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 혈세는 혈세대로 낭비하고, 교육의 질 저하로 가는 '유보통합'

김지혜 교사 | 기사입력 2024/06/17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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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 혈세는 혈세대로 낭비하고, 교육의 질 저하로 가는 '유보통합'
'유보통합 일방적 추진 규탄' 교사결의대회 현장발언 ①
김지혜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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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06/17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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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보통합 일방적 추진 규탄' 교사결의대회 현장발언 ①

▲ 김지혜 교사


행정안전부 장관은 2024년 6월 5일 「교육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일부 개정령안 입법 예고」라는 것을 하였습니다.

 

작년 12월에 이미 유보통합의 근거가 될 정부조직법이 통과되었으니 정부는 당연한 수순이라고 하겠지요. 모르시는 분들도 계실 것 같아 제가 이 개정령안의 개정 사유를 읽어보겠습니다.

 

보건복지부 영ㆍ유아 보육사무를 교육부로 이관하는 내용으로 「정부조직법」(2024. 6. 27. 공포ㆍ시행)이 개정됨에 따라 교육부에 영유아정책국, 영유아지원관 및 6개 과를 신설하면서 인력 19명(고위공무원단 1명, 4급 2명, 4급 또는 5급 3명, 5급 3명, 6급 3명, 7급 1명, 교육연구관 2명, 교육연구사 4명)을 증원하되 그중 4급 또는 5급 2명은 행정안전부 및 기획재정부 소속 공무원으로 충원하고, 보건복지부 인력 33명(고위공무원단 1명, 3급 또는 4급 1명, 4급 2명, 4급 또는 5급 3명, 5급 11명, 6급 8명, 7급 5명, 8급 1명, 9급 1명)을 교육부로 이체하며, 「영유아보육법 시행령」 등 대통령령 5건을 정비하는 한편, 식품영양정보 데이터베이스 구축 및 활용을 위한 한시 정원 만료에 따라 근거 조항을 삭제하려는 것임.

 

즉 신설되는 영유아정책국, 영유아지원단 및 6개 과의 인력 19명 중에서 실무를 담당할 6급 이하 4명, 교육연구사 4명을 배치하겠다는 것입니다. 보건복지부 인력 33명 중 6급 이하는 15명밖에 되지 않습니다.

 

영유아보육법 시행령 등 대통령령 5건을 정비하겠다고 언급만 하고 어떤 내용인지 알 수도 없습니다. 겨우 52명의 인력으로 영유아 보육사무 전체를 담당한다고요?

 

6월 5일부터 6월 10일까지 휴일과 재량휴업일을 포함하여 단 5일 동안 국민들의 의견을 듣겠다는 것에 기가 막힙니다. 게다가 홍보도 이루어지지 않아 학부모, 교사 모두 활발한 의견 제출 기회도 보장받지 못하였습니다.

 

유치원 선생님들은 코로나 이후 침체된 공립유치원 활성화를 위해 애써왔습니다. 학부모 참여수업, 한마음 체육대회, 한 달에도 몇 번씩 있는 원 내외 체험학습, 유치원 SNS 홍보......

 

해도 해도 줄지 않는 행정 업무에 마음껏 아플 여유도 없었습니다. 물가 인상률을 반영하지 못하는 월급, 매해 더 심해지는 학부모 민원, 졸속 유보통합을 하겠다는 교육부 갑질에 시달리면서 우리는 ‘정년은 다 채울 수 있을까?’ 한숨만 늘어갑니다.

 

우리는 왜 4년제 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힘든 임용시험을 거쳐 공립유치원 교사가 되었을까요? 임용시험에 통과하는 순간, 우리는 체계적 조직과 시스템 안에서아이들 교육에만 전념할 수 있겠다는 장밋빛 꿈을 꾸었습니다.

 

이렇게 교육부의 횡포를 하소연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모여 길바닥에서 전전긍긍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유보통합은 공립유치원 교사들의 정체성을 뒤흔들고 있습니다.

 

유보통합이 되면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혜택이 있을까요? 보건복지부는 지난 몇 년간 국공립어린이집 비율을 40퍼센트대까지 높였습니다. 민간어린이집의 시설과 교사는 그대로 두고, 간단한 인증 절차를 거쳐 국공립으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추진되었다고 합니다.

 

무늬만 국공립인 이 시설들은, 학부모와 유아들에게  국공립 수준의 혜택을 줄 수 없습니다.

 

지금 교육부가 유보통합을 추진하는 모습은 국공립어린이집 전환 실적 쌓기와 무엇이 다르단 말입니까? 혈세는 혈세대로 낭비하고, 교육의 질 저하로 인한 피해는 유아와 학부모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것입니다.

 

유아기는 인간 발달의 기초를 형성하는 가장 중요한 시기입니다. 우리 소중한 아이들을 더 이상 실험 대상으로 삼지 마십시오. 소수의 유보통합 모델유치원과 어린이집에 유보통합 방안을 시범적으로 적용해 본 뒤 전체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성급하게 일반화시키는 짓은 멈춰야 합니다.

 

지역적 특성, 각각의 유치원 및 어린이집이 가진 정체성과 장점을 살리는 유보통합이 될 수 있도록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며 시행할 현장 적합성 연구는 앞으로도 수년은 걸릴 작업입니다.

 

정부는 아침돌봄, 저녁돌봄, 방과후 과정, 긴급돌봄 등 ‘돌봄’을 늘리려 하고 있지만, 유례없는 최저 출생률로 많은 어린이집과 사립유치원, 공립유치원들이 문을 닫고 있습니다.

 

돌봄을 늘려도 아이들의 출생률이 낮다는 것을 정녕 보고도 모르겠습니까?

아이를 낳는 부모에게 월급 및 세제 혜택을 많이 주고, 의무 육아 휴직제도를 도입하십시요!!

이와 같은 간단한 해답도 모르는 무자격 교육부 장관이라면 책임지고 사퇴하시기 바랍니다!!

 

이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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