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교육청 유아교육을 총괄하는 장학관이 교사에게 복종의 의무를 강요하는 듯한 발언을 해, 유치원 교사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전교조 충남지부는 “충남교육청은 유치원 교사를 소모품 취급하지 말라”면서 강하게 비판했다.
2일, 전교조 충남지부에 따르면 충남교육청 교육과정과 유아교육팀장은 8월1일 유치원 1급 정교사 자격 연수 자리에서 “교사들에게는 복종의 의무가 있기 때문에 원장이 남으라고 하면 남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연수장의 교사 100여 명은 기막힘과 탄식을 동시에 쏟아냈다.
▲ 전교조 충남지부가 충남교육청의 유치원 교사 대하는 행태를 비판한 웹홍보물 © 최대현 주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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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교육팀장의 발언은 ‘온종일 돌봄 책임 교원’과 관련한 교사들의 질의에 대한 답변으로 한 것이었다. 하루 12시간 이상 운영하는 온종일 돌봄교실 관리를 위해 직접적인 돌봄을 하지 않아도 원장이 교사에게 시간외근무를 강요하면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얘기다.
팀장의 문제 발언은 위법이라는 지적이다. 복종의 의무는 ‘정당한’ 직무상의 명령일 때 성립한다. 정당한 직무상의 명령은 ‘정당한 권한을 가진 사람에 의한 명령’이며, ‘법령에서 정한 직무 범위에 해당’하는 기본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유아교육법 제21조에서 정한 교사의 법적 임무는 ‘법령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해당 유치원의 유아를 교육’하는 일이다.
법령에서 정한 유아교육은 ‘유치원 교육과정(누리과정)과 방과 후 과정’이다. 돌봄, 즉 보육은 유치원 교사(방과 후 교사 포함)의 법적 임무로 볼 수 없다. 따라서 원장이 돌봄 관련 업무인 '온종일 돌봄 책임 교원'을 명령하는 것은 정당한 업무가 아니므로 복종의 의무가 없다. 법령에 따른 명령이 아니므로 위법한 명령에 해당한다.
단체협약(단협)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충남교육청은 작년 10월 전교조 충남지부와 맺은 단체협약에서 유치원 교사의 8시간 근무 준수를 위해 ‘도교육청은 유치원 돌봄교실(저녁 돌봄) 운영 때 교사의 지속적이고 고정적인 일직성 근무가 이루어지지 않도록 한다.’(28조 7항)라고 분명히 했다. 해설서에는 '유치원 돌봄교실 운영에 따른 교원의 업무경감과 교사가 유아의 전인적 발달과 행복한 성장을 위한 교육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라고 설명했다.
이유나 전교조 충남지부 교섭국장은 “대놓고 노동조합과의 단협을 지키지 않겠다는 선포”라며 “교육청이 관리자의 갑질과 부당노동행위를 조장하는 것인가? 주무 부서부터 이 지경이니, 유치원 원장(감) 등 관리자가 단협을 성실히 이행하는 것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라고 꼬집었다.
전교조 충남지부는 충남교육청이 올해 상반기 동안 유치원 교사들을 함부로 대하는 행태를 지속해 온 점을 지적했다. 지난 3월 유치원 교사의 8시간 근무 준수를 촉구하는 면담 자리에서 “(돌봄이 힘들면) 유치원 교사가 그만둬야지”, “교사의 희생은 당연하다”라는 등의 발언을 들어야 했다. 5월 모 유치원 교사들이 관리자의 ‘갑질 신고’ 사안에 대해서는 “내부 소통 부족에 따라 발생한 것”이라는 수상한 결정을 하기도 했다. 갑질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문제의 관리자는 유치원으로 복귀했다.
6월에는 4세대 NEIS 유아 학비 연수 자리에서 “전교조 단체협약 조항을 공문으로 안내해 줄 수 없다. 유아 학비가 교사 업무가 아님을 직접 교장에게 말하라”라고 단협 이행의 책임을 교사에게 떠넘기는 듯한 발언으로 공분을 샀다.
배경아 전교조 충남지부 유치원위원장은 “이번 발언은 그동안 교육청이 보인 행태가 선을 넘은 것이다. 아무리 부당해도 학교관리자의 명령이라면 복종의 의무로 군말 없이 따라야 하는가. 교사는 학교관리자의 부하가 아니다”라며 “1급 정교사 연수장에서 유치원 교직 관련 다양한 실무지식을 쌓고 전문성을 연찬하는 교사들에게 무력감을 조성하고 ‘유치원 교사의 직무 범위’에 대한 혼란을 가중했다. 이건 교육청에 의한 ‘교권 침해’라고 볼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전교조 충남지부는 2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유치원 교사들을 함부로 대하는 충남교육청이 행태를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면서 ▲충남교육감의 연수장에서 교사들에게 공식 사과 ▲위법하고 무분별한 발언 남발 재방 방지 대책 마련 ▲유치원 교사 8시간 근무 준수, 유아 학비 업무 배제, 돌봄교실 관리교원제 폐지 확고한 실행 ▲단체협약 충실 이행 등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