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교육부 업무보고에서 쏟아져 나왔던 윤석열정부의 교육정책들에 대한 교육현장의 우려가 깊다. 이에 대한 분석과 대응방안을 찾기 위한 연속토론회장이 마련됐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서울지부(지부장 김성보)가 진보교육연구소와 공동주관으로 기획하고 추진하는 토론회다.
토론회는 3월 22일 시작해 격주로 총 7가지 정책을 다루며 6월 14일 마무리된다. 정책토론주제는 ▲고교정책(3.22) ▲교원정책(4.5) ▲대학정책(4.19) ▲에듀테크(5.3) ▲학력경쟁(5.17) ▲유보통합(5.31) ▲ 임금-연금(6.14)이다. 연속토론회 내용을 <교육희망>을 통해 소개하고자 한다. 여섯 번째 토론주제 ‘유보통합’에서 나누었던 토론내용을 톺아보자!
지난 5월 31일, 전교조 서울지부 대회의실에서 '유보통합'을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 전교조 서울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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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번째 토론회에서는 유보통합과 관련해 현장의 답답한 상황을 나누었다. 나윤미 전교조유치원위원장의 발제로 시작된 토론회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유보통합 진행상황과 문제점, 전교조의 유보통합 방안을 개괄적으로 다루었다.
현재 윤석열 정부는 ①4월에 제3차 유아교육발전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어린이집, 사립유치원 대상 재정 지원 균등화를 발표, 구체안은 하반기에 제출 예정 ②23년 연말에는 유보통합추진단의 어린이집 교사 자격 부여 문제, 교사 양성 체계 시안 발표 ③이후 24년 말까지 시범 실시 후 개선안 및 통합교육과정 현장 적용안 발표 ④25년부터 전면실시할 계획이다.
21% 취원율부터 올리는 것이 우선!
우리나라의 국공립 취원율은 21%밖에 되지 않는다. OECD 회원국 평균 69%, 유럽 평균 76%와 비교해 보아도 그 비중이 매우 낮다. 의무교육인 초등학교가 98%, 중학교가 84%가 되는 우리나라 상황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수치다. 지금까지 유아교육 정책의 핵심은 오랜 기간 사교육에 의존해 왔던 유아교육을 공교육 안으로 가져와 유아교육의 질과 공공성을 높이는 것이었다. 최소한 초등학교, 중학교까지는 아니더라도 고등학교 수준인 60% 내외의 비율로 국공립 유치원의 확대가 필요하다.
하지만 윤석열 유보통합 계획에는 국공립 유치원을 확대하고 강화하는 유아교육 공공성 정책은 찾기 어렵다. 이주호 교육부장관은 ‘학부모가 사립유치원을 더 원한다면 사립을 지원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발언하기까지 해, 유아교육의 공공성을 공식적으로 포기하겠다고 선언한 것과 같아 모두의 귀를 의심케 했다.
사립유치원과 민간어린이집에 퍼주기식 지원은 '유아교육 공공성 역행'
올해 제3차 유아교육발전 기본계획에는 결국 국공립유치원은 확대 대신 소규모 유치원 통폐합 방식으로 구조조정을 하고, 반면 사립유치원이나 민간어린이집에는 유아학비를 더 지원하는 쪽에 방향을 맞추었다. 구체적으로 얼마나 인상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이미 사립유치원에 다니면 유아학비 또는 보육료 18만원, 방과후 2만원, 여기에 누리과정 지원금(약 13.5만원) 등이 더해지게 된다. 사립유치원과 민간어린이집의 선호도를 높이고 상대적으로 원아가 줄어드는 국공립유치원은 통폐합한다는 것이다. 이주호 장관 말처럼 정부가 내놓은 정책은 노골적으로 사립 유치원과 민간 어린이집에 예산을 퍼주고, 단적으로 유아교육 공공성을 역행하는 정책이다.
더군다나 사립유치원의 법인화 및 회계 투명성 강화 등 최소한 질관리를 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필요하지만 이런 것은 빠져있다. 오히려 교육자유특구가 만들어지면 학부모 수요에 부합한 공사립 지역맞춤기관으로 운영모델의 다양화를 이야기하고 있는데, 강남권의 영어유치원과 같은 것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토론에 참여한 한 유치원 교사는 “학부모들은 유아의 발달에 맞지 않는 과도한 선행학습, 외국어 교육을 요구한다. 사립 유치원과 민간 어린이집도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런 비교육적인 요구를 수용할 수 밖에 없고 이것이 다시 학부모들이 사립을 선호하는 까닭이 된다. 이런 악순환은 유아 발달 과정에 정말 큰 문제”이며 “학부모들이 사립을 원하면 사립에 지원하겠다는 이주호 장관은 이런 상황을 알고나 하는 말인지 되묻고 싶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교사는 “소위 특성화 교육이라는 명목으로 조기교육 과열을 부추기는 이런 정책은 아동학대와 다름없다”라고 덧붙였다.
교사 자격 문제, 1~2년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 아니다.
유아교육의 공공성과 질 확보는 유아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유치원 교사들의 질에 달려있다. 양성과정과 임용 후 교사 연수 등이 중요한 까닭이고 교원 자격과 직접 연계되어 있다. 유보통합의 또 하나 큰 난제가 유치원 교사와 보육교사의 자격 통합이다. 유아교육의 질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자격 수준을 유치원 교사에 맞춰서 높여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보육교사들의 자격갱신 과정을 어떻게 설계할지에 대한 방안이 나와야 한다.
특히 유보통합 일정에 쫓겨 자격부여를 남용할 경우는 큰 사회적 문제가 될 것이다. 또한 보육교사양성기관(지방대 보육관련 학과 등)이 받을 영향 등 여러 사회적 문제들을 어떻게 할 것인지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설사 대책이 있다 하더라도 자격 통합 문제는 양성과정 전체와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사회적 합의에 이르는 시간에 양성기관과 관련된 제도와 법을 정비하는 시간까지 고려해야 하는데 이걸 1~2년 안에 한다는 것은 애시당초 불가능한 일이다.
토론 과정에서 자격 문제와 관련해 또 하나의 쟁점이 불거졌다. 수익성에 민감한 민간 어린이집은 3~5세반을 포기하지 않고 0~5세반을 모두 운영하려고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한 교사는 “유보통합으로 사립유치원들도 나서서 0~5세 통합하겠다고 하면 공립유치원에서 0~2세 보육까지 담당하는 일도 도입될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되면 유치원 교사들에게 보육 교사 자격을 따라고 요구할 수도 있다. 이 문제에 대해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졸속적인 유보통합, 그 피해는 아이들에게
토론에 참여한 교사들은 모두 ‘졸속적인 유보통합은 오히려 유아교육의 질을 떨어뜨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또한 제대로 된 준비없이 추진되면서도 엄청난 예산을 민간어린이집과 사립 유치원, 학부모들에게 지원하는 것은 내년 총선 등 정치적 이해득실을 고려한 전형적인 포퓰리즘 정책으로 밖에 비춰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하반기에 유보통합은 교육계의 가장 큰 쟁점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유보통합은 유아교육 공공성과 관련된 문제이다. 유치원 교사 아니라 초중고 교사들이 함께 힘을 모아 대응할 수 있는 사안이다. 현재 교욱부가 막무가내로 추진하고 있는 유보통합의 민낯을 드러내고, 전교조를 비롯한 교사단체와 학부모, 시민 등 교육시민사회단체가 모두 함께 유보통합 투쟁을 펼쳐나가는 것이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