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전교조는 왜 ‘교사 마음 건강 증진법’을 제안했나?

오지연 기자 | 기사입력 2024/06/06 [09:38]
정책이슈
[기획] 전교조는 왜 ‘교사 마음 건강 증진법’을 제안했나?
교육계에서 처음으로 전교조가 제안한 입법과제
경찰·소방 공무원, 2012년부터 마음건강 지원법 시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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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계에서 처음으로 전교조가 제안한 입법과제
경찰·소방 공무원, 2012년부터 마음건강 지원법 시행 중

▲ 전교조는 6월 4일 국회 앞에서 ‘「공교육정상화 특별법」 추진 요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현경희 편집실장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22대 국회에 「공교육정상화 특별법」을 요구하고 입법화를 위해 대국회 활동에 나서고 있다. 우선 6대 입법과제는 ▲교사의 교육활동 보호 지원법 ▲교사 마음 건강 증진법 ▲정서행동 위기학생 지원법 ▲교사 직무법 ▲교사 정치·노동기본권 보장법 ▲유아교육 공공성 강화 지원법 등이다. (→관련기사)

 

이 중 ‘교사 마음 건강 증진법’은 교육계에서 처음으로 전교조가 제안한 입법과제다. <교육희망>은 전교조가 ‘교사 마음 건강 증진법’을 어떤 배경에서 제안했는지 살펴보았다.

 

교사 10명 중 4명 “심한 우울 느껴”...일반인 4배

지난해 8월, 서이초 교사의 안타까운 죽음을 기점으로 교사의 근무환경과 정신건강에 관심이 높아진 이후, 전교조와 녹색병원은 ‘교사 직무 관련 마음 건강 실태조사’를 진행하였다. 전국의 6천 24명의 교사가 참여한 조사로 ‘한국 교사의 정신건강 실태’를 파악할 수 있는 유일한 조사이기도 하다.

 

결과를 보면, 치료가 필요한 ‘심한 우울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응답자의 38.3%로 일반 성인의 ‘심한 우울 증상’(8~10%)의 네 배에 달한다는 충격적인 실태가 확인되어 다수의 언론에 보도되었다.

 

▲ 지난해 8월, 전교조와 녹색병원은 ‘교사 직무 관련 마음(정신) 건강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발표했다     ©오지연 기자

 

‘학교 내 폭력 경험’ 항목에서는 ‘언어폭력’은 66.3%, ‘신체 위협 및 폭력’은 18.8%가 경험했다고 답했다. 일반산업 노동자보다 언어폭력(3~6%)은 60%, 신체 위협 및 폭력(0.5%)은 18%이상 더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나 교사들이 타 직종보다 훨씬 더 많은 폭력에 노출되어 있는 상황을 확인했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비율도 언어폭력을 경험한 교사는 42.3%, 신체 폭력을 경험한 교사 51.1%, 성희롱을 경험한 교사 47.5%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고위험군으로 분류되었다. 이는 일반인(1~6%), 경찰 및 소방 공무원(15%)과 비교했을 때 월등하게 높은 비율을 보였다.

 

조사 결과를 분석한 윤간우 녹색병원 과장(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은 “경찰·소방공무원의 경우는 폭력사건을 경험하는 것이 자신의 일이라 생각하고 훈련받기도 한다. 또, 여러 가지 지원체제가 있다. 교사의 경우, 폭력을 경험하는 것이 직무라 생각하지 않았고 훈련·지원체제가 전무한 상황에서 무방비로 노출되면서 스트레스가 만성 질환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며 교사 마음건강의 사회적 대책을 촉구했다.

 

교육부 ‘교원 마음건강 회복 지원방안’ 추진

지난해 9월, 교사들의 연이은 죽음과 교사 마음건강 실태가 알려지자 교육부는 “체계적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는 학생 건강 정책과 달리, 교사는 정신적 피해 발생 시 사후적 지원에 중점을 두었다”고 평가하면서 서둘러 ‘교원 마음건간 회복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희망하는 교사들을 대상으로 심리 검사와 결과에 따라 상담과 치료를 제공한다는 내용이다.

 

김한민 전교조 서울지부 정책실장은 “교육당국은 여전히 사후약방문에 머물고 있고 교육부장관, 교육감의 의지에 따라 관련 정책이 사라질 수 있다”면서 “교사로서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한 다양한 측면에서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 근무환경, 마음건강, 복지에 대한 심층적인 정기 조사를 포함하여 예방, 상담·치유 인프라 구축, 사후 관리 등이 체계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며 교사 마음건강 지원 입법을 강조했다.

 

경찰·소방 공무원, 2012년부터 '마음건강 지원법' 시행 중

교사들은 국가의 지원없이 소진을 겪고 있는 상황이나 경찰과 소방관은 2012년부터 ‘경찰공무원 보건안전 및 복지 기본법’, ‘소방공무원 보건안전 및 복지 기본법’이 제정되어 지원을 받고 있다. 

 

‘국가는 경찰공무원의 체력과 건강관리를 위하여 업무적 특성을 감안한 심신건강연구, 건강검진 및 정신건강검사와 진료(심리치료 포함) 등의 의료지원을 제공할 수 있다’, ‘소방공무원의 건강 보호·유지를 위해 특수건강진단을 실시하여야 한다’ ‘직업성질환의 진단 및 발생원인 규명 또는 예방을 위하여 역할조사를 실시할 수 있다’ 등이 법률로 명시되어 경찰·소방공무원의 마음건강 정책을 펴고 있다.

 

‘교사 마음 건강 지원법’ 입법 가능성

교사 마음건강 지원 정책은 해외에서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다. 영국은 스트레스와 과로, 저임금으로 교단을 떠나는 교사가 늘자 매해 ‘Teacher Wellbeing Index’(교사복지 지수)를 발간하고 있다. 교사의 근무환경과 정신건강 수준을 시(時)계열, 지역별, 일반성인과 비교, 분석하여 교육정책 권고사항을 발표하고 있다.

 

일본도 2021년, 정신건강의 이유로 퇴직한 교사들이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9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하자, ‘전체 교사 조사’를 통해 휴직자, 병가의 경향과 요인을 분석하고 정신건강 대책의 효과적인 사례를 발굴하고 있다.

 

전교조는 교사가 정신적으로 안정된 환경에서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교원 정신 건강 증진 사업 수립 및 이행 계획 (정신 건강 검사 지원, 예방·상담·치료·재활 프로그램 운영 등) ▲교원 정신 건강 증진을 위한 협력체계 마련 ▲2년마다 정신건강실태조사 실시 등의 내용을 담아 ‘교사 마음 건강 지원법’을 22대 국회에 제안했다.

 

이는 <교원의 정신건강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거나,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을 개정으로 가능하다.

 

5일, 전희영 전교조 위원장은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을 만나 이런 배경을 설명하며 ‘교사 마음 건강 지원법’을 제안했다. 강 의원은 전교조의 제안을 적극 검토하여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약속했다.

 

22대 국회가 ‘교사들의 마음건강 상태가 심각한 수준에 놓여있다’는 경각심을 가지고 시급히 입법에 나서길 교사들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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