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공간과 학용품 그리고 일상의 안전 이대로 괜찮은가?
코로나 19란 초유의 사태가 3년여 동안 지속되고 있다. 일련의 과정을 통해 역설적으로 안전과 건강의 소중함을 몸소 체감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학생들과 선생님들의 삶터인 학교 공간은 안전하지 않다. 학교 공간과 학용품 등에서는 여전히 중금속과 환경호르몬이 검출되어 학생들과 선생님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린스마트 미래학교라는 대대적인 학교공간 혁신 정책이 시행 중이다. 하지만 ‘그린’이란 이름과 달리 현재 공간혁신은 물리적 공간 변화에만 방점을 두었지, 건축 내장재나 책상, 사물함 등 가구류 안전에는 제대로 관심을 기울이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제대로 된 안전 기준과 이를 담보할 시공 지침 등이 없기 때문이다. 학생들 책상이나 의자에서는 여전히 납이 검출되고 교육부와 각 시·도교육청에서 손꼽은 공간 혁신 학교들의 내장재조차도 과도한 유해물질이 검출되는 상황이다. (2019년 녹색서울실천공모사업 ‘유해물질 없는 건강한 학교 만들기’를 통해 서울 소재 11개 초등학교의 교실과 도서실의 유해물질 현황을 점검하여 마련한 보고서이다. 수년간 현장 조사를 꾸준히 실천해오고 있으나 대부분 많은 학교들이 검사를 꺼리는 상황으로 제대로 된 기본 현황을 파악조차 못 하고 있는 실정이다) 학교 신축 과정에서 내장재 안전 기준이 약하고 제대로 된 현황 조사와 방안이 구현되지 않기 때문이다.
▲ <사진> 서울시 초등학교 교육환경 중 유해물질 보고서 – 실태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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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사안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중금속인 납과 브롬의 검출량이 예사롭지 않다. 문제는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게시판, 사물함, 바닥재 등등에서 나온 수치라는 점이다. 사실 더 큰 문제는 이와 같은 학교 현장에 대한 기본적인 현황 조사 및 자료가 없다는 점이다. 현황 파악을 위한 전수 조사는 고사하고 최소한의 기본적 조사도 잘 이뤄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학기 초 단골 뉴스 기사가 있다. 학용품 유해 성분에 관한 기사다. 그런데 이 기사들은 심각한 문제가 있다. 학용품 등에서 유해 성분이 나온 것은 분명 사실이지만, 해마다 이 기사들이 나오는 시점들이 학기 초 직전이기 때문이다. 이는 기사들은 단순히 3월 새학기를 맞아 계기 시사로 되풀이하는 방식으로만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 이후 발암물질 생리대, 발암물질 아기 욕조 등등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기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왜 그런 일들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지, 이를 진정 막아낼 대책은 없는 것인지에 대한 제대로 된 기사와 또 이에 대한 정책 당국과 업계의 실질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납 성분 '기준치 112배' 샤프 등 유해 학용품 무더기 적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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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2.24. 한겨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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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호르몬 과다 검출' 학용품·가방 등 53개 제품에 리콜 명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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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2.24. MBC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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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용품 '유해물질 범벅'…. 안경테서 1122배 납 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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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2.24. JTBC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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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동용 의류 등 50개 제품 리콜 명령
…혹시, 우리 아이 슬라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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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3.9. 산업통상자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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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스러운 것은 이런 문제들에 대해 교육 당사자인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목소리를 내면서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오롯하게 이 문제를 10여 년 넘게 연구하고 조사해 온 ‘발암물질 없는 사회만들기국민행동’ 등 시민단체와 ‘노동환경연구소’ 연구원과 활동가들 덕분에 공론화가 되면서 새로운 변화가 모색되고 있다.
‘유자학교’로 열어가는 새로운 변화
가습기 살균제 사태와 발암물질 생리대 등등 큰 사건이 있었지만 정작 대책이 잘 마련되지 못한 것이 현실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화학물질 비밀은 위험하다> 저자인 김신범 선생님과 만나 뵙고 함께 공부하면서 유해물질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그러면서 많은 학교 학생들과 선생님들 그리고 꾸준히 이 활동을 열어 오신 연구원과 활동가분들과 더불어 유해물질 문제를 함께 풀어가기 위해 ‘유자학교’를 기획하여 아름다운재단의 지원 속에서 3년째 전국 각지의 70여 학교 2,000여 명의 학생들과 유쾌한 수업을 열어가고 있다.
‘유자학교’라는 이름을 듣고 많은 이들이 과일을 중심으로 하는 학교라고 생각한다. ‘유자학교’의 원래 뜻은 ‘유해물질로부터 자유롭고 안전한 학교’다. 그런데 캐릭터까지 귀여운 유자로 해서 유자학교라 이름 붙인 까닭이 있다. 유해물질하면 부정적인 이미지로 더 이상 언급을 꺼리기 때문이다. 위험 커뮤니케이션에서는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사람들은 문제 자체를 외면한다고 경고한다. 이런 점에 착안해서 부정적 메시지에 갇히는 것이 아니라 유자처럼 상큼한 과일을 떠올리면서 아이들과 새로운 변화를 일궈가기 위해 이름을 붙였다.
유자학교 수업으로 나눈 내용은 학생들과 동료 선생님들과 학부모님들께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학생들이 평소 사용하는 학용품과 체육용품 그리고 생활용품 등에 관심을 갖고 직접 조사를 하면서 안전하고 건강한 생활의 중요성을 체감하면서 변화를 모색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유자학교는 홈페이지를 통해 교육활동 워크북을 비롯해 다양한 자료를 공유하고 있다. 올해만 해도 전국 각지의 여러 학교 선생님들께서 자발적으로 참여하면서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단순히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로서만이 아니라 그 제품의 안전 여부를 요청할 수 있는 권리 주체로 자리매김하면서 당당한 시민으로 자리매김하는 교육을 준비하는 것이다. 안전한 제품을 만들어달라는 요청뿐만 아니라 안전한 제품을 만들 것을 당당히 제조사와 정책 당국에 요청하는 일련의 과정을 수업으로 담아내고 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이 동시대 시민으로서 우리 사회의 당당한 주인공으로 함께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학생들이 스스로 배우고 실천한 사례는 아래처럼 EBS 뉴스를 비롯한 언론과 환경부와 전국 시도교육청에 소개되었다. 이 과정이 매력적이었던 것은 실제 수업에 참여했던 학생이 직접 출연하여 일련의 과정을 발표했다는 점이다.
링크 주소: https://www.youtube.com/watch?v=SgreMPalcNM&t=70s
유자학교 덕분에 교직 생활의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학생들뿐만 아니라 활동가, 전문가들과 더불어 유해물질로부터 안전하고 건강한 교육환경을 직접 만들어가는 입체적인 수업을 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어린이, 선생님, 학부모, 전문가 등 여러 주체의 자발적 참여와 실천을 통해 발 딛고 있는 삶터를 바꿔나갈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유자학교 활동 내용은 새로 마련한 초등 사회 교과서에서도 수록되었다.
▲ 초등사회 교과서 4학년 1학기 (천재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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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자학교는 유해물질로부터 안전하고 건강한 교육환경을 만들면서 유해물질에 민감한 어린이의 활동공간인 초등학교를 비롯해 어린이집, 유치원, 중․고등학교를 건강하고 안전한 공간으로 바꾸면서 교육 생태계를 바꾸는 담대한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가고 있다. 안전마크를 만드는 과정에서 조달청과 대형유통사와 협약을 맺어 안전한 제품만을 유통하게 하면서 유해물질이 적게 함유된 안전한 제품의 생산과 유통을 지원하고 학교와 연결하면서 건강한 학교를 위한 사회적 공감대를 만들어가는 것을 모색하고 있다. 유자학교 홈페이지에 오셔서 다양한 가능성을 함께 꿈꾸며 새로운 변화를 펼쳐나갈 것을 추천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