 매뉴얼을 그저 새로운 게시판에 옮긴다고 업무가 사라지는가?”라고 되물으며 “함께학교 플랫폼에 교사들이 올린 행정업무 경감 제안은 묵살해 놓고 매뉴얼을 모아두겠다는 것을 방안이라 내놓은 교육부에 뻔뻔함에 할 말을 잃을 지경이다”라고 탄식했다.

 

'업무 총량은 그대로'인 단순 이관

업무 이관과 관련한 방안에도 전교조는 ‘사실상 업무 총량은 그대로인 단순 이관’이라 정리하며 부족한 인력 문제로 다시 학교에 업무가 전가되는 현실을 꼬집었다.

 

특히 전교조는 많은 교사가 고충을 토로하는 '학교 취업 예정자의 각종 범죄경력 조회' 등의 행정업무에 대해 “아동복지법에 따라 아동학대관련범죄 전력 조회는 학교장만이 가능하니 법률 개정을 위해 관계 부처와 협의 추진을 ‘검토’하겠다”는 교육부에 전자정부법 및 아동복지법 개정 등 학교 행정업무를 가중시키는 각종 법령 정비에 나서 실질적인 행정업무 경감에 적극 나설 것을 요구했다.

 

효율을 내세워 '자치 훼손' 우려

효율적 학내 업무 재배치를 위해서라며 ‘단체협약 개선과 관리자의 리더십 지원’을 언급한 데에도 우려를 표했다. 자칫 기존에 체결한 단체협약이나 향후 체결할 단체협약 중 교육청 입맛에 맞지 않는 내용을 개악하려는 시도를 불러올 수 있다고 본 것. 관리자의 리더십 발휘 환경 조성을 내세워 민주적 학교 문화를 저해하려는 갑질 행위가 발생할 위험성도 존재한다고 봤다.

 

이와 함께 전교조는 유치원 '방과후 업무'나 초등 '늘봄 업무' 이관, 중등 '수능 업무' 온라인화는 언급조차 하지 않음을 꼬집었다.

 

입맛에 맞는 단체와 '선별 소통' 지적

덧붙여 근본적으로 방안을 마련하는 과정 자체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교육부가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제안한 설문과 연구 결과만을 정책에 반영한 점을 비판하며 “입맛에 맞는 단체와 선별적으로 소통하는 것은 현장 의견과 괴리된 결과를 낳을 뿐이다. 교육부가 정책 편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의견을 골고루 섭취하는 건강한 정책 부서로 거듭나길 바란다”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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