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짜리 나이스
유치원 행정정보시스템인 4세대 지능형 나이스가 2023년 6월 시범 개통되었다. 생활기록부, 유아 전입·전출 및 졸업·수료 대장까지 수기로 작성했던 교무행정업무가 유아 나이스 도입으로 인하여 간소화가 될 것이라고 선생님들은 기대하였다.
그러나 ‘유아 나이스’라는 이름으로 초·중등과 별도로 운영하는 것부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역시나 유아 나이스는 초등학교와도 사립유치원과도 연계가 안 되는 공립유치원만의 반쪽짜리 나이스였다. 덕분에 사립유치원에서의 전·출입은 예전 방식대로 수기로 작성한 생활기록부를 스캔하여 업무관리시스템으로 전송하고 받아야 했다.
3~5세 특수유아는 의무교육 대상자임에도 불구하고 특수학교 유치부는 유아교육법상 유아교육기관에 해당하는 것이어서 특수학교와 주소연계시스템을 사용할 수 없다. 교육부는 유치원도 학교라는 이유로 온갖 행정업무를 도입하면서 입맛에 맞게 ‘유치원은 별도’라는 이름으로 정책에서 소외시키는 이중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오류, 오류, 오류...
초등학교와도 사립유치원과도 연계가 되지 않는 반쪽짜리 유아 나이스는 생활기록부부터 신학기 유아등록, 반 편성과 유아학비신청조차 신청이 안 되는 오류투성이었다. 낯선 환경으로 긴장하여 엄마를 찾으며 우는 유아들을 안아주고, 생애 ‘처음 학교’에 보낸 아이 걱정을 하는 보호자들과 소통해야 할 유치원 교사들은 유아 나이스 해결을 위해 하루에 수십 번씩 콜센터로 전화를 돌리며 시간을 낭비해야 했다. 결국에는 유아 나이스 해결을 위하여 두 학급을 통합하여, 한 교사가 운영하고 다른 교사 한 명이 나이스 업무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까지 발생하였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기다리라”는 무책임한 답변이었다.
유아 나이스 독박 쓴 유치원교사
유치원선생님 사이에는 ‘유’자만 붙으면 유치원으로 업무가 넘어온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행정실 안에 CCTV담당자가 있음에도 유치원 CCTV는 유치원교사에게 업무가 오는 것은 아주 흔한 사례이다. 시설관리를 하는 담당 주무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치원 정보공시의 시설관리현황, 놀이터 안전검사현황을 유치원교사가 입력한다.
겸임발령난 행정실은 여전히 유아학비를 포함한 유치원 일반행정업무를 거부하고 있으며, 보건교사 영양교사는 겸임발령조차 받지 않았다. 나이스의 병설유치원 보건·영양 업무는 누가 해야 하나? 유치원교사들은 담당자가 없는 보건·영양 메뉴를 삭제하거나 초등나이스 내용 ‘가져오기’ 기능이라도 만들어달라고 사정사정하고 있다. 그러나 겸임발령인 행정실 행정업무 담당자에 대한 연수조차 없었던 지역이 있었다. 이러한 행태는 유치원 교사의 업무과중과 교내 교직원 간의 갈등으로 번져 현장의 혼란을 가중하고 있다
교사 개인에게 책임을 떠넘기지 마라
유아 나이스 프로그램은 설계부터 점검, 확인, 적용에 이르기까지 총체적인 문제가 있었다. 초등학교·사립과의 연계, 행정실의 나이스 업무분장 기준, 보건·영양교사가 없는 병설유치원에 대한 대책도 없이 도입되어 온갖 오류들만 선보이는 무능함을 드러낸 것이다.
교육부는 유아 나이스를 유치원 교사에게 떠넘기고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하지 말고 업무 분장에 대한 합리적이고 분명한 기준 및 이에 따른 실질적 연수를 준비해야 한다. 또한 나이스를 사용하고 있지 않은 사립유치원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초등학교· 사립유치원 연계문제 또한 해결해야 ‘유아 나이스’ 도입의 본래 취지를 되살릴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