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학력평가원 발행 '고교 역사 1,2 교과서'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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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부실 검증, 친일·독재 옹호 논란이 불거진 ‘한국학력평가원의 한국사 교과서'에 대해 역사교사들은 ‘교과서로 사용하기에 부적합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전국 역사교사를 대상으로 지난 9월 10일~11일 이틀에 걸쳐 한국학력평가원의 한국사 교과서에 대한 인식조사를 실시했다. 조사에는 역사교사 443명이 참여하였고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4.5%이다.
결과를 보면, ‘한국학력평가원 한국사 교과서의 검정 절차가 적절했는지’ 물음에 응답자의 93.2%가 ‘매우 부적절하다’, 6.5%가 ‘부적절하다’고 응답해 99.7%가 부적절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특히, 검정위원 개인의 문제가 아닌 교육 당국의 부실한 검증 과정에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일본군 위안부에 대해 ‘끔찍한 삶을 살게 하였다’라고 짧게 한 줄로 서술한 부분에 대해서는 99.1%가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응답자들은 이 서술은 지나치게 상황 맥락을 생략한 표현이고, 시대적 배경과 일제의 만행을 충분히 전달하기에는 부족한 서술이라는 의견이 다수였다.
‘친일 인사들의 친일 행적에 대해 법리적인 유·무죄를 따져보게 하고, 친일파 서정주 시인의 업적을 나열한 예문을 제시한 것’에 대해서도 99.8%(매우 부적절 90.5%, 부적절 9.3%)가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역사교사들은 이승만 정권과 4.19혁명 과정을 서술한 부분도 부적절하다고 생각했다. 이승만 정권을 독재가 아닌 장기 집권, 집권 연장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부분에 대해 93%가 ‘매우 부적절하다’, 6.8%가 ‘부적절하다’고 응답했다. 응답자들은 이승만 정권에 대해 장기 집권이라고 가치중립적으로 서술함으로써 독재 행위의 불법성을 숨겼다는 지적이 많았다.
마지막으로 ‘한국학력평가원의 한국사2 교과서가 고등학교 역사교과서로 적합한가’에 대해 92.6%가 ‘매우 부적합하다’, 7.4%가 ‘부적합하다’고 응답했다. ‘적합하다’는 의견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친일 및 독재 옹호 논란을 떠나 해당 교과서의 내용 자체가 역사교과서로 사용하지 못할 만큼 부실하고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는 의견이 많았다.
전교조는 13일,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한국학력평가원 역사교과서는 각종 논란을 떠나 내용 자체가 지나치게 빈약한 교과서”라면서 “교육부는 부실 검증에 대한 책임을 지고 해당 교과서에 대한 검정을 취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교조는 교과서 채택이 완료되는 시점까지 ‘교과서 선정 외압 신고센터’를 운영할 예정이라며 “학교에서 일부 사립재단이나 관리자가 교사 의사에 반하는 독단적으로 한국사 교과서 채택을 시도할 경우, 역사교사들을 지원하며 강력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 교육위원회 의원들과 민족문제연구소,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는 11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과서 검정의 책임자인 교육부 장관이 이미 드러난 위법한 사항을 철저히 조사해 관련 규정에 따라 학력평가원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검정을 취소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며 “검정 심사 과정에서의 불법·탈법이 드러난다면 책임자 문책은 물론 법적 고소·고발도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