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기사 뒤집어 보기(3)

강신만 | 기사입력 2001/06/13 [09:00]
교육기사 뒤집어 보기(3)
강신만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기사입력: 2001/06/13 [09:00]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묘비 앞에 무릎 꿇은 아이들]

6월 6일 현충일. 집집마다 조기가 게양된 것처럼 모든 신문엔 사진이 걸려있네요. 사진 속 주인공은 아이들. ‘꽃을 든 아이들'이 무릎을 꿇거나 비석 앞에서 눈을 감고 있군요.

한겨레 23면 ‘가신 임 기리는 동심', 조선 1면 ‘그 정신 길이길이…', 중앙 26면 ‘국립묘지의 여학생', 한국경제 1면 ‘오늘 현충일', 매일경제 1면 ‘새싹들의 헌화'. 약속이나 한 듯 모두 아이들이 등장한 사진 제목들입니다.
아이들은 왜 거기 있을까요? 서울 영등포역 근처에서 신문가판을 운영하는 ‘사랑방 슈퍼' 주인은 다음처럼 말하더군요. “아무래도 작은아버지나 할아버지가 거기 묻혀있지 않을까요?.”

이날 동아·한국 등 다른 신문들도 묘비 앞 사진을 실었는데, 이번엔 할머니들이 비통하게 울고 있어요. 아이들과 할머니. 이들의 공통점은 기성세대에서 한 발짝씩 물러나 있다는 것이죠. 우리에게 아주 잘 알려진 기성세대는 바로 정치인이 아닐까요?
국립묘지에 가장 많이 갔을 정치인 김종필씨는 5일 이군현 교총회장을 만났더군요. 둘이 밥을 먹으면서 김씨는 “나 자신이 전교조를 혼자 막다가 막지를 못했으니 같이 힘을 모아야 한다”며, “피해의식만 갖고 위축되지 말고 현장에서 확실한 목소리를 내면 공감을 얻을 것”이라고 교총회장에게 훈수했다고 합니다. 현충일에 나온 조선일보 5면 기사네요.

같은 날 일간 신문엔 일제히 ‘정부가 전교조 활동을 민주화운동으로 인정하기로 했다'는 기사를 크게 다뤘지요.
이날 경향신문 16면엔 여학생이 헌화하는 사진이 박힌 전면광고가 있네요. 이 광고 ‘헤드카피'는 ‘부끄러운 옷깃을 여미고 머리를 들어 조국을 보라'는 것입니다. 김종필씨와 같은 정치인에게 바치고 싶은 말이군요. 물론, 국립묘지의 푸른 잔디는 골프장에도 깔려있긴 하지만요.

아무튼 이런 정치인이 활개치는 한, 당분간 현충일 신문에서는 아이들 동원이 계속될 수 밖에 없겠어요. 다만 나라를 위해 바친 목숨은 국립묘지에만 있지는 않을 터. 앞으론 신문 속 아이들 헌화가 좀더 공정(?)하기를 바랄 뿐입니다.

윤근혁 기자 bulgom@eduhope.net
이 기사 좋아요
ⓒ 교육희망.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 도배방지 이미지

관련기사목록
광고
광고
PHOTO News
메인사진
[만화] 돌고 도는 학교
메인사진
[만화] 새학기는 늘 새로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