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중계 / 신영복 교수 특강 ‘교사로 산다는 것은’

‘인간적 가치의 학교’는 지켜야 할 숲

정리 유동걸 기자 | 기사입력 2007/09/04 [21:03]

지상중계 / 신영복 교수 특강 ‘교사로 산다는 것은’

‘인간적 가치의 학교’는 지켜야 할 숲

정리 유동걸 기자 | 입력 : 2007/09/04 [21:03]
지난 9월 1일 ‘대화와 실천을 위한 교육사랑방’ 10주년을 맞아 우리 시대 지성을 대표하는 신영복 교수가 축하 강의 원고를 보냈다. 주간<교육희망>은 강의 원고 내용을 간략히 추려싣는다.

도(道)란 무엇인가? 도란 글자 그대로 ‘길’입니다. 길을 가리키는 것이 사(師)이고 스승입니다.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가리키는’ 것이 스승의 도리입니다. 그러나 스승이 길을 가리키는 사람이란 뜻으로 이해할 경우 어느 누구도 ‘길’을 묻는 사람이 없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다투어 그 곳으로 달려가려는 목표가 이미 있기 때문입니다. 묻는 것은 다만 그 곳으로 가는 방법에 관한 것일 뿐입니다. 그런 점에서 스승은 없습니다. 화폐가치가 유일한 패권적 권력으로 군림하고 있는 사회에서 <더 이상의 길>은 없습니다. 이것이 오늘의 현실입니다.

“교사로 살아간다는 것”은 스승을 찾는 일이고, 스승이 되는 일은 곧 길을 찾는 일이며 길을 만드는 일에 다름 아닙니다. 교사로서의 삶을 고민하는 여러분과 몇 가지 고민을 공유하려고 합니다.

첫째는 스승은 인간적 가치이며 동시에 사회적 가치라는 점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가치는 <오늘로부터 독립>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둘째, 이러한 가치를 정립하기 위해서는 비판적 성찰과 그것을 위한 환상의 청산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오늘 이 두가지 점과 이러한 실천에 요구되는 인간적 작풍(作風)에 관한 몇 가지의 소견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오늘로부터의 독립, 그것은 오늘의 지배이데올로기로부터의 독립을 의미합니다. 이데올로기란 특정 집단의 이해관계가 논리적으로 제시된 것이며 한 사회의 지배이데올로기란 그 사회의 지배계급의 이해관계를 이론화한 것이기 때문에 스승의 독립성이란 당연히 특정 지배 권력의 이해관계로부터의 독립성을 의미합니다. 이것은 스승이 그 사회의 기본적인 과제를 통찰할 수 있는 기본적 조건이며, 동시에 당대 사회의 과제를 보다 장기적이고 포괄적으로 전망하게 하는 조건이기도 합니다. 이것은 스승으로 하여금 이데올로기의 차원을 뛰어넘게 하는 가장 결정적인 조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스승이 인간적 가치이고 동시에 사회적 가치를 담지해야 한다는 논의의 기초에는 이러한 독립성의 과제가 놓여 있는 것이며 현실적으로는 상품가치, 자본패권(覇權) 그리고 신자유주의적 세계질서로부터의 독립이 당면의 과제가 되고 있는 것은 물론입니다

성찰은 자각적 개인으로 하여금 자신의 정체성과 주체성을 담보하게 하는 궁극적 모태입니다. 성찰은 최종적으로는 창조적 전망성을 담보해 내는 ‘최고형태의 인식’입니다. 오늘의 교육 현실에 있어서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냉정한 성찰이라고 할 것입니다. 교육문제에 대한 사안별 정책처방은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그것은 근본에 대한 성찰이 있은 다음이어야 할 것입니다.

유럽의 완고한 보수적 구조에 절망했던 그람시는 진지(陣地)와 헤게모니에 대하여 이야기합니다. 인간적 가치를 지킬 수 있는 진지, 그리고 지배이데올로기에 맞설 수 있는 저항담론으로 무장한, 이데올로기의 헤게모니를 간절하게 소망했던 그의 고뇌를 읽을 수 있습니다. 사람을 중심에 두고 인간적 가치를 지키는 진지 그것이 학교입니다. 아마 우리시대에 남아 있는 유일한 진지가 학교일 것입니다. 도도한 물결에 무너지는 전선이고 또 쏟아지는 비를 피할 수는 없는 작은 우산에 불과하지만 학교는 우리 시대의 진지입니다.

인간적 가치를 지키고, 성찰성을 드높이고, 환상을 청산하는 실천의 최전선임에 틀림없습니다.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전선이며 진지입니다. 우리가 지켜내어야 할 숲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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