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6 릴레이③] 중대재해, 공무원 책임자도 처벌해야 한다!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 | 기사입력 2023/03/17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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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6 릴레이③] 중대재해, 공무원 책임자도 처벌해야 한다!
경영책임자와 공무원책임자 처벌은 안전한 일터와 사회를 위한 필수 과제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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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3/03/17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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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책임자와 공무원책임자 처벌은 안전한 일터와 사회를 위한 필수 과제


2022년 1월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 있다. 언론보도가 산재사망으로 한정해서 되고 있으나, 중대재해처벌법은 노동자 시민의 중대재해를 대상으로 최고 책임자를 엄정하게 처벌하는 법이다. 사망뿐 아니라 사고, 질병도 대상이며, 시민재해의 경우에는 공중시설, 공중교통수단, 화학물질을 비롯한 제조물 등이 적용대상이다.

 

철도 사고로 인한 시민재해는 철도공사 사장에게, 병원, 마트, 터미널 등에서 발생한 시민재해, 가습기 살균제 참사 등과 같은 시민재해에 대해 대표이사에게 책임과 처벌이 강제되는 것이다. 법이 시행되고 있으나 엄정한 집행과 실질 처벌까지 가는 길은 첩첩산중이다. 특히, 노동자 시민의 10만 국민청원 법안과 민주당, 정의당의 입법 발의안에 있었던 <공무원 책임자 처벌 조항>은 삭제되었다. 노동자 시민의 중대재해의 근본적 예방을 위해서는 ‘정부’의 책임과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역사적 교훈이 깡그리 무시된 것이다.

 

공무원 책임자 처벌은 안전한 일터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핵심적 과제 중의 하나이다. 수많은 참사가 공무원 책임자의 부실한 감독, 법을 위반한 인허가 등으로 발생했고, 동일유형의 참사 반복에는 생명과 안전이 아닌 돈과 효율 중심의 정부 정책이 있었다. 그러나 한국이 대형참사에 대한 처벌은 대부분 업무상 과실치사만 적용되어 행위 주체인 말단 공무원만 기소되었고, 솜방망이 처벌로 끝났다.

 

 

1993년 292명이 사망한 서해 훼리호 침몰 참사 때는 선박검사를 소홀히 한 책임을 담시 담당 계장에게 물었으나 집행유예 판결에 그쳤다. 재난참사의 핵심원인으로 지목되는 불법 부실 인허가는 기소는커녕 하나 마나 한 징계에 그치는 것이 대부분이다. 2014년 10명이 사망하고, 204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경주 마우나 리조트 체육관 붕괴 사고’는 당시 공무원의 인허가 문제가 밝혀졌으나, 처벌받지 않았다.

 

재난 참사의 핵심원인인 정책과 제도는 아예 제대로 된 조사조차 진행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2014년 16명이 사망한 판교 환풍구 붕괴 참사는 지역축제 및 행사의 안전관리에 대한 규제 완화가 밝혀졌으나, 정책을 추진한 공무원 책임자는 아무도 처벌받지 않았다. 올해로 20주년이 되는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는 전동차가 불쏘시개가 되어버린 대형 참극이었다. 외국에 수출하는 전동차는 내연재를 사용하여 고가로 제작 수출하고, 국내 전동차는 내연에 취약한 헐값 전동차로 192명의 시민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그러나, 피해자 유족과 전문가의 지속된 제기에도 대구 지하철 공사는 사고현장 물청소 실시에 대한 증거인멸로만 기소되었고, 그나마 최종심에서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2008년 이천 물류창고에서 발생한 화재 참사는 샌드위치 패널로 인해 화재가 대형화되고, 질식으로 40명이 사망했다. 참혹한 죽음은 2020년 한익스프레스 이천 물류창고에서 또다시 38명 건설노동자의 죽음으로 이어졌다. 공동주택, 버스 터미널 상가 등등 수십 명의 시민재해가 발생한 화재에서 <샌드위치 패널>이 지적되지만, 아무도 처벌받지 않고, 아무런 개선도 없다. 작년에도 올해도 수많은 대형참사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 공무원 책임자의 문제가 밝혀져도, 참사 당시 정치적 도의적 책임 운운하며 물러났다가 몇 년이 지나지 않아 다른 고위직으로 인사 발령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대형참사의 발생에도 공무원 책임자의 처벌이 검토와 폐기를 반복하는 가운데, 10.29 이태원 참사에서 윤석열 정부는 정치적 책임을 진 사퇴조차도 거부하는 천인공노할 사태에까지 이르고 있다.

 

 

경영책임자 처벌의 엄정한 집행과 더불어 공무원 책임자 처벌은 안전한 일터와 사회를 위한 필수 과제이다.

 

첫째, 반복적인 중대재해 발생에 형식적인 부실점검과 감독, 심지어 뇌물을 받고 결탁한 공무원과 이를 눈감아 준 공무원 책임자는 중대재해의 공범과 같기 때문이다. 공무원 책임자에 대한 처벌이 없이는 예방을 위한 수십 개, 수백 개의 법 제도는 그야말로 <종이호랑이>일 뿐이다. 공무원 책임자의 불법 부당 부실한 감독, 인허가 등 공무집행은 예방을 위한 법 제도를 사실상 무력화하는 것이며, 엄중한 처벌로 예방을 위한 법 제도가 실질적으로 작동되도록 하는 기본 조건이다.

 

둘째, 생명안전에 대한 부실한 정부 감독과 공무집행이 아무런 처벌 없이 용인되는 현실은 기업과 현장 일선에서 <법을 지키기 위한 비용보다 정부 점검과 감독을 피해 나가는 비용이 훨씬 더 낮고 가능하다는 인식을 심어 주기에 충분하다. 이는 1%도 실시하지 않는 노동부의 감독 등 턱에도 미치지 못하는 감독의 양적 물량문제와 합쳐져 예방을 위한 법 제도의 사문화로 이어지게 된다. 특히, 경제 규모에 비해 생명안전을 위한 법 준수 비율이 극단적으로 낮고, 단순하고 기본적인 안전조치를 위반하여 발생하는 전근대적인 산업재해, 시민재해가 다발하는 한국의 현실에서 정부 감독의 중요성은 매우 높다. 이에 부실한 점검과 감독, 인허가 등 공무집행에 대한 처벌 강화는 일터와 사회의 법 준수 및 안전과 직결되어 있다.

 

셋째, 생명과 안전을 위한 법 제도를 만들고 집행하며, 법에 명시되어 있지 않더라도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사업과 정책을 펼쳐나가는 일차적인 책임은 정부에 있다. 그러나 <안전>을 규제와 동일시하고, 생명안전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수많은 시행령, 고시, 지침을 후퇴시키고, 개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 정부의 행태이다. 정부는 기업의 요구를 수용하여, 규제개혁 혹은 규제혁신이라는 이름으로 안전규제를 무차별적으로 완화, 개악시켜 왔다. 중대재해에 대한 공무원 책임자 처벌은 생명안전에 대한 정부의 정책방향과 기조를 명확히 수립하는 지표로 작동될 것이다.

 

 

2022년 1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 있으나, 윤석열 정부의 노골적인 법의 개악 추진으로 안전을 강화하던 현장의 흐름은 중단되고, 감소추세였던 중대재해는 다시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법이 완화되어야 한다는 여론은 15%에 못 미치고, 노동자 시민의 54%는 법의 개정 강화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법의 엄정한 집행과 더불어 노동자 시민의 10만 동의청원 법안과 야당의 입법 발의안에 있었던 <공무원 책임자 처벌>을 수정 보완하여 개정 강화해야 한다. 그것이 반복적인 노동자 시민의 죽음의 행진의 고리를 끊어내고, 명실상부한 <안전한 일터와 사회>에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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