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칼럼] 숙박형 체험학습, 이대로 좋은가?

유준선 교사 | 기사입력 2024/05/16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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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칼럼] 숙박형 체험학습, 이대로 좋은가?
숙박형 체험학습, 역사적 소명을 다했는지 논의해 봐야 할 때
유준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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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05/16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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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박형 체험학습, 역사적 소명을 다했는지 논의해 봐야 할 때


시험기간을 앞두고 내가 근무하는 학교 부장회의에서는 격론이 벌어졌다. 아니, 사실 몇 년째 되풀이 되어온 격론이다. 바로 숙박형 수련회와 교육여행이 그 주제이다.

 

지난해 서이초 사건 이후로 비로소 수면 위로 올랐지만, 교사의 업무상 책임의 범위와 교사라는 직위에 관련된 권한은 참으로 모호하다. 아니, 애초에 그럴 수밖에 없다. 교육부가 우리에게 급여를 주는 이유는 불특정 다수로 만나는 그 학생들이 "보다 똑똑해지고, 보다 선량해지게 이끌라"고 노동을 시키는 대가로 주는 것이니까.

 

아이마다 개성이 넘치는 이 시대에 똑똑해지고 선량해지게 하는 방법에 세부적인 방향을 정한다는 게 가능하긴 할 것인가. 오죽하면 교육 격언에서도 "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하였으랴.

 

그러나 과거야 몰라도 오늘날 이방인들로 구성된 대도시 중심의 사회에서 그런 말들은 그저 잠꼬대 같은 말이다. “뉘 집 아이가 어떤 애고, 그래서 어떤 일을 벌여도 그럴 수도 있다, 그래선 안 된다”며 다독이고 혼내줄 어른도, 설화 속 원님도 없다. 그저 우리 귀한 자식이 불편한 일, 속상한 일이 생기면 가차 없이 ‘권리 투쟁’에 나선다.

 

이런 일은 교육여행이든, 수련회든 마찬가지이다. 항상 가는 철만 다가오면 참가여부 가정통신문이 뿌려지고, 간다 했다 안간다 했다 번복하기는 이제 애교다. "선생님, 아무개랑 같은 방 쓰기 싫어요, 안 바뀌면 저 안 갈래요." 이 정도면 애답다 하련만 "누가 미쳤다고 그 돈 주고 제주도를 가요?"하는 말까지 만나면 정말 할 말을 잃는다.

 

애초에 교육여행은 여행 기회가 적던 시절 학생들을 위해 공교육이 맡아온 공적 서비스였을 테다. 아이들에게 딱딱한 벽돌집인 학교와 연병장 같은 운동장 말고도 세상엔 이렇게 상쾌하고 의미 있는 곳도 있음을 알려주려는 선생님들의 열정 위에 만들어진 것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학생 지도의 권한은 철저히 교육부 고시에 한정되고, 교육감 의견 청취는 한다지만 기분이 심히 상한 아동의 진술이 우선되는 정서학대  등이 엄연히 교원 앞에 버티는 이상, 숙소에는 별탈이 없는지, 오가는 길은 편안한지, 식사는 변수 없이 깨끗한지 이루 말할 수 없는 그 모든 걸 교사가 책임지기란 불가능하다. 책임을 진다손 쳐도 그 책임의 무게란 일개 공무원이자 직장인이기도 한 교사가 짊어지기엔 과중한 것이다.

 

처음 이야기로 돌아가자. 내가 근무하는 학교는 결국 학교장 결단으로 숙박형 여행을 없앴다. 부장회의에서 고참 교사들이 숙박형 체험학습이 역사적 소명을 다했고, 새로운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는 건의와 의견이 강했던 덕이다. 그러나 갈 길은 여전히 멀다.

 

단순히 새 프로그램 개발의 문제가 아니다. 교사에게 주어진 법적 권한이 나열식으로 제한되고 사회적 권위와 신뢰가 추락된 이 상태에선 사실 다른 어떤 것이 도마에 오를지 모를 일이다. 하물며 당일형 체험학습이라 한들 교사는 무사할 것인가.

 

이제 현상의 이면에 숨은 교사와 학교, 그것에 대한 사회적 고민을 발전시켜 갈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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