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흙바람 솔솔’에서는 '환경과생명을지키는서울초등교사모임' <흙바람> 교사들이 환경교육을 연구하고 학생들과 함께 진행한 환경생태교육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학교 텃밭에서 직접 키운 제철 채소 등 친환경 재료를 사용하여 아이들과 밥상을 차리기 시작한 지 13년째다. 아이들과의 요리는 학교 텃밭을 알고 난 그다음 해에 시작했다. 처음부터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손에 흙 묻히는 것이 싫었던 나는 챙이 넓은 모자를 쓰고 텃밭 강사 수업을 구경하듯이 지켜만 봤다.
|
▲ 아이들과 함께 텃밭에서 키운 제철 채소 등 친환경 재료를 활용해 밥상을 차렸다. © 김현희 교사
|
변화가 일어난 것은 학교 텃밭 담당으로 연수에서 들은 “내가 먹는 것이 곧 내가 된다.”라는 이야기였다. 내가 먹는 것과 몸의 관계에 대한 생각의 전환은 흙과 흙에서 자라는 채소와 꽃, 벌레에 대해서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는 계기가 되었다. 또 씨앗을 세 알씩 심어 땅속 벌레와 하늘을 나는 새, 내 몫으로 남겨두는 것에서 돌봄의 생태적 지혜를 배웠다.
아침밥 대신에 핫바, 아이스크림을 먹는 아이가 있었다. 저녁에는 매운 라면 등 자극적인 음식을 먹었다. 아이는 불안이 높았고, 자주 배가 아팠다. 이것이 건강한 땅에서 자란 제철 채소로 아이들이 함께 요리해서 먹는 밥상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식재료를 씻고, 자르고, 굽고 먹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기다림과 집중, 평화와 즐거움을 경험한다.
지난 금요일(7월 3일) 아이들과 요리를 시작하기 전 “저, 한 번도 안 해 봤는데요!”라고 말하는 아이가 있었다. 그런데 아이의 입에는 미소가 있고 눈빛은 호기심으로 빛난다. 수업 시간에 이런 표정을 본 적이 있을까? 지난 몇 달 동안 만나오면서 이렇게 생기 넘치는 모습은 처음이다. 헤어지면서 “2학년이 되어서 오늘이 가장 행복했어요.”라는 말을 남기고 돌아가는 작은 발걸음이 가벼웠다. 소박하지만 계절을 담은 제철 재료로 정성껏 함께 차려 먹는 밥상에서 먹거리 전환은 시작된다. 요리를 마친 아이들의 소감을 소개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배달 음식보다 엄마가 만들어주는 음식을 먹겠다.”
“채소를 키울 때 노력이 담겨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내가 직접 키워서 학교에서 만들어 먹으니까 더 맛있었다.”
“힘들기도 했지만 내가 만든 요리 야무지게 먹었다.”
“집에서 먹는 것보다 친구들과 만들어서 먹으니까 재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