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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가보세가보세, 오는 19일!
 
교육희망 기사입력  2003/10/01 [09:00]


정 은 교
전교조 편집실장

“상공의 바린(버린) 자식이 아비를 아비라 부르지 못하옵고...”
어느 미술샘의 글에서 이 뭉클한 유비추리를 보았다. 7차 교육과정이 들이닥쳐, 적자(嫡子) 아닌 ‘서얼’ 신세로 굴러떨어진 음미체(音美體) 교사들의 깊은 설움을 ‘홍길동전’에서 찾아낸 것이다.

오는 19일, ‘전국교사대회’를 연다. 제목은 ‘표준수업시수와 법정교원수 확보 및 NEIS 철폐’라지만 벗이여, 쓰잘 데 없는 명칭 따위야 잊어버려라.
10만 벗이여, 서럽고 등짐 무거운 자들은 이날 죄다 모여라. 교단의 앞날이 뿌옇게 황사로 뒤덮여, 근심에 갇힌 사람도 다들 권력의 심장부, 서울로 떼지어 와라!

아득바득 우리는 왜 모여야 하는가? 이 세상이 지독히도 오리무중이기 때문이다. 박정희가 부풀린 분홍빛 애드벌룬은 어느새 거품되어 날아가버렸다. 지금은 ‘자본’이 온통 북 치고 골프 치고 주름잡는 신자유주의 시대! 정리해고 칼바람에, 청년 실업난에, 신용카드 불량자와 로또 열풍, 머잖아 예고된 국민연금 공무원연금의 파탄! 농촌은 적막강산이요, 쐬푼 좀 만지는 사람은 ‘이민상품’을 찾고, 삶에 자신을 잃은 여성들이 ‘출산 파업(세계최저 출산율)’에 들어갔다.

한마음 한소리를 왜 질러야 하는가? 이 귀한 나라를 ‘막가파’ 지배세력에게 맡겨둘 수 없기 때문이다. 새만금과 위도 핵폐기장과 NEIS의 불도저 두더지 행진! 인권도, 환경도, 민의(民意)도 서슴없이 짓밟고, 저희끼리 제 세상 만났다. 식민지 조선의 지도층은 ‘귀축(鬼畜) 영미’에 맞서라, 성전(聖戰)을 꼬드겼거니와, 오늘의 친미 보수세력은 ‘귀축 이라크’를 짓누르라, 값없는 파병을 은근짜 어루꾀고 있다. 내일은 힘없는 북한정권을 깨부수고, 북녘 백성을 3등 국민으로 몰아넣으리라. 보라, 지금 ‘부안’은 7천 경찰이 진을 치고 바야흐로 경찰이 ‘데모 중’이다!

벗이여, 그대가 오지 않으면 우리 싸움을 이길 수 없다. 구름처럼 모여들어 우리의 단결을, ‘숫자’를 뽐내지 못하고서는 하마 저들이 우리를 존중해줄 리 없다. 모래알로 흩어진 교사 집단에게 정권이 ‘수업시수 확보예산’ 쥐톨도 베풀 리 만무요, 저들 체면 구기며 NEIS를 구겨처박을 리 없다. ‘교장선출보직’이야 더 말해 무엇하리오? 기득권세력 똘똘 뭉쳐 버티는 사립악법 개정이야 하물며 언감생심이랴?

어느 권력자가 비웃었다. “너흰 늘 오는 000명밖에 더 오겠니?” 그렇다. 우리 집회에는 ‘늘 오는 사람’만 모인 까닭에 7차 교육과정도, 양허안 제출도 막지 못했다. 허재비 교육부야 우리 눈치를 살핀다지만, 왕 뒤에 상왕(上王), 예산처 재경부 건교부야 우리 목소리쯤 콧등으로 흘릴 터.

14년 전 피바람 속, 가슴 뜨거이 전교조 탄생을 후원한 벗이여, 성실한 분회원으로 소리없이 전교조를 지탱해온 벗이여! 나아가느냐, 주저앉느냐, 지금 우리는 갈림길에 서 있다. 그들을 놀라움에 떨게 하라! “을미적 을미적 병신(丙申) 되면 못 가리!” 10만 벗들이 나서면 살고, 웅크릴 때 전교조도 별 수 없이 웅크린다. 사람세상에 ‘예정조화’는 없다.

벗이여, 우리 모두 이경해다! 상공의 버린 자식이다! 신새벽 뒷골목에는 어디선가 문 두드리는 소리. 바람찬 광장에 서서, 학의 목을 뽑아 그리운 그대를 기다린다. 30년전 어느 시인이 노래했듯이,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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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3/10/01 [09:00]  최종편집: ⓒ 교육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