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티나무::주지주의 교육에 지쳐가는 내 딸

강신만 | 기사입력 2001/07/04 [09:00]
느티나무::주지주의 교육에 지쳐가는 내 딸
강신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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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1/07/0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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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2 여자 아이의 애비입니다.
요즘은 기말고사 시험기간이라고 밤 12시까지 독서실에서 시험 공부를 하고 돌아옵니다. 얼굴에서 해맑은 아이들의 천진함이 서서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오늘은 더 답답한 상황을 제 눈으로 확인했습니다. 저녁을 먹고 다시 독서실로 간 아이의 방문을 열어보다 피아노 위에 올려져 있는 문제집을 보게 되었습니다. 필승평가문제 가정, 필승평가문제 미술, 필승평가문제 음악…. 아이들은 시험을 위해 어쩌면 전혀 도움이 안되는 합계 400페이지짜리 문제집을 가지고 씨름을 해야 합니다. 문제집을 들춰 보았죠. 더 기가 막히더군요. 미술에서 음악에서 가정에서 아이들은 뜻도 모를 용어를 이해하며 문제집을 풀어야 합니다. 미술 1학기 13개 단원. 소묘, 수묵화, 수채화, 조각, 조소, 서예, 판화디자인, 꾸미기 등에서 아이들은 미술 시간에는 단 한번도 해보지 않았을 수묵화의 구륵법, 몰골법, 백묘법, 갈필법, 운염법의 의미를 시험을 위해 공부를 해야 합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를 선택하여 평가 없이 실기 위주로 배우는 것이 바람직하건만 쓸데없는 주지주의에 함몰되어 있는 우리 교육에 정말 환멸을 느낍니다. 정말 탈피 할 수 없는 것입니까? 물론 선생님들의 책임이 아니라는 것은 잘 압니다.
멍청한 교육부의 통제와 자신의 영역을 수호(?) 하려는 그 잘난 교수들의 과목이기주의가 합작된 작품이라는 것도 잘 압니다.
그러면서 이 곳에 하소연이라도 하는 것은 그래도 우리 교육에 대한 끊임없는 문제제기로 애쓰시는 전교조 선생님들은 이해 주시리라 믿는 마음때문입니다. 30년전 우리 때와 전혀 달라진 것 없는 교육! 계속 믿고 맡겨야 하는 건지요?.
꽃 같은 나이가 부럽지만 그 지겨운 구도에 다시는 들어가고 싶지 않기에 학창 시절이 결코 낭만적인 시절이 아님을 아이의 문제집을 통해 확인했습니다. 이제는 바뀌어야 합니다. 아이들에게 그 무거운 짐을 언제까지 지울 생각인지 모르겠습니다.
아이애비(전교조 본부 자유게시판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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