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는 인권 탄압자가 아니다
사람들은 흔히 교직을 평생직장이라고 생각하지만, 교사들은 ‘이 직업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라고 고민한다. 실제로 정년을 채우지 않고 그만두는 명예퇴직자는 2017학년도 3,934명에서 2022학년도 6,525명으로 2,591명(65.9%) 늘었다. 또 1년을 채우지 못하고 교직을 포기하는 교사는 지난 5년간 1,133명이었으며 그 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교사들이 교단을 떠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학교폭력, 교권 침해, 악성 민원과 고소 때문이다. 1990년대 말부터 교실 붕괴, 학교폭력, 교권 추락 문제는 심각해졌다. 교사들은 상급 기관에 대책을 요구해 왔지만 그때마다 ‘수업을 더 재미있게 해라’, ‘학생 인권 침해 소지가 있다’라며 추궁당했다. 사회적 분위기도 만만치 않았다. 학생을 때리고 촌지를 받는 비굴한 교사의 모습이 드라마에 자주 그려졌고 언론은 교사들을 무능하고 게으른 개혁 대상으로 폄하하기도 했다. 인권단체들은 학교를 인권탄압 기관이라 생각하고 견제하였으며 사람들은 교권이 강화되면 학생들이 힘들어질 것이라고 염려한다. 이렇게 가스라이팅 된 교사들조차 자신이 강자가 아니라 약자라는 것을 쉽게 인정하지 못했다.
교사는 억압의 대상이 아니다
교육청에게 학교는 자신들의 명령에 복종해야 할 하급 기관에 불과하다. 평소에는 학교장 재량, 단위 학교 자율권이라는 그럴싸한 명분으로 학교를 방치한다. 그러다 문제가 생기면 학교 사안 처리에 문제가 있었는지 확인하고 담당자를 징계한다.
학생에게 성희롱 당한 세종시 고등학교 교사가 지난 9월 2일 교사집회에서 자유발언을 하였다. 그는 죽는 것보다 나아서 교직을 떠난다고 말하였고 그 이유는 교육청의 협박과 명예훼손 때문이라고 밝혔다. 세종시교육청 감사실은 피해 교사를 위로하기는커녕 공론화 의도를 따져 묻고 공무원의 품위 유지, 공무상 비밀 누설을 운운하며 협박하였다. 이 사실을 알고 교육감이 나서서 사과했는데도 감사실은 사과는커녕 잘못을 인정하지도 않았다고 한다.
이처럼 교육청은 교사에 대한 무시와 억압의 주체가 되어왔다. 올해 4세대 나이스(NEIS, 교육행정정보시스템)로 전국에 큰 혼선이 있었다. 사망한 서이초 교사도 나이스 업무로 힘든 시간을 보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교육부와 교육청은 사과 한마디 없었다. 만약에 4세대 나이스 사태가 교사의 잘못이었다면, 교육청은 아마 크게 징계를 주고 질타했을 것이다.
교직은 봉사직이나 성직이 아니다
사람들은 교사가 봉사직이나 성직처럼 희생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교사는 지식 노동자이다. 대국민 공무원들이 모두 그렇듯 감정 노동자이기도 하다. 특히 학교급과 학년이 낮아질수록 육체노동자의 성격 또한 강해진다. 교사가 아닌 사람들은 교사들이 매일 바쁘다는 사실을 전혀 모른다. 교사가 잡무가 많다는 사실은 오랫동안이나 문제 제기가 되어 왔다. 교사들은 수업 외에도 학급 운영과 민원 응대, 행정 업무도 해야 한다. 학생의 진로 진학 및 학교생활 상담도 해야 한다. 그 와중에 매년 3월마다 학생도, 업무도 바뀐다. 이렇게 비체계적인 학교가 유지되는 이유는 학창 시절부터 성실하게 공부하고 생활해 온 교사들이 있어서가 아닐까?
대한민국 교사가 외국 공교육 기관 교사들에 비해 수준이 높다는 것은 여러 지표가 말해준다. 교육청이 교육부라는 상급 기관의 명령에만 절대복종하고, 유권자 눈치만 살피며 여론에 휘둘리는 기관이 아니라면 일반 대중의 오해를 풀어야 한다. 교사가 왜 방학이 있고, 그 기간에도 급여가 지급되는지 그 법적 근거를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교육현장을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은, 바로 교사
교육 현장에 대해 잘 아는 교육부나 교육청 관계자는 많지 않다. 그들 대부분은 교실에서 출석 한번 부른 경험조차 없는 사람들이다. 이러한 교육행정 공무원 관료 출신, 아니면 학교 현장을 벗어나 장학사로 ‘승진’한 교사 출신들이다. 학교에서 아이들과 부대끼기가 힘들어서 아이들이 없는 교육청으로 가는 것을 ‘승진’이라고 하는 곳이 바로 이 나라의 공교육 현실이다. 이것은 승진이 아니라 ‘이직’이라고 해야 더 적합할지 모른다. 그런 사람들이 현장 교사들에게 ‘장학’을 한다. 학교 현실을 모르는 사람들이 무조건 학생 인권을 옹호하는, 자유주의적 관점에 서서 탁상공론으로 정책을 만들고 있으니 자꾸만 문제가 생긴다.
교사는 현장 전문가이다. 교육청 전문가들보다 그 누구보다 현장에 대해 잘 안다. 그런데 유권자들의 표를 인식한 ‘자유학기(학년)제’, ‘교과 교실제’, ‘고교학점제’는 현장 교사들의 의견을 구하지도 않고 추진된다. 의견을 묻는다 해도 요식 행위에 불과하다.
교육청은 교사들에 대한 관점을 바꾸고 교육기관으로서의 학교와 교사의 권위를 존중해야 한다. 이는 지극히 당연한 일이지만 교사들은 그러한 존중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코로나19 시국에 교육감이 교사를 ‘일 안 하고 월급 받는 사람’이라고 말하고, 1급 정교사 연수에서 ‘예비 살인자’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설령 여론이 그렇게 몰고 가더라도 교육청이 동조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현장에서 학생들과 동고동락하는 교사는 ‘인권 탄압자’이고, 현장과 괴리되어 탁상공론하는 교육청은 ‘인권 수호자’인 척하지 말아야 한다.
또한 교육감은 ‘아이들을 어루만지는 착한 어른’인 척하는 위선을 멈추어야 한다. 공교육 멈춤 이후, 어떻게 교육의 방향을 잡고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지 현장의 교사들에게 물어야 한다. 교사들은 공교육의 중심에서, 최전방에서 아이들과 동고동락하며 살아가는 현장 전문가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