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 6일, 진영효 교사가 한울중 1학년 학생들과 '세월호 사건이 던지는 도덕적 질문'이라는 주제로 도덕수업을 하고 있다 © 이용철 참교육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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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10주기가 다가오고 있다. 2014년 당시 4살이었던 현재 중1 학생들에게 세월호는 어떻게 기억되고 있고, 어떤 의미를 주고 있을까?
<교육희망>은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열흘 앞둔 5일, ‘4.16수업’이 한창 진행 중인 서울 한울중학교 도덕 교과교실을 찾았다. 진영효 교사는 4월 초부터 2주간 전교생에게 4.16수업을 진행하며, 모든 수업을 공개하고 있다. ‘기억과 공감’, ‘진실 찾기’, ‘정의세우기’, ‘실천하기’ 주제의 4차시 수업을 두 번의 블록수업으로 진행한다. 이 중 1,2차시 수업을 참관해 보았다. (->수업자료)
“선생님, 넥타이가 세월호 색깔이에요”
학생들은 교과교실에 들어서자마자 칠판에 붙어있는 노란 수건과 선생님의 복장에서 ‘세월호 주제 수업’임을 알아챘다. 진영효 교사는 학습지 속 세월호 참사 개요를 읽게 한 후, 이 수업은 세월호 참사가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찾아가는 수업이라고 소개했다.
🎗 기억하기
“세월호 이야기를 언제 누구에게 어떻게 들었는지 이야기를 나눠봅시다”
“틱톡에서 '대피하라'가 아니라 '대기하라'고 하는 영상을 봤어요”
“5학년 담임선생님이 말해주었어요”
“4학년 때 부모님이랑 ‘세월호 영화’를 보았어요”
학생 28명 중 20여 명은 ‘세월호 참사’를 들어 보았다고 했다. 유튜브 알고리즘에서 떠서 보았다는 학생도 많았다. 많은 희생자를 낸 큰 사건이었음을 학생 대부분이 알고 있었다.
🎗 공감하기
진영효 교사는 노래영상 'Yellow Ocean'(->영상)을 보여주고, 세월호 참사 당시 상황을 그려보게 했다.
“나도 이렇게 마음이 아픈데, 유가족들은 얼마나 마음이 찢어지고 아팠을까?”
“18살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나 불쌍해요”
“왜 구조를 안 했는지 안타깝다. 선장에게 화가 난다”
진 교사는 학습지에 참사와 관련하여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을 적게 하고, 당시 희생자와 유족의 마음을 헤아려 보게 했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도 모르고 불안하고 무서웠을 것 같아요”
“바다에서 죽는다는 것. 나를 못 찾고 내가 잊혀질 것 같다는 두려운 마음이 들어요”
“부모들은 구해줄 수 없어서 답답하고 미안했을 것 같아요”
학생들은 모둠으로 모여 앉아 서로 묻고 답하며 학습지 칸을 채워나갔다. 이후, 반 전체가 모여 각자의 생각과 감정을 공유했다. 진 교사는 “도덕은 다른 사람의 느낌을 공감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됩니다”라며 학생 개개인이 느끼는 감정을 모아주었다.
"세월호 노란 리본’은 무엇을 상징할까?"
학생들은 ‘살수 있다는 희망’ ‘빛’ ‘하늘의 별’ ‘약속’ ‘잊지않고 있다’ ‘잊지말라’ 등 다양한 생각을 이야기했다. 진 교사는 ‘유럽에서 전쟁에 나간 남편이 무사히 돌아오길 기다리는 마음을 상징한 데서 유래’하였고, 현재는 ‘추모’와 ‘잊지 않겠다’는 상징으로 쓰인다고 설명했다.
▲ 한울중 학생회에서 마련한 '4.16세월호참사 9주기 추모공간' 모습. 한울중 학생회는 올해도 4.16추모 행사를 진행한다. © 한울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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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실 찾기
10분 쉬는 시간을 보낸 학생들은 2차시 수업에 들어가며 의자를 더 당겨 앉았다. 진 교사는 “세월호는 왜 침몰했을까? 승객들을 왜 구조하지 못했을까? 구조하지 못한 것인가, 구조하지 않은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라는 다큐 영상(->보기)을 보여 주었다.
진 교사가 다큐의 앞쪽만을 보여주자 학생들은 끝까지 다보고 싶다고 아우성을 쳤다. 세월호의 진실을 알고 싶다는 학생들의 간절한 마음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학생들은 “구조를 시도조차 하지 않았어요" "배 앞쪽으로 나오라고 방송했으면 충분히 구조할 수 있었어요" "선장과 선원들은 탈출방송을 하지 않고 먼저 탈출했어요" "해양경찰은 승객을 구조하지 않고 미리 약속한 것처럼 선장과 선원만 구조했어요”라며 구조하지 않은 근거들을 찾아갔다.
학생들은 모둠으로 모여 ‘세월호 승객 구조 과정에서 발생한 도덕적인 문제, 누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어떻게 했어야 했는지’ 진지하게 친구들과 탐구했다. 학생들은 참고 자료로 제공된 <미래교육과 4.16 교과서>(해냄에듀 출판)에서 의문의 실마리를 찾아갔다.
“해양수산부 장관이 잘못했어요. 불법으로 배에 짐을 많이 싣도록 허락하고, 사고가 나지 않도록 선박회사를 점검해야 하는데 하지 않았어요”
진 교사는 “세월호의 침몰 원인과 승객 구조 실패에 대한 진실을 밝혀야 할 이유가 무엇일까?”라고 질문하며 유가족들이 진실을 밝혀달라고 호소하는 영상을 보여주었다. 세월호 참사의 실상을 하나둘씩 알아가고 있는 학생들은 영상을 보며 탄식했다.
“다음 시간에는 진실을 찾아 10년 동안 싸웠던 유가족들과 시민들의 노력을 다루는 ‘정의 세우기' 단원을 공부하도록 하겠습니다”라며 블럭수업으로 진행된 1,2차시 4.16 수업을 마쳤다.
▲ '416 수업'의 의미를 말하는 진영효 교사 ©이용철 참교육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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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잊어버린 역사는 반복된다’
수업 참관 후, 진 교사에게 ‘4.16수업이 왜 필요한지’를 물어 보았다. 며칠 전 다른 반 수업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수업 마무리에 학생들에게 "우리가 세월호를 잊지말아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물으니, 한 학생이 E.H.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잊어버린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을 인용해 답했다. 이 말을 들은 다른 학생이 "반복된 역사로 이태원 참사가 떠올랐다"고 얘기했다. 그 순간, 나도 학생들도 모두 전율을 느꼈다.
4.16수업에 대해 진 교사는 “단지, 사람이 많이 죽었기 때문에 슬퍼하고 추모에 그치는 것이 아니어야 한다. 세월호 진실을 밝히지 않고 책임자를 처벌하지 않아 같은 일이 반복해서 일어나는 것이다. 진실을 찾아내는 것, 그 자체가 우리 사회의 정의를 세우는 일이고 이것이 사회적 도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도덕교사로서 교과서적 훈계가 아니라 구체적인 사례 속에서 정의를 세우는 것이 왜 필요한지 가르친다”면서 “아이들이 스스로 이해하고 탐구하면서 성장할 수 있는 교수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4.16수업을 참관한 동료교사들은 “참사 당시 4살이었던 학생들에게 4.16 수업이 생생하게 다가갈수 있을까 의문이 있었다. 그러나, 동료 학생들의 이야기를 집중해서 듣고 토론하면서 생각의 폭을 넓혀가는 과정을 보았다”며 ‘생각하는 도덕 수업’이 인상적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진 교사는 “4.16교육은 교사 혼자서 노력한다고 되는 일은 아니다. 학교 차원에서 학생회 행사도 해야 하고 그것을 지원하는 교사도 있어야 한다. 학생들이 추모 중심의 활동을 해도 ‘세월호의 의미’를 알고 하면 훨씬 더 의미있는 활동을 할 수 있다”라며 4.16수업의 중요성을 말했다.
진 교사는 도덕시간 외에 체육시간에 ‘플래시몹’, 음악시간에 ‘세월호 노래 배우기’, 미술시간에 ‘리본, 뱃지, 조형물 만들기’, 과학시간에 ‘침몰 원인 탐구’ 등 모든 교과가 참여하는 융합 수업의 주제로 4.16교육을 제안했다.
6년 전인 박근혜 대통령 재임시절, 교육부는 ‘세월호 계기수업 금지 지침’을 내리고 징계를 운운하기도 했다. 진 교사는 그 시절을 떠올리면 슬프기도 한 ‘4.16수업’을 현재 할 수 있는 것이 역설적이게도 행복하다고 했다. 그리고, 더 많은 교실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세월호참사를 기억하고 진실을 찾아가는 수업이 이루어지길 바란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