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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역사는 대중이 만든다
 
교육희망 기사입력  2003/09/24 [09:00]
오 병 일
(NEIS 반대와 정보인권 수호를 위한 공대위)


지난 6월말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10여 명의 인권단체 활동가들이 NEIS에 반대하는 무기한 단식 농성에 들어갔다. 6월 1일 교육부의 ‘합의 파기’로 네이스 싸움이 주춤거리는 것을 이겨내려는 몸부림이었다. 전교조 선생님들이 자주 찾아주셨고, 특히 민가협 어머니들이 아픈 몸을 이끌고 들러주신 것이 고마웠다. 매일 저녁 길거리 특강과 집회를 열었는데, 어느 선생님의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 핸드폰을 고치러 갔는데 30분이면 너끈히 고칠 것을 이름, 주민등록번호 등등 개인의 자세한 정보들을 적으라고 해서 언성을 높였다고. 예와 달리, 정보인권 문제에 민감해졌노라고.

인권은 ‘논리’가 아니라 ‘감수성’이다. 누구나 ‘프라이버시’라는 말은 알지만, ‘주민등록번호’가 우리의 프라이버시권을 침해하고 있음을 사실 잘 느끼지 못한다. NEIS 투쟁은 이렇게 무뎌진 우리의 감수성을 다시 일깨웠던 것이다. 그래서 십년 가까이 ‘정보인권’을 붙들고 일했던 내게 2003년 NEIS 투쟁은 참으로 감회가 깊다. 그동안 단지 ‘낯선 개념’이었던 ‘정보인권’을 단숨에 ‘대중적 감수성’으로 바꾸어 놓았기 때문이다.
지난 8월 전교조 임원연수 자리에서 나는 ‘이미 NEIS 투쟁이 절반의 성공을 거두었노라’고 이러한 감회를 피력했다. 물론 ‘그 주동력은 전교조’라고 못을 박았다.

상반기 투쟁의 성과를 가장 많이 남긴 조직도 전교조였다. 투쟁 과정에서 선생님들 개개인의 인권 감수성이 깊어진 것은 제쳐놓더라도, NEIS만이 아니라 다른 사안에 대해서 올바로 인식할 수 있는 ‘조직적 관점’을 키웠기 때문이다. 최근 ‘인터넷을 통한 공무원 설문조사’나 ‘정시모집 과정에서 각 대학에 전 고교생의 정보를 CD로 제공하는 정책’ 등에 대해 전교조가 제때에 문제제기를 할 수 있었던 것도 정보화에 대한 조직적 관점이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NEIS 투쟁을 계기로 ‘전교조 내 전자투표’에 대한 논란이 마침표를 찍었노라고 전교조 정보통신국장이 말씀하셨는데 이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그런데, 지난 전교조임원 연수의 NEIS 평가 토론에서 이러한 소중한 부분들이 제대로 평가되지 못하는 것 같아 조금 아쉬움이 남았다. 상반기 투쟁 과정에서 많이 힘들고 지친 모습이 보여서 더욱 그러한 생각이 드는지도 모르겠다.

하반기 투쟁은 NEIS 문제의 ‘완전 해결’을 이끌어내는 것이어야 한다. 투쟁의 새로운 공간은 뒤늦게 참가하게 된 ‘교육정보화위원회’다. 물론 구성과정의 비민주성이나 불균형한 위원 구성을 고려하면 위원회에 대해 그다지 낙관할 수 없다. 위원회가 ‘허수아비’ 기구라고 판단되면 단호히 박차고 나올 예정이다.
이 위원회를 올바로 이끌려면 대중적인 압박이 절실하다. 이미 우리는 매주 수요일 촛불 집회를 벌이고 있으며, NEIS 반대 100만인 서명운동, NEIS 강행 학교 앞 1인 시위 등 다양한 사업을 꾸리고 있다. 이 모든 사업에 전교조의 역할은 결정적이다. 실제 NEIS를 감당해야 할 당사자일 뿐만 아니라, 전국적 대중조직인 전교조의 동력을 빼놓고서 우리 싸움이 대관절 얼마나 힘을 떨칠 수 있겠는가?

역사를 창조하는 힘은 몇 명의 활동가나 정책 입안자들에게 있지 않다. 전교조 동지들이 이 사실을 다시 무겁게 새겨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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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3/09/24 [09:00]  최종편집: ⓒ 교육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