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복속에 새생명 맞기'비원'

강신만 | 기사입력 2001/06/06 [09:00]
축복속에 새생명 맞기'비원'
개정! 모성보호법
강신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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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1/06/0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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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 모성보호법
조선시대 ‘경국대전' 기록에 의하면 관아에서 일하는 여종이 아이를 낳으면 80일의 출산휴가를 허락했다 한다. 산기를 보이면 바로 한달, 출산후엔 50일을 쉬게 했으며 남편에게도 15일의 휴가를 준 것으로 되어있다. 한낱 종일지라도 여성으로서 아이를 낳는 것을 신성시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 우리네 관습이었는데 현재 그 ‘배려'수준은 어떠한가? 아이 낳고 두달뒤면 바로 일터로 불려가야 하고 남편이 출산에 동참하는 것은 꿈도 못꾼다. 결국 출산율이 급감하면서 2000년 현재 가임여성 출산율은 1.42명이다. 출산기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프랑스보다도 낮은 수치이다. 모성보호는 사회 노동력을 재생산함으써 사회의 골간을 이루고 지탱하는 중요한 기능으로 존중되어야 한다. 임신 여성들의 문제로만 치부되었던 모성보호를 돌이켜보고 현명한 방안을 마련해보자. 아이들이 더없이 행복한 나라를 위해서…
편집자주

임신교사 ‘눈엣가시’ 둘째아이 ‘NO’

둘째를 포기한 사람들

“둘째에 대한 욕심이 왜 없겠어요?"
김문정 교사(계산초등, 29세)는 딸 유림(18개월, 3세)이가 언니나 또래들과 잘 노는 모습을 볼 때면, 형제가 있어 서로에게 ‘기둥'이 되어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바람을 이루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높다. 임신하고서 학교에서 모성을 보호받기 위해 벌이는 싸움을 다시 되풀이할 자신이 없다.

학교에 근무하는 동안 출산휴가를 낸 교사가 3명뿐이었던 이전의 학교에 근무하면서 아이를 낳은 김교사는 임신 여교사들이 갖는 어려움은 철저히 외면당했다고 한다.
특히 학년 배정과 업무는 중요한 배려 지점이다. 임신한 상태에서는 수행하기 어려운 업무가 있다. 특히 초등의 경우, 걸스카우트처럼 활동이 많이 필요한 업무는 예비엄마에게는 피해야 할 것이었지만, 김교사는 임신을 하고서도 걸스카우트 업무를 맡아해야 했다.

김문정 교사는 임신 말기에 임신중독증상(임신중 최대의 적. 엄마와 태아의 생명을 위협하는 주요 원인. 출혈, 감염과 더불어 모성 사망의 3대 원인)이 있었으나, 교과전담 교사가 확보되지 않아 주당 30시간의 수업과 걸스카우트 업무를 해야만 했다. 김교사는 “6교시를 전부 수업 했을 때는 정말 죽는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다음 해에 걸스카우트를 맡으신 여선생님도 임신 초기였다. '밖에서 자야 할 경우에, 체육부장님이나 교감선생님께 미리 얘기해서, 조정을 해야 한다'는 당부를 했다.

그 여교사는 야영하는 날, 텐트 설치 후에 집으로 가겠다고 했지만 교감은 '그런 경우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 여선생님은 새벽까지 야영장에 있다가 송도바닷가의 그 습하고 찬 기운에 결국 유산이 되고 말았다.
유산 경험이 있는 ㅁ교사는 몸이 무척 쇠약해졌다. 아이 낳았을 때만큼이나 몸조리를 잘 해야 한다고들 하지만, 3개월 미만의 유산에는 주변의 반응은 ‘뭘, 그걸 가지고'였다. 겨우 1주일의 병가로 몸을 추스리고 학교에 가야 했다.

임신 중 보건휴가의 경우도 여교사들의 발목을 잡는 현실적 어려움이 너무 많아 눈치 보며 겨우겨우 ‘조퇴'로 태아검진휴가를 대신하기도 한다.
제도가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이 일반적인 불만 사항이다. 수업부담이 많은 초등학교 고학년의 경우, 병가나 휴가를 내면 보결은 동학년에서 책임지는 걸 암묵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동학년 교사들에게 미안해서도 병가내는 것을 주저한다.

“시·도 교육청에 보결 전담 교사제도가 있어 수업과 아이들 지도를 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가 빨리 만들어져야 한다"고 전교조 여성위원회 백영애 위원장은 주장한다.
여교사들의 둘째 욕심(?)을 좌절시키는 것은 임신 기간의 어려움도 있지만, 육아의 어려움이 더 크다. 육아시간을 사용하는 여교사는 학교에서 역시 눈총의 대상이다. 일괄결재가 아니라 매일 결재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고, 학교 업무가 많이 있을 경우에는 알아서 포기하는 것이 다반사다.

임신과 출산까지 여성이 학교에서 교사로 살아가기에 학교라는 토양은 너무나 척박하다. 척박한 땅은 유산이나 조산이라는 태아나 모태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결과를 비일비재 만들어낸다. 그 위협 속에서 오늘도, 여교사들은 ‘하나뿐인 자식에게 형제를 만들어주지 않는' ‘모진 부모'가 되기로 결심하며 입술을 깨문다.

남효 기자 namu64@eduhope.net


아이 외면하는 모진 어미, 철부지 떠맡긴 비정한 딸

육아 전쟁 중인 여교사들

모유를 수유하고 있는 임수경 교사(34세, 서울 고은초)는 새벽에 한번 깨고 아침 6시가 되면 보채는 7개월된 아이에게 젖을 물리려 또다시 잠에서 깬다. 남편과 밥도 먹는둥 마는둥 하고 지난 밤에 소독해둔 젖병과 아이 옷가지를 챙겨 집에서 5분 거리 친정으로 내달려 아이를 친정 어머니에게 맡긴다. 시간이 없을 땐 아예 친정에서 세수하고 옷을 챙겨입기도 한다.

요즘은 친정 어머니에게 맡길 때 떨어지기 싫어하는 애와 한바탕 씨름을 해야한다. 막 부모에 대한 정을 느끼기 시작할 무렵이라 떼어놓고 돌아서서 학교로 향할라치면 자연스레 어젯밤 방실방실 웃던 아이 얼굴에 눈에 와서 밟힌다. 하지만 학교에 와서는 어느새 까맣게 잊어버리게 된다. 수업을 진행하고 출산 1년 미만 여교사에게 배려되는 퇴근 시간인 4시에 어김없이 학교에서 나서려면 성적처리, 수업연구, 잡무 등에 빠져 딴전을 피울 틈이 없다. 그나마 현재 학교는 출산 여교사에 대한 배려를 해주는 편이고 이제는 모유를 먹이느라 젖이 뭉쳐 고통에 떨며 보건실에서 젖을 짜내는 일은 없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친정집에서 아이를 돌보다 9시 정도가 되면 집으로 오게 되는데 젖병 소독하고, 아이 옷 빨고, 청소하고, 이유식 만들다 보면 새벽에 보챌 아이 생각에 일찍 자두는 것이 상책이지만 맘대로 되진 않는다.
사실 임 교사는 친정 덕을 보려고 일부러 친정집 가까이 집을 마련했다. 하지만 학교 일 때문에 아이를 늦게 찾아가면 힘들어하시는 모습엔 절로 고개를 떨어뜨리게 된다. ‘인성 발달을 위해 아이가 둘은 있어야지'라고 생각했던 임 교사는 요즘 마음을 고쳐먹으려 한다. 하지만 임 교사를 보고 주위에서는 ‘복 받았다'고 한다. 그나마 맡길 곳이 있으니까.

한편, 여의도중학교에 근무하며 한달 전쯤 둘째를 출산한 K교사는 며칠전 육아 휴직을 신청했다. 남편이 직장을 옮기려고 다니던 회사를 그만 둬 경제적 어려움이 많지만 대출까지 받아서라도 휴직을 하는 수 밖에 도리가 없었다고 한다. 예정일보다 20여일 늦게 출산하는 바람에 60일 출산휴가 중 본격적으로 쉴 수 있었던 기간은 겨우 한달정도였다. 결국 아기 낳은 지 한달 여만에 출근해야 했던 K교사는 머리가 심하게 아프고 계단을 오르내릴 때마다 무릎이 시큰거려 정상적인 학교생활이 힘들어 육아휴직을 감행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런 K교사에게 계류중에 있는 모성보호법이 아쉽기 그지없다. “90일 출산휴가라는 부분이 눈에 확 들어왔죠. 결국 그게 법제화 되지 못해 무급 육아휴직을 하게 됐는데..."

곽민욱 기자 minwook@eduhope.net


14주(98일) 이상 유급 출산휴가 무려 57개국

다른 나라 모성보호 현황

"우리 어머니는 나를 낳고 이틀만에 부엌에 나가 밥을 지었어요. 우리나라 여성들은 월차, 연차, 생리휴가다 해서 1년에 105일을 놀아요. 90일동안 출산휴가를 준다면 임산부는 165일을 노는데 이런 나라 있어요?"
자민련의 조희욱 의원이 대정부 질문에서 일갈(?)한 내용이다.

본론으로 직행하자면 그런 나라 '많다'이다. 먼저 출산휴가를 보면 무려 57개국의 나라에서 14주 이상의 출산휴가를 보장하고 있다. 콩고, 가봉 등의 후진국도 여기에 포함되어 있고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베트남은 최고 7개월의 휴가를 보장하고 있다. 자민련 조의원의 시각으로 보면 '애 한번 낳을 때마다 놀고 먹으며 돈까지 버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올림픽은 물론 월드컵까지 개최하는 '선진국' 한국은 출산휴가 60일을 고집하고 있어 2001년 ILO 모성보호협약 103조에서 요구하고 있는 출산휴가 14주 기준에도 못 미치고 있다.
그렇다면 육아휴직은 어떠한가. 한국은 대부분의 기업체에서 아이를 낳으면 여성들은 직장을 그만둬야 하는 현실이다. 그나마 1년 육아휴직을 할 수 있는 직장은 나은 곳이다. 하지만 무급 휴직이어서 이를 감수하면서 육아휴직에 돌입하는 여성들은 용감한 편이다.

1995년 현재 13개 이상의 나라에서 자녀연령 1세부터 최고 4세까지 육아휴직을 할 수 있으며 휴직동안 최고 100%에서 최저 25%의 월급을 받고 있다. 못해도 일정액을 고정으로 받고 있다. 노르웨이의 경우 42주를 휴직한 경우에는 100%, 52주를 휴직한 경우는 임금의 80%를 지급하고 있다. '일벌레 천국' 일본도 임금의 25%를 지급해 육아휴직을 보장하고 있다.
임신과 출산을 개인사로 떠넘기지 않고 사회의 공적 책임으로 인식하는 것은 세계적 추세다. 전체 노동력의 41%를 담당하고 있는 우리 나라 여성의 무게를 더 이상 간과해서는 안될 일이다.

한진숙 기자 chamjs@eduhope.net


80일 이상 출산휴가 보장
육아휴직시 임금의 70%지급 추진


모성보호에 앞장서는 단체

KBS 노조 월차, 생리휴가, 연차가 유급으로 되어 있는 것은 물론 임신 정기검진도 월 1회를 보장하고 있다. 눈에 띄는 대목은 산전산후 휴가로 휴일을 포함해 84일을 유급으로 보장, 대부분의 업체에서 60일을 고수하는 것과 비교해 상당한 진보된 경우에 속한다. 더욱이 유산과 사산의 경우에도 최고 50일, 임신 8개월 미만 유산할 경우 30일, 4개월 미만의 경우 10일의 휴가를 명시하고 있는 것도 눈길이 간다. 물론 유급이다.

육아휴직을 보면 생후 1년 미만의 아이를 가진 부모에게 10개월의 휴직을 주도록 하고 있으며 이중 4개월간은 기본급의 절반을 육아지원금으로 지급하고 있어 무급으로 육아휴직을 해야하는 여타 직장보다 훨씬 앞서있다. 또 직장 내에 보육시설을 마련해 만 2세 아동부터 수용하고 있어 KBS 여사원들은 가히 '행복한 직장'을 가진 셈이다.

민주노총 정부에 90일간의 유급 출산휴가, 유급 육아휴직을 주창하고 있는 민주노총은 내부 직원들의 모성보호 수준도 한 차원 높일 전망이다.
현재 규약개정을 앞두고 있는 모성보호(안)에 따르면 산전산후 휴가는 100일로 하되, 산후 휴가를 60일로 확보하고 있다. 또 유·사산의 경우에도 4개월 미만 유산일 때는 30일 이내, 8개월 미만의 경우는 50일 이상을 보장하고 있으며 유산의 징후가 있을 때에도 의사소견에 따라 유급휴가를 주도록 하고 있다. 월 1회의 유급 태아검진 휴가도 있으며 6개월 이상 휴가, 휴직을 할 경우 대체인력을 충원하도록 명시했다.

눈에 띄는 항목은 육아휴직 부분으로 자녀 생후 1년까지 휴직할 수 있으며 통상 임금의 70%를 지급하도록 하는 것이다. 또 배우자에게도 7일의 출산휴가를 보장해 아버지의 출산 동참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한진숙 기자 chamjs@eduhop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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