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교조는 8월 29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학교 불법합성물(딥페이크) 성범죄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오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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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학교까지 확산하며 충격을 안기고 있는 불법영상물 성범죄와 관련 긴급 실태조사를 한 결과, 단 이틀 만에 2,492명이 참여한 가운데 직·간접 피해는 517건에 달했다.
전교조는 8월 29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학교 불법합성물(딥페이크) 성범죄 실태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열어 이 같은 내용을 전했다. 8월 27일부터 8월 28일까지 전국 유·특·초·중·고에 소속된 구성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는 이틀이라는 짧은 시간에도 2,492명이 참여했다.
참여한 비율을 보면, 학생이 60.2%로 가장 많이 응답했고 다음으로 교사 38.0%로 나타났다. 성별로 살펴보면 여성은 69.8% 남성은 29.9%였다. 학교별로는 중학교가 39.0%로 가장 높았고 고등학교 37.6%, 초등학교 20.2% 순이다.
이 가운데 직·간접적인 피해가 있었다는 응답자가 517명이 나왔다. 전체 응답자의 20%에 해당하는 수치로 교사 204명, 학생 304명, 교직원 9명이 피해를 신고했다. 손지은 전교조 부위원장은 “이 결과로 현재 많은 학교 구성원들이 불법합성물 성범죄에 노출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자신의 사진으로 불법합성물이 만들어진 사실을 확인한 직접 피해자도 29명이나 됐다(교사 16명, 학생 13명)”라고 전했다.
<본인이나 타인이 겪은 불법합성물 성범죄 피해에 대하여, 적절한 수사와 합당한 사법 절차가 이뤄지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설문 결과
피해 사실을 명확하게 확인하기 어렵다는 불법합성물 성범죄의 특성을 보여준 결과도 확인됐다. ‘의혹은 있으나 피해를 입었는지 확인할 수 없었다’는 응답률도 전체 응답자의 26.3%로 나타난 것. 교사 6명, 학생 8명 모두 14명은 협박 범죄에 노출된 것으로 파악됐다. 남성 교사 1명, 남학생 6명도 피해를 겪고 있는 결과도 나와 성범죄는 성별 구분 없이 누구나 겪을 수 있음을 보여줬다.
전교조는 이러한 결과와 함께 피해자 지원 대책 최우선 과제, 재발 방지 대책 최우선 과제 등을 물은 결과를 바탕으로 ▲피해자 회복 지원(범정부 차원에서 유포 영상 삭제 지원/교육부·교육청 차원 피해자에 대한 충분한 행정·재정 지원 및 신속한 정보 전달/교육부 차원 2차 피해 및 추가적 피해 방지 가이드라인 배포)
▲국가 주도 범사회적 대응(불법합성물 성범죄 대응 위한 범국가적 기구 신속 설치 및 운영/2정부 차원에서 적극적 경찰 수사 보장/미비한 법률 제·개정 관련 신속한 입법/불법합성물 성범죄 관련 SNS 실시간 모니터링 구축/모든 해외 플랫폼이 국내 조사에 협조하도록 국가 차원 요구 및 관련 규정 신설/학교 불법합성물을 포함한 디지털 성범죄 특별 대응 체제 가동 및 예산 대폭 확대)
▲가해자에 대한 엄중 대처 및 처벌(사법기관에서 사안의 본질과 심각성 인지하고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 입장 고려하여 가해자 엄중 처벌/불법합성물 범죄 형량 하한선 설정/불법합성물 관련 범죄로 경찰 수사 시 소속 직장 및 학교에 통보)
▲교육활동 지원(교육부 차원에서 ‘피해자가 주의’하는 교육보다 ‘가해자 되기를 방지’하는 교육 자원 제공/평등하게 관계맺는 방법을 배우는 포괄적 성교육 즉각 도입/성평등교육법 제정/졸업앨범, 친목행사 등 학교에서 불필요한 사진·영상 촬영 중단/학교 내 가해자 적극적인 분리 조치)를 요구했다.
▲ 전희영 전교조 위원장은 "학교는 아수라장인데 교육부는 무엇을 하겠다는지 알 수 없다"라고 비판했다. © 오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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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결과에 대해 전희영 위원장은 “정말 끔직한 사건이다”라고 말문을 열며 “이틀도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무려 2천5백 여 명의 교사와 학생들이 조사에 참가했다. 그 중 60%가 학생들이다. 이는 이 사건에 대한 높은 사회적 관심과 불안감을 반증하는 결과이다. 당장 국가비상사태에 준하는 신속하고 확실한 국가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 이번에도 얼렁뚱땅 넘어간다면 우리 사회는 걷잡을 수 없이 망가질 것이다. 지금 교사와 학생들에게 그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안전한 학교, 안전한 사회다. 철저와 수사와 강력한 처벌, 피해자 지원을 위한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하라”라고 촉구했다.
부산 기장초등학교에서 성교육을 가르치는 장병순 교사는 밤을 세워 SNS에 올린 자신의 사진을 삭제하는 아이들, 텔레그램을 설치해 자신도 혹시 피해자인지 확인하는 교사들, 피해와 가해를 걱정하는 부모들 등 사건이 알려진 후 자신이 보고 들은 여러 상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장 교사는 "교육부 표준안 식 성교육은 이 폭력의 고리를 끊는데 치명적인 한계가 있다. 지금은 현재의 성교육 체계를 근본적으로 전환해야 할 때다"라며 평등을 실천하는 성교육으로 나아가도록 성평등교육법을 제정할 것을 강조했다.
▲ <학교 불법합성물 성범죄 접수 사례> © 전교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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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랴부랴 피해 현황을 조사한 교육부는 8월 28일 교육부 차관을 단장으로 하는 '(가칭)학교 딥페이크 대응 긴급 전담조직(TF)'를 구성한다고 발표했다. TF는 ▲학교 딥페이크 관련 사안을 매주 1회 조사 ▲학생‧교원 피해 사안처리 ▲학생‧교원 심리지원 ▲학교 예방교육‧인식개선 ▲디지털 윤리 및 책임성 강화 등 분야별로 대응해 나갈 계획이다.
교육부의 발표에 전교조는 “이제라도 나선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피해자 보호 조치 사항에서 수사 기관과의 연계 방안, 법률 지원 방안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라고 꼬집으며 디지털 성범죄로부터 피해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수사와 강력한 처벌 규정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사건이 커지자 교육부는 8월 27일 오전 17개 시도교육청을 통해 긴급 공문을 발송한 교육부는 같은 날 12시까지 피해 현황을 접수한다고 알렸다. 2시간여 피해 현황을 보내달라고 했고 대응 방안 발표 브리핑에서 발표한 피해 건수는 총 196건이었다. 그러나 이 건수는 올해 1월부터 8월 27일까지에 해당했다. 전교조가 약 이틀 동안 한 조사에는 직·간접 피해가 517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