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차에 대한 책임회피의도 다분해

| 기사입력 2001/03/21 [09:00]
7차에 대한 책임회피의도 다분해
수정고시 통한 법적절차 분명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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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1/03/2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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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고시 통한 법적절차 분명해야
한국교육평가원 세미나 참가 후기

7차에 대한 책임회피의도 다분해
지난 2월 26일 미국의 교육과정 전문가 마이클 애플 교수 초청 강연회가 있었다. 작년 한해를 교육과정과 함께 했던 터라 기대와 우려를 가지고 참석하였다. 강연회가 진행되면서 우려는 사라지고 기대가 충족되는 기쁨을 만끽하였다. 이어진 3월 1일의 좌담회 역시 우리가 제기한 많은 문제의식들이 단지 한국적 상황에 대한 편협한 문제제기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면서 자신감을 더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수준별, 선택형의 전형으로 인식되고있는 미국에서 온 교육과정연구가가 그것의 비교육적 본질, 불합리함, 불평등의 재생산 등과 같은 문제점들을 지적하면서 우리와 동일한 고민을 하고있다는 것은 작년 우리의 교육과정 논쟁이 올바른 문제제기와 방향성을 견지하고 있었음을 확인하게 해주는 것이었다. 굳이 마이클 애플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우리는 이미 이러한 징조를 분명히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었다.
지난달 23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는 창립3주년 기념세미나가 개최되었다. 그 제목은 제7차 교육과정의 성공적 시행을 위한 방안 탐색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몇몇 선생님들이 세미나의 토론자로 참여할 수 있게 되었고, 토론 원고를 쓰기 위해 발제문을 받아보면서 분명한 변화의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었다. 허경철 박사(교육과정평가연구 본부장)가 보내온 발제문은 단계형 수준별 교육과정의 경우 몇몇 문제점이 실제로 존재하며 평가의 치명적 결함으로 시행이 불가능하다는 것이었고, 과목선택형 수준별 교육과정 역시 학교 실정에 따라 학생 선택을 전혀 허용하지 않아도 7차 교육과정의 고시 내용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정리하면 단계형 수준별 교육과정은 시행이 불가능하고 선택형 교육과정 역시 학생 선택을 전혀 허용하지 않고 학교 실정에 맞게 운영해도 된다는 것이었다. 사실 이 내용은 실질적으로 7차 교육과정 시행이 불가능하다는 고백이다. 3년여 동안 7차 교육과정의 문제점을 제기해온 우리로서는 처음으로 듣게되는 교육과정 개발자들의 자기 고백이었고 그 수위가 매우 충격적이었다.
7차 교육과정의 구조적 결함을 인정하는 하나 하나의 꼭지가 결국 우리의 문제제기에 대한 응답의 형태를 빌린 것이었고 결국 그동안 이어졌던 우리의 문제제기에 대한 솔직한 자기 고백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단계형 수준별 교육과정을 특별보충과정의 설치로 합리화하려고 한다든지, 선택형에 대한 문제제기를 주로 교사들의 신분불안 문제로 파악하려고 하는 등 여전히 자신들의 기조를 강변하기 위한 논리전개 역시 빠지지 않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97년 12월 30일 고시된 7차 교육과정의 두 축인 단계형 수준별 교육과정과 선택형 수준별 교육과정이 고시된 형태로 시행이 불가능하다는 것이었고 수정 보완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7차 교육과정에 대한 논의는 새로운 차원으로 접어드는 것이다. 그동안 이어졌던 문제있음과 문제없음의 지리한 대결은 끝나고 문제가 있음은 분명하고 그 문제를 어떻게 수정·보완할 것인가로 초점이 옮겨지는 형국인 것이다. 그리고 그 문제가 행·재정적 준비의 부족이 아니라 교육과정 설계 자체의 결함으로 판명된 것이다. 따라서 교사들의 이해부족이나 의지 없음이 교육과정 시행의 결정적 장애물이 아님도 더욱 분명해 진 것이다.
그런데 수정·보완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그 수위에 대해서는 여전히 이견이 존재하고 있다. 교육과정 개발이 목표, 내용, 방법, 평가라는 측면의 총체적인 설계도여야 함이 당연하므로 평가에 결함이 있다는 것, 방법에 결함이 있다는 것은 그 총설계도에 결함이 있다는 것이고 따라서 수정 고시를 통해 문제에 대한 분명한 해결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전교조의 주장이다. 그러나 평가원은 7차 교육과정의 낮은 수준의 적용이 6차 교육과정과 맞닿아 있기 때문에 수정고시라는 법적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얼마든지 수정·보완하여 실시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별 차이가 없어 보이는 이러한 주장은 사실 많은 차이점들을 가지고 있다. 어떻게든지 수정·보완 조치로 7차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교육당국의 생각은 교육과정 개발, 시행과 관련된 책임을 회피해보려는 의도가 다분한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7차 교육과정의 교육과정 개발 실패와 지금까지의 파행적 운영에 대해서는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현재의 교육과정은 국가적 수준의 통일성과 단위학교 수준의 자율성을 그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수정고시를 통해 명확한 원칙을 천명하지 않는 한 시·도 교육청이나 지역 교육청의 자의적 편성, 운영을 막을 제도적 방안이 없는 형편이다.
따라서 수정고시라는 법적 절차를 통해 분명한 원칙과 기준을 다시 제시해야 한다. 그냥 어물쩡 넘어가서 문제를 흐지부지 하려는 것은 용납되어서는 안된다. 7차 수정고시는 곧 이후 교육과정논의에서 누가 교육과정 논의의 주인이 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분명한 분기점을 마련하기 때문이다. 책임을 묻고 새로운 논의를 시작하는 틀을 마련하기 위해 우리는 반드시 수정고시라는 법적 절차를 관철시켜야 한다.
김영삼·전교조 참교육연구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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