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2025학년도 서울대학교 수시모집 원서접수를 마감한 결과, 주로 특목고 학생들이 지원하는 '학종 일반전형'은 역사교육과 경쟁률이 6명 모집에 64명이 원서를 내 10.67:1에 달했다. 범위를 사범대 전체로 넓히면, 123명 모집에 지원자가 총 1268명으로 10.31: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작년의 경우 같은 모집정원에 1380명이 원서를 접수해 11.22:1의 경쟁률을 나타낸 바 있다. 크게 보면 일반전형은 별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일반고 내신성적 최상위 학생들이 주로 원서를 내는 '학종 지역균형전형(아래 지균)'은 사정이 달라졌다. 지균 추천 대상인 일반고 인문계열 1등 학생들이 역사교육과를 외면한 것이다. 5명 모집에 딱 5명이 지원하여 경쟁률이 1:1에 머물렀다. 작년에는 15명이 지원해 3:1이었다. 역시 범위를 사범대 전체로 넓히면, 올해는 59명 모집에 147명만 지원해 경쟁률이 2.49대에 그쳤다. 작년의 경우 같은 모집정원에 243명이 원서를 접수해 4.12:1을 기록한 바 있다.
▲ 2025학년도 서울대 수시모집 지역균형전형 사범대 경쟁률 59명 모집에 147명이 지원해 경쟁률이 2.49:1에 머물렀고, 특히 역사교육과는 5명 모집에 5명만 원서를 내 1:1이 되었다. 사실상 미달이나 다름없다. © 국립서울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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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지균은 학교별로 2명까지 지원할 수 있다. 학교마다 사정은 조금씩 다르지만, 보통은 인문·자연계열 내신성적 전교 1등이 지원한다. 지균은 1단계에서 서류(학생부) 100%로 3배수를 추려 2단계 면접전형을 실시하고, 1·2단계 점수를 합산해 최종 합격자를 선발한다. 역사교육과는 올해 경쟁률이 1:1 단수이므로 '수능 3개 영역 합 7 이내'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하면 5명 모두 합격이 가능하지만, 예년 사례를 볼 때 그중 일부는 최저학력기준을 맞추지 못해 불합격할 수 있다.
서울대 지균 역사교육과 경쟁률이 (최저학력기준 미충족 학생이 생겨날 가능성이 크므로) 사실상 미달이나 다름없는 1:1에 그쳤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학교 현장은 적잖이 술렁였다. 교사들은 "어느 정도 예상한 일이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는 반응을 보였다. 최근에 불거진 건국절 논란이 부정적 영향을 준 것 아니냐는 반응까지 등장했다.
사범대 진학을 꺼리는 4가지 이유
지균은 상대적으로 학업성취도가 그리 높지 않은 일반고 학생들이 서울대에 들어갈 수 있는 '안전한' 방법임에도 왜 인기가 시들해진 것일까. 사실, 사범대의 추락은 다음 네 가지 이유로 예견된 일이나 다름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첫째, 한국은 이미 초저출산·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었고, 학령인구 급감으로 교사를 잘 뽑지 않으니 사범대 지원자가 줄어드는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말하자면, '취업 전망'이 어두워져 합리적 선택을 지향하는 수험생들이 등을 돌리고 있는 게 현실이다.
둘째, 사범대의 특성상 교사로 임용되지 못 하면 학원, 과외 등 사교육 영역 외에 다른 직업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국문과에 가면 교수, 작가, 기자, 카피라이터 등 그래도 문호가 넓은 편인데 국어교육과는 교사가 되지 못하면 입지가 확 줄어든다.
셋째, 교육공무원의 보수가 높지 않다는 점도 사범대 기피 요인 중 하나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지난 6월 11일 기자회견을 통해, "2024년 현재 신규 교사의 월급 실수령액 평균은 227만7998원으로 최저임금으로 계산한 월급과 20여 만 원밖에 차이가 나지 않을 만큼 처우가 열악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넷째, 고3 학생과 학부모는 '노후 안정성'이라는 교직 최대의 장점이 사라지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교직 입문의 주요 동기로 작용했던 공무원연금 수령액이 대폭 깎였고, 연금 수령 시기도 1996년 이후 임용된 교사의 경우 65세로 늦춰져 퇴직 후 상당 기간 '소득 공백'이 발생한다는 사실도 수험생이 더 이상 사범대의 문을 두드리지 않는 이유로 풀이된다.
AI 디지털교과서 말고 교원 채용 늘려야
한국 최고의 대학이라 칭하는 국립서울대학교 역사교육과 지균 경쟁률이 1:1에 그쳤다는 사실은 사범대가 처한 위기를 여실히 보여준다. 너도나도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의대나 로스쿨 등으로 몰려가고 있는데, 국가가 이런 흐름을 그냥 강 건너 불을 구경하듯 내버려 두는 게 과연 올바른 것인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인문학과 기초과학, 사범계열은 국가가 정책적으로 키워야 한다.
교육은 교사의 질을 넘지 못한다고 했다. 전교조에 따르면, 교육부는 실체가 없는 AI 디지털교과서 정책에 올해에만 5333억 원을 쏟아부었다고 한다. 신규교사 연봉을 어림잡아 3000만 원으로 계산하면, 무려 1만7000여 명의 교사를 새로 뽑을 수 있는 엄청난 돈이다. 시장경제의 논리에 따른 무차별적인 교원 정원 감축으로 올해 초중등교사 결원이 8661명에 달한다는 통계가 나오는데, 일부 기업의 배만 불리는 AI 디지털교과서를 섣불리 도입하는 게 타당한지 재검토가 필요하다.
윤석열 정부는 백년지대계인 교육을 오년지소계로 만드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도 게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