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정복대상이 아닌 객으로 잠시 머무는 곳
산행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나의 호흡으로 걷기
내가 근무하는 학교는 전남 순천군 별량면에 전교생이 52명인 작은 초등학교이다.
4월 29일은 우리 학교의 ‘첨산들기’ 주간이 시작되는 날이다. 체험학습명이 ‘첨산 등반’, ‘첨산 둘레길 걷기’도 아닌 ‘첨산들기’이다.
‘첨산들기’란 전교생이 학년별로 학교 옆에 자리잡은 첨산을 오르며 생태감수성과 별량면을 사랑하는 애향심도 기르는 과정이다. 이것은 마을교육과정 중 일부이기도 하다.
▲ 남해를 조망할 수 있는 첨산 © 김승민 교사
|
첨산은 300미터 정도 높이로 정상에 서면 우리 마을과 남해를 조망할 수 있는 멋진 산이다.
첨산들기 주간에 우리 학교 분회장 선생님은 ‘첨산들기’의 뜻을 “산이란 존재는 정복할 대상이 아니라 우리가 객으로서 잠시 머물고 다녀오는 곳이기에 ‘든다(入)’는 표현을 씁니다”라고 설명해 주셨다.
첨산 정상으로 향하는 길은 2개가 있고 2개의 둘레길은 서로 만나는 알약(θ)모양 구조이다.
첨산들기는 학생뿐만 아니라 학부모님도 함께 참여한다. 우리 학년이 참가한 날은 15명의 학생과 9명의 학부모, 2명의 교사가 첨산에 들었다. 불참하신 학부모도 계셔 참여한 학부모님들이 일일 담임 역할을 했다. 부모와 자식이 손을 잡았고, 남은 손은 기꺼이 친구에게 내어주었다. 어떤 팀은 아빠끼리 대화의 시간을 갖기도 했다.
첨산 정상으로 가는 둘레길은 새소리와 꽃향기로 가득했다. 아이들은 뛰어다니는 다람쥐에 시선을 뺏겼다. 길바닥의 뱀 사체에도.
정상으로 가는 길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가파른 암벽도 있고, 거미줄을 치우고 풀을 정리하며 나아가야 했다. 아이들 입이 삐죽 나왔다. 하지만 아이들을 독려하는 부모님들 덕분에 정상까지 무사히 도달할 수 있었다.
이번 첨산들기의 큰 수확은 아이들이 평상시 가족끼리 어떤 유대관계를 맺고 있는지 눈으로 관찰할 수 있었던 점이다. 교사인 내겐 신선한 경험이었다. 학부모님들도 자신의 아이를 다시보는 계기가 되었다고 전해주셨다.
첨산들기를 끝내고 지친 발걸음으로 퇴근하는 길, 라디오에서는 김영동의 ‘산행’이 흘러나왔다. 불일암으로 돌아가는 법정 스님의 가볍고 자유로운 발걸음이 내 마음에 다가왔다.
산행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나의 호흡으로 걷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잘 보이거나 쳐다본다고 급하게 갈 것도 느리게 갈 것도 없다. 보여주기에 급급하여 나의 호흡을 놓치면 숨이 가빠 금방 지친다. 산을 정복하겠다는 마음으로 올라갔단 결국 내가 나를 힘들게 하며 좌절을 크게 겪게 된다.
‘교실이 숲이다, 산이다’라는 생각으로 마음을 잡자. 교실은 정복하는 게 아니라 잠시 ‘들어갔다 오는 곳’이라고.
이 기사 좋아요 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