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학교 혼란과 숙제로 남은 교육 회복
올해 초 오미크론 확산세에 교육부는 역학조사 등 방역 당국의 역할까지 학교에 떠넘기는 학교 자체 방역 체계 도입 방침을 밝혔어요. 이에 대한 전교조의 긴급설문조사에 3일 만에 1만 명이 넘는 교사가 참여했고, 응답자의 98.6%는 ‘도입 반대’ 입장을 밝혔어요. 방역업무 과다로 정상적 교육활동이 마비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였지요. 교사들은 보완책으로 교원업무정상화 대책 마련, 교육지원청 차원의 방역업무 지원과 대체 교사 인력 운용 등을 요구했지만 수용되지 않았지요. 새 학기가 시작되었고, 준비 없는 등교수업 강행은 방역업무 폭주와 확진자 증가에 따른 대체 교사 부족 문제로 이어졌습니다. 결국 학교는 교육당국의 지원 없는 각자도생의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코로나로 인한 원격수업 장기화에 따른 교육격차와 정서 문제 역시 가시화되고 있어요. 청소년 건강행태조사 결과 지난해 청소년 4명 중 1명(27%)은 일상생활을 중단할 만큼 우울감을 느꼈다고 해요. 코로나로 등교수업을 못한 학교일수록 성적 양극화가 심각해졌다는 보고서, 사상 최대치를 찍은 사교육비와 사교육 양극화 등의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습니다. 하지만 학급당 학생수 감축과 교원 확보를 통해 기초학력을 강화하는 방식이 아닌 정원외 기간제 교원 배치 등 정부의 겉핥기식 교육 회복 방안에 교육계는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어요.
만 5세 초등취학 정책 저지
뜨거운 여름보다 더 뜨겁게 교육계를 달군 건, 교육부의 설익은 ‘만 5세 초등취학 학제 개편’ 구상 발표였지요. 전교조 등 교육계와 보육계, 학부모, 시민들은 ‘만 5세 초등취학 저지를 위한 범국민연대(범국민연대)’를 꾸리고 정책 철회를 요구했어요.
▲ 만5세 초등취학 저지를 위한 범국민연대’가 8월 10일,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만5세 초등취학 정책의 폐기를 환영한다.”라며 투쟁승리를 선포했다. © 교육희망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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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9일 대통령 업무보고, 8월 1일 범국민연대 발족과 투쟁 선포, 용산 대통령실 앞 릴레이 집회와 전국 동시다발 1인시위, 장관 퇴진 촉구, 정책 반대 20만 온라인 서명 등 전국민적 반발이 이어지면서 박순애 당시 교육부 장관은 8월 8일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를 발표합니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해석이 나왔고요. 8월 9일 국회에 출석한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만 5세 초등취학 정책 폐기와 원점 재검토 입장을 밝힙니다. 범국민연대는 이것을 ‘전 국민이 힘을 모아 이뤄낸 10일의 기적’이라면서 우리는 ‘국민의 뜻에 반하는 정책의 결말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게 되었다.’고 평가했지요.
전교조 결성 당시 국가 탄압 인정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원회)가 1989년 전교조 결성 관련 교사 해직 사건을 위법한 공권력 행사로 인한 중대한 인권침해라고 공식 인정했어요. 국가는 피해 교사들에게 공식사과하고, 회복을 위해 배·보상을 포함한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했지요.
진실화해위원회에 따르면 정부는 교원노조 결성 방해를 위해 문교부(교육부)에 교사 사찰을 전담하는 ‘교원전담실’을 두었대요. 일상적 동향 파악은 물론 친지와 학부모까지 사찰해 안기부와 청와대까지 보고했다네요. 전국의 시·도청, 구청, 동사무소 공무원까지 동원되어 전교조 탈퇴를 종용하고, 전교조 주요 간부들의 대공 혐의점을 찾기 위해 보안사는 민간인 사찰까지 했대요. 30년 넘도록 이어진 의혹의 ‘카더라’들이 사실로 확인된 거죠.
▲ 전교조와 89년 전교조 결성으로 해직된 교사들이 9일 오전 11시,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국가폭력 사과하고, 89년 전교조 해직교사 피해회복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 교육희망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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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폭력으로 5년 넘는 기간을 ‘거리의 교사’로 보내야 했던 해직 교사들은 이후 교단에 복귀했고, 전교조 활동 역시 교육 분야 민주화운동으로 인정되었으나 지금껏 피해 교사 지원 방안은 전무했어요. 만시지탄이지만 이제라도 정부는 해직 교사에 대한 국가 차원의 공식 사과와 피해 회복을 위한 실질적 조치에 나서야겠죠.
이와 같은 결정을 환영하는 전교조의 기자회견에 참석한 백발이 성성한 퇴직 교사의 이야기 속 잊지 말아야 할 사람들을 생각합니다. 1989년 참교육 1세대를 자임하며 전교조 지키기에 나서 싸우다가 퇴학당하고 목숨까지 바친 학생들. 그들을 기억하고, 그들의 고통과 피해를 함께 해결해야 한다는 당부를요.
끊이지 않았던 교육부 장관인사 논란
파란만장(?)했던 교육부 장관 인선 결과도 돌아볼까요? 첫 장관 후보자는 김인철 전 한국외대 총장입니다. 군 복무 중 대학원 수강 특혜, 총장 재직 당시 대기업 사외이사 겸직, 회계 부정, 학교발전기금 모금 빌미로 금수저 학부모 전수조사실시, 한국풀브라이트 동문회장 재직 당시 온 가족 재단 장학금 수혜 등으로 지명철회 여론이 빗발쳤고, 청문회도 열리기 전 ‘자진 사퇴’하지요.
▲ 박순애 교육부 장관이 8일 오후 5시 30분, 여의도에 있는 한국교육시설안전원 건물 1층 로비에서 사회부총리겸 교육부장관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 교육희망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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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애 교육부 장관은 음주운전 전력, 논문 실적 부풀리기 의혹, 조교 갑질 논란 등으로 교원단체들까지 나서 지명철회를 촉구하지만, 국회 공전으로 인사청문회 절차 없이 장관에 임명됩니다. 하지만 사교육 업체를 통한 생활기록부 첨삭 컨설팅 의혹에 만 5세 초등취학 정책으로 사퇴 촉구 여론이 거세어지고, 결국 모양새는 ‘자진사퇴’지만 사실상 ‘경질’로 한 달 남짓한 임기를 끝내게 됩니다.
이어 이명박 경쟁교육의 상징 이주호 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10년 만에 돌아옵니다. 이주호 장관은 자사고와 외국어고 부활을 예고하고, 이해충돌 논란이 제기되는 에듀테크 활용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요.
거꾸로 가는 윤석열 정부 교육정책
윤석열 대통령의 주요 교육 공약은 △입시제도 단순화와 정시 비율 확대 △자사고·외국어고 폐지에 반하는 고교 다양화 △일제고사 우려를 낳고 있는 전수 학력평가 실시 △초등 돌봄교실 운영을 8시까지 확대하는 온종일 돌봄 △초중등 교육과정에 AI 교육 필수화 △교육감 직선제 개선 등이 있어요.
▲ 전교조는 11월 12일 숭례문 앞 광장에서 ‘윤석열 정부 교육개악 저지! 개혁입법 쟁취!를 위한 전국교사대회’를 진행했다 © 교육희망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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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를 돌아보니 교육계의 반발에도 뚜벅뚜벅 공약 이행 중이네요. 이주호 장관은 언론인터뷰를 통해 자사고, 외국어고 관련 정책변화를 검토 중(이라고 쓰고 ‘존치’라 읽어요.)이라고 밝혔고, 내신 절대평가, 입시제도 변화 최소화를 언급했지요. 자사고, 외고 폐지 없는 내신 절대평가는 자사고 쏠림으로 고교 서열화를 강화하지 않을까 우려돼요. AI 교육 확대 내용은 2022 개정 교육과정에 구체화했어요. 대통령의 ‘지난 정부에서 폐지한 학업성취도 전수평가를 원하는 모든 학교가 참여하도록 하겠다’는 발언 역시 일제고사 부활이 아니냐는 논란을 가져왔고요. 교육부는 ‘원하는 학교’에서만 시행한다고 수습에 나섰지만 이미 몇몇 교육청에서 전수평가 강요 입장을 밝힌 만큼 한동안 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교육부는 지금까지의 ‘반대’ 입장을 뒤집고, ‘시도지사-교육감 러닝메이트제’에 ‘찬성’ 의견을 내 논란이 되기도 했지요. 교육부에 ‘교육을 최우선에 둘 것’을 기대하는 게 그렇게 큰 바람인가요?
아우 돈 뺏어 형님 주는, 고등·평생교육회계 신설
재정·교육 당국이 유·초·중등 교육예산인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부금) 중 일부를 떼서 고등·평생교육 예산으로 전용하겠다고 밝혔어요.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형국이고, 아우 과자를 뺏어 형님을 주겠다는 식이죠. 정부는 교부금법을 개정해 고등·평생교육 특별회계를 신설하고, 유·초·중등 예산을 줄여 고등교육 예산에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요. 교육계는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으로 고등교육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요.
경제지를 중심으로 ‘흥청망청 교부금’, ‘남아도는 교부금’ 보도가 나오고 있지만 이는 재정 당국의 세수 추계 오류에서 비롯되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어요. 교육계는 코로나 이후 과밀학급 해소를 위한 학급당 학생수 감축, 정규 교원 확충은 물론 노후건물 보수 등 교육 여건 개선을 위해 더 많이 예산이 필요하다고 말해요. 이 같은 여론을 반영하듯 교부금 축소 반대 범국민 서명운동에는 20일 남짓한 기간 동안 총 10만 788명이 참여했지요.
▲ 12월 1일 국회 소통관에서 167개 단체로 꾸려진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수호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와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국회의원, 전국시도교육감들이 함께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김진표 국회의장에게 고등평생교육특별회계 관련 법안의 예산안 부수법안 지정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 교육희망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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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교육위원회는 지난달 29일 여·야·정 협의체를 꾸려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지만, 김진표 국회의장은 다음날 관련 법안을 2023년도 예산안과 함께 처리해야 하는 ‘부수 법률안’으로 지정했어요. 그리고 24일 국회는 본회의를 열고 예산안을 처리합니다.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 3년 한시로 신설, 재원은 교육세 세입 중 유아교육지원특별회계 지원액을 제외한 금액의 50%(2023년의 경우 1조 5000억원)’로 명시한 부수 법안과 함께.
헌데 당초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 예산안에는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 관련 예산이 없어요. 그래서 논의와 협의가 필요했다는 거였죠. 교육 백년대계를 말하면 뭐 하나요. 여야 막론하고 날림인 것을.
국가교육위원회 불안한 출발, 갈지자 행보
사회적 합의를 통해 우리나라 중장기 교육정책의 방향을 세우는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가 9월 출범했어요. 하지만 백년대계 교육 청사진을 마련할 것이라는 기대보다는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큽니다.
교육이 정권에 따라 갈지자 행보를 걷는 상황에서 교육부에 제대로 된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여론이 형성되었어요. 별도 기구에서 교육 전반을 논의하기 위해 국교위가 설립되었지만 국교위법 시행령 제정, 직제 및 운영 규정을 마련하는 설립준비단부터 교육부 인사로 꾸려져 실무를 담당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연출된 거죠. 그 결과 정부 여타 위원회의 5분의 1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예산, 대폭 축소된 규모는 국교위법에 명시된 중장기 교육계획을 세우기 위한 국민 의견수렴을 하기에도 힘에 부칠 구조입니다.
국교위법 1조는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 중립성을 명시했지만, 이배용 국교위 위원장은 박근혜 정부 시절 한국사 국정화를 주도한 인물입니다. 대통령 지명인사로 보수 일색, 정파성이 뚜렷한 인물이 선임되면서 교육 전문성 부족에 대한 지적도 나옵니다. 그리고 2022 개정 교육과정 심의 과정에서 우려는 현실이 되었어요. 교육계가 국교위에 기대한 건 이런 게 아닌데 말이죠.
교육의 정치화, 2022 개정 교육과정 논란
교육부는 지난 8월 생태전환교육, 노동교육 등을 아무런 설명 없이 삭제한 교육과정 총론 시안을 발표했어요. 대국민 설문조사, 현장 교원 중심 토론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총론 내용 중 일부를 교육부가 임의로 수정하였고, 국민참여소통채널을 열어 다시 국민 의견수렴에 나선다고 선언했지요. 그 결과 ‘민주주의’를 ‘자유민주주의’로 바꾸고 ‘성’ 관련 표현을 사실상 모두 삭제하는 등 ‘국민 의견’ 뒤에 숨어 정권의 입맛에 맞게 교육과정이 수정되었고요.
▲ 12월 6일 오후 4시, 국가교육위원회 교육과정 심의회의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전교조를 비롯한 교육시민단체 회원들이 교육과정 개악을 막기 위해 집중선전전을 진행하고 있다. © 교육희망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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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교육과정 연구진들 사이에서 ‘교육과정심의회 회의 결과를 왜곡한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고, 사실 확인을 위해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이 회의록 공개를 요구하였지요. 교육부는 ‘공개 거부’로 버티다가 여당 의원들까지 공개 요구에 가세하자 해당 의원들에게 회의록 일부를 열람하도록 했다고 해요. 회의록을 열람한 의원들은 ‘자유민주주의’ 용어 사용에 대해 어느 단위에서도 합의에 이르지 못한 점을 확인하였다고 밝혔고, 일부 교육과정심의회 운영위원들 운영위원장인 교육부 차관을 직권남용으로 고발했어요.
국가인권위원장까지 나서 우리 사회 인권 담론을 후퇴시키는 개정안을 비판하며 성평등, 성소수자 용어를 삭제한 결정에 ‘유감’을 표하고, 노동인권교육을 교육과정에 중요하게 반영할 것을 요구하였어요. 교육시민단체들은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에 책임 있는 심의를 촉구하는 선전전 등을 진행하였으나 국교위는 교육부의 시안을 대부분 수용하는 결정을 하지요. 국교위 위원 일부는 이에 반발하는 입장문을 내기도 해요.
국교위까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누더기 교육과정’이 고시되었어요. 여기에 장관이 언론인터뷰 등을 통해 예고한 자사고와 외국어고 존치계획을 슬그머니 명시하며 기울어진 운동장을 더욱 강화하는 모양새입니다. 피해는 고스란히 학교와 학생에게 돌아오겠지요.
높아진 교사 교육권 보장 요구 목소리
코로나 이후 학교와 교사의 역할이 부각 되면서 교사의 ‘교육권’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어요. 지난 8일에는 교사에게 학생 생활지도의 법적 권한을 부여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 지난 9월 23일 오전 9시 30분, 국회의원회관 제2간담회의실에서 '교권침해 대응방안 토론회'가 열렸다. © 교육희망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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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안은 교원의 교육활동을 위해 필요한 경우 법령과 학칙으로 학생 생활지도 권한을 정할 수 있도록 했어요. 1948년 교육법이 제정된 이래 교사에게는 ‘교장의 명’ 혹은 ‘법령’에 따라 학생을 교육한다는 문구 이외에는 학생을 지도할 어떠한 ‘교육적 권한’도 없었어요. 일부 학생들의 교육활동 방해 행위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교실 내 모든 학생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 교사가 정당한 지도에 불응하는 학생을 제지하는 교육적 권한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은 거죠.
교육부가 낸 교육활동 침해 예방 및 대응 방안에는 △교사의 학생 생활지도 권한 법제화 △교육활동 침해 학생 즉시 분리 조치 △교육지원청 교권보호위원회 신설 △교육활동 침해 학생 조치사항 학생부 작성 등의 내용이 담겼어요. 전교조는 교육활동 침해 조치 내용 학교생활기록부 기재에 반대합니다. 교육적 학생 지도라는 본래 역할은 충족하지 못한 채 ‘학생 위협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고, 학생부 기재를 막기 위한 법적 분쟁이 늘어나는 등 심각한 부작용이 초래될 수 있다는 게 이유에요. 교육지원청에 추가 설치하는 교권보호위원회는 그 역할을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고요.
궁극에는 교사에게 생활지도 권한은 물론 교육과정 편성권, 평가권 등 수업 전반에 대한 온전한 권한을 부여하고, 교육의 핵심 당사자인 학생, 교사, 보호자의 권리와 권한이 상호 존중되는 학교자치법 제정 역시 과제로 남아있어요.
교육-지방자치 선거 결과 지각변동, 보수교육감-시도의회의 진보 교육정책 지우기 시도
올해 6월 교육자치 선거 결과 진보·중도 성향으로 분류되는 교육감 9명, 보수 성향 교육감 8명이 당선되었어요. 대선 직후 치러진 지방선거라는 정치 지형 속에서 교육정책의 지각변동이 예상된 상황. 정치 중립을 표방한 교육감 선거 역시 ‘진보’와 ‘보수’ 교육이라는 구호 속에서 정치와 무관하기도 힘든 게 현실이었지요.
▲ 교육시민단체들은 12월 16일 서울시의회 본회의장 앞에서 서울교육예산삭감철회촉구 집중 공동행동을 진행했다. © 전교조 서울지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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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과정을 살펴보면 교육정책은 실종되고 ‘단일화’가 최대 이슈가 되었어요. 보수·중도 교육감 후보 중 10명은 ‘전교조 OUT’을 내걸고 노조 혐오 논리를 서슴없이 내비치기도 했습니다(그 가운데 6명은 낙선입니다). 교육계는 한 단계 전진하는 진보 교육 담론을 형성하지 못했고, 보수교육감들은 시대의 화두가 된 공정 담론에 편승해 경쟁 강화 정책을 냈지요. 언론은 이번 선거 결과를 ‘보수교육감 약진’으로 표현했어요.
그 결과 일부 보수 교육감 지역서는 일제고사 부활을 시도하고, 혁신학교 등 진보 교육감 정책 지우기에 나서고 있지요. 갑작스런 정책변화로 인한 혼란을 고스란히 떠안은 건 학교 현장이에요. 진보 교육감들의 상황도 녹록하진 않아 보입니다. 서울시의회는 시교육청의 내년 예산 가운데 학교의 기본살림을 위한 학교기본운영비, 전자칠판보급사업비, 혁신교육지구 사업비 등을 삭감해 ‘교육감 길들이기’, ‘교육예산의 정치 쟁점화’라는 이야기까지 나옵니다.
지난 12월 8일 갑작스레 우리 곁을 떠난 고 노옥희 울산시교육감 역시 민주시민교육, 혁신교육, 노동교육 등 교육청 주요 사업 예산이 시의회 심의 과정에서 삭감되면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하지만 ‘한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교육’을 위한 많은 이들의 노력은 계속될 겁니다. 우리 모두의 참스승이셨던, 고 노옥희 선생님을 끝까지 기억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