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지역의 한 고등학교 교장이 해당 학교 교사들의 갑질 신고에 따른 결과로 징계위원회에 회부됐다. 그런데도, 충남교육청은 문제의 교장을 교사들과 분리하는 조치를 하지 않아 ‘갑질 봐주기’ 우려가 커지고 있다.
6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충남지부에 따르면 한 고등학교의 교사 16명은 지난 6월 중순, 소속 학교 교장을 심각한 갑질 행위자로 공식 신고했다. 이들 교사는 갑질 신고서에서 문제의 교장이 2021년부터 4년여 동안 지속적인 갑질로 괴롭혔다고 밝혔다.
"야!", "너" 등의 반말 호칭은 기본이고, 젊은 교사들을 기쁨조로 표현, “꼴값 떠네. 그런다고 살 안 빠져” 등의 여교사 외모 평가, 결재권자로서 비밀 유지를 해야 할 사생활 유출 등의 행위로 교사들에게 수치심을 주었다. 딸 같아서 한다는 교사의 외모 지적, 사생활 침해 발언 등은 입에 올리기도 어려운 대표적인 갑질 방식이다.
주목해야 할 문제점은 대부분의 갑질 행위가 교사들의 공강 시간에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교장은 공강 시간에 수업 준비에 매진해야 할 교사를 교장실로 불러 일방적인 연애 충고, 집에 두고 온 핸드폰을 가지러 가기 위한 운전 지시, 손님 응대를 위한 커피 구매 심부름 등을 지시했다. 교사의 정당한 노동시간을 관리자의 사적 욕심을 채우기 위한 시간으로 이용한 것이다. 명백한 직위를 이용한 직권 남용이다.
교장의 갑질은 수업이 끝난 후에도 이어졌다. 회식 참여 강요는 물론이고 음료수, 술자리에서 물 또는 음료수 시중을 강요하고 심지어 회식 날은 학생 상담을 잡지 말라는 발언을 하였다. 학생을 대상으로 교복을 입지 않으면 생활기록부를 쓰지 못하게 하겠다는 협박성 발언을 하기도 하였으며, 교사의 전문성 함양을 위해 참여해야 하는 교과 및 입시 관련 연수조차 부당한 이유로 막았다.
충남교육청이 지난 7월 각급 학교로 내려보낸 ‘갑질 근절 가이드라인’을 보면, 해당 교장의 행위는 직위를 남용한 △사적이익 요구 △비인격적 대우 △업무 불이익 등에 정확히 해당한다. 특히 국가공무원법 등에 따르면 우월적 지위 등을 이용해 다른 공무원 등에게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는 부당 행위는 최대 파면에까지 이른다.
충남교육청 감사관실은 해당 사안을 조사해 지난 8월 12일 감사처분심사위원회를 거쳐 징계위원회에 문제의 교장을 회부했다. 그러나 8월 19일 열렸던 징계위원회는 해당 사항을 다루지 않고 9월 징계위로 안건을 미뤘다.
▲ 전교조 충남지부는 9월 6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한 고등학교 '갑질' 교장에 대한 분리 조치와 중징계를 요구했다. ©전교조 충남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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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충남지부는 문제의 교장을 교육청이 봐주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하고 있다. 충남지부가 감사처분심사위 이후, 갑질 피해 교사들의 보호조치를 위해 가해자와 피해자의 분리조치를 교육청에 지속해서 요구했을 때 교육청은 “아직 갑질로 판명되지 않았기 때문에 분리조치를 할 수 없다.”라는 답변이었다.
심성훈 전교조 충남지부 정책실장은 황당해하며 “징계위가 열린다는 것은 갑질로 인정이 되었다는 뜻이다. 이미 갑질 교장이 학교 경영에서 물의를 일으켰기에 지금 당장 분리조치를 해야 하는 것이 옳다”라고 강조했다.
다시 ‘갑질 근절 가이드라인’을 보면 갑질이 확인되면 징계위원회 등을 개최해 조치하도록 했다. 2차 피해 방지를 위해 피해자가 희망하면 가해자와 피해자를 격리 조치해야 한다고도 명시했다. 심성훈 정책실장은 “도교육청이 갑질 처리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동안, 문제의 교장은 징계위원회를 앞두고도 다시 교사들에게 반말을 일삼고 있으며 자기 행동을 전혀 뉘우치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라며 도교육청의 어이없는 처사에 분노했다.
교육청이 문제의 교장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징계를 할 것인가도 의문이다. 작년에도 문제가 됐던 한 유치원 교사들의 갑질 신고 피해는 아예 갑질로 인정조차 하지 않았다. 충남교육청에 따르면 2021년~2023년 갑질 조사결과 신분상 처분 현황에서 총 21건 가운데 중징계를 받은 갑질 학교관리자는 단 2건에 불과하다. 10%도 안 되는 비율이다. 작년 갑질 신고로 접수된 41건 가운데 갑질 인정 처분도 6건에 그쳤다.
이번 달 열리는 징계위원회는 이번 문제의 교장에 대한 징계 여부를 다룰 예정이다. 교육공무원 징계양정을 정할 때 준용하는 공무원 징계령 시행규칙에 따르면 우월적 지위 등을 이용하여 다른 공무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는 등의 부당 행위는 감경할 수 없도록 했다. 그만큼 갑질 행위로 인한 피해자의 고통을 심각하게 판단하는 것이다. 문제의 교장이 이 상황에 해당한다.
전교조 충남지부는 6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총 16명의 교사가 갑질 신고에 이름을 올린 것을 보면 교사들이 부당한 갑질에 맞서겠다는 의지를 확인할 수 있고, 한편으로는 해당 관리자의 갑질이 매우 심각했음을 알 수 있다.”라며 “충남교육청의 갑질에 대한 미온적인 태도를 강하게 비판한다. 문제의 관리자를 중징계하고, 가해자와 피해자의 분리조치를 지금 당장 할 것을 촉구한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