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업무정상화는 문재인 정부에 이어 현 정부에서도 국정과제로 선정이 되었으나 교육부가 하는 일은 교육청 차원에서 학교업무경감을 위한 사례를 만들어 내도록 시도교육청에 예산을 배부하는 것 뿐이다.
시도교육청들은 교육지원청의 학교지원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변화의 속도는 더디고 성과는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학교의 공통사무들이 하나씩 교육지원청으로 이관되고는 있지만 교육청마다 이관되는 업무의 내용도 다르고 새로운 업무가 더 많이 학교로 밀려들고 있기에 교사들의 체감도는 낮을 수밖에 없다.
교육부와 교육청의 주류인 일반행정직들이 학교업무정상화에 소극적인 것도 학교업무정상화를 가로막는 원인 중의 하나이다. 경기도교육청은 ‘학교업무재구조화’ 시범사업을 추진하였지만, 공무원단체들의 적극적인 반대에 부딪혀 공모대상 20개 교 중 1개교만 신청하는 초라한 결과를 마주할 수밖에 없었다.
전교조는 지난 2년간 ‘학교업무정상화’를 주요사업으로 배치하고 다양한 활동을 전개했다. 교원설문조사 바탕으로 급별, 위원회별 기자회견과 토론회, 교육부 면담을 진행하였으며 교사의 직무를 명확히 하도록 하는 시행령 개정 서명운동을 진행한 바 있다.
또한 학교업무정상화를 위해서는 교육부나 교육청의 소극적 방식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법률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교사의 직무를 명확히 하는 법안, 유치원에 행정직원을 의무배치하는 법안, 취업자가 본인의 범죄경력조회를 직접 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하기 위해 의원실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교육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채용, 회계, 시설 관련 행정업무들에 대한 법적 검토를 진행하였으며 다음과 같은 성과를 만들 수 있었다.
· 예산품의등 회계업무는 재정보증이 된 회계관계직원의 업무임을 확인(기재부, 행안부 확인)
· 소방훈련과 교육은 소방안전관리자의 업무(소방청 확인)
· 스마트기기 등 물품의 분출, 관리업무는 회계관계직원의 업무(교육청 확인)
· 견적을 받는 것은 행정실의 업무, 200만원 미만은 견적서 생략가능, 인건비 등 보수는 품의생략가능
· 성범죄경력조회는 취업자가 범죄경력회보시스템을 통해 직접 조회 제출 가능
· 직원의 복무 및 업무에 대한 감독은 교장의 업무(법제처 확인)
· 4세대 나이스 유아 출결과 학비업무 구분
그중에서 ‘예산품의’ 등 회계업무와 물품관련업무는 재정보증이 된 회계관계직원이 해야 한다는 법적 근거를 찾아내고 정부로부터 확인을 받은 것은 큰 의미가 있다. 물품구매, 강사료 등 예산이 지출되는 모든 품의행위에 해당하기에 학교업무정상화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를 학교가 준수토록 하고 교육청과 교육부가 관리·감독을 하도록 강제해야 할 과제가 남아있다.
위와 같이 해당 업무별로 해소하기보다는 행정업무 전체를 한꺼번에 교사로부터 배제하는 것이 효과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 공무원, 공무직 단체들은 행정업무가 교육과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행정업무’의 정의부터 동의하지 않고 있다. 또한 자신들도 인력이 부족하다고 인력증원을 요구하고 있다.
타교원단체는 ‘교무행정전담교사’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교원정원이 감축되는 상황에서 난망해 보이며 1명의 교무행정전담교사가 증원되더라도 교무, 연구부 등 일부 부서의 업무만 전담할 가능성이 커 다른 부서의 교사들에게는 긍정적 효과를 주지 못할 것이다. 또 다른 교원단체는 ‘교원업무총량제’를 주장하고 있다. 균등한 업무분장에는 이바지할 수 있을지 몰라도 행정업무 해소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이와 달리 전교조는 타 전문직처럼 교사의 직무를 더욱 명확히 함으로써 행정업무의 부과를 금지토록 하는 법안을 마련하고자 한다. 또한 소방안전관리자나 회계관계직원 등, 특별히 지정된 자가 수행해야하는 업무의 법적 근거를 찾아내 해당 업무를 교사로부터 배제하고자 한다. 교육과 관련이 없는 학교공통사무들을 점진적으로 교육(지원)청이 담당토록 지속적으로 요구할 것이다. 당장 12월에는 성과 중 주요사항을 공문으로 정리하여 전국의 학교에 발송할 것이다. 관련 법을 준수토록 해야 할 책임이 학교장에 있음을 확인시키기 위함이다. 학교에서 회람되고 업무분장에 반영된다면 학교업무정상화에 이바지하게 될 것이다.
학교에는 교사만 있지 않다. 그렇기에 교사가 교육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단번에 만들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교사가 행정보다는 학생들에게 집중토록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 ‘학교업무정상화’라는 단순한 구호를 넘어 치밀하고 구체적인 전략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교육이 가능한 학교를 만들기 위한 전교조의 역할이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