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도 따위는 상관없는 우리들의 잔치!

이혜순 · 경기 송천분교 | 기사입력 2021/12/09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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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도 따위는 상관없는 우리들의 잔치!
코로나시기, 학급마무리 이렇게
이혜순 · 경기 송천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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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12/09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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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시기, 학급마무리 이렇게

 

▲ 경기 송천분교 마무리잔치  © 이혜순 선생님 제공


 올해도 한 해를 마무리하며 아이들과 마무리 잔치를 했다. 마무리 잔치라 하면 학예회를 떠올리겠지만 학예회가 아니다. 1년 동안 배우고 익힌 것을 우리 아이들이 몸으로 드러내는 시간이다. 완성도 따위는 상관없다.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만큼 할 뿐이다. 다만 무대가 있고 관객이 있을 뿐이다. 그곳에서 아이들은 도전하고 성장한다.

  

 이번 마무리 잔치에서 우리 3학년 아이들은 국악 시간에 배운 홀로아리랑, 음악 시간에 배운 사물놀이, 방정환 선생님의 '노래주머니' 낭독 등을 발표했다. 과거 강당을 가득 채웠던 부모님들은 학년 밴드 라이브로 관람하면서 댓글로 뜨겁게 응원해 주었다. 코로나 상황에서도 아이들이 잘 배워서 열심히 하는 모습이 마냥 기특한 모양이다. 우리 학교에 처음 오신 선생님은 아이들 각자의 다양성이 존중받는 자리라며 무척 좋아했다. 학년마다 개인마다 서로 색깔이 다르고 하고 싶은 것이 다양하고 때로는 무대에 서고 싶지 않은 마음이 부딪혀와서 이야기 나누고 회의를 거쳐 마무리 잔치를 만들어왔으니 그럴 만도 하다.

  

 마무리 잔치를 끝낸 뒤에는 마음에 남는 것들을 쓰고, 쓴 글을 함께 읽으면서 아이들이 겪은 것들을 나누었다. 설렘, 떨림, 잘하고 싶은 마음, 부러움, 동생이나 선배들을 칭찬하는 내용, 아쉬움들이 모두 담겨 있다. 겪기를 하고 나서 바로 쓴 글에는 아이들 마음이 오롯이 잘 담겨있어 참 좋다. 무대에 오르는 건 안 하고 싶어 한 진호가 쓴 글이 눈에 띈다.

 

 "내가 무대에 올라가면 모든 눈동자가 날 보는 기분이 든다. 난 소심한 걸까? 그냥 부끄러운 걸까? 열심히 연습했는데 막상 올라가기 그렇다. 난 내가 쓴 글, 그림, 연습한 춤, 노래는 나 혼자 보고 싶다. 그리고 밤하늘 팀이랑 우주 팀의 그림자가 너무 멋졌다. 난 학교 마무리 잔치보다 코로나 마무리 잔치가 하고 싶다. 코로나 끝나는 잔치"

 

 이렇게 아이들은 글을 쓰고 나누면서 서로를 좀 더 이해하기도 또는 자신의 한계를 바라보기도 한다. 그러다보면 막혔던 것들이 풀어지고 다음 해에는 오히려 거리낌 없이 도전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래서 우리 진호가 내년에는 더 용기를 내지 않을까 기대가 된다. 이렇게 올해도 아이들과 마무리 잔치를 하며 한 해를 마무리한다. 2021년 모두 애썼고 2022년 우리는 더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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