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 염려스런 교원 지방직화

교육희망 | 기사입력 2003/06/0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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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 염려스런 교원 지방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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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종 구(성공회대)

지방 간의 경쟁을 부추겨
공립 초중고 교원의 신분을 국가공무원에서 지방공무원으로 전환하는 작업이 추진되고 있다. 행자부 지방이양추진위원회는 4월 17일 행정분과위원회를 열어 교사, 교장, 장학사를 포함한 교원의 임용권을 시도교육감에게 이양하는 결정을 내렸으며 이는 앞으로 관계 법령 개정을 위한 실무 작업과 국회 심의를 거쳐 확정될 예정이다. 1995. 5. 31 교육개혁안의 내용이 하나 더 현실화되는 것이다.
물론 요즘 유행어로 말하면 ‘지방 분권’을 추진하는 노무현 정부와도 코드가 맞는 일이다. 추진론자들의 근거는 지방간에 경쟁이 활성화되면 교육의 성과도 높아지리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일류로 올라서는 경쟁’에 교사도 적극 동참하라는 뜻이다. 한국에서 일류 교육은 명문대 합격을 가리킨다 .

수도권 집중현상 외면
실제로 대학에는 여러 평가를 거쳐 정부 지원금을 차등 지급하는 제도가 정착 단계에 들어갔다. 말썽 많은 BK(두뇌한국) 21 사업이 그 하나다. 그러나 가장 예산을 많이 들인 이공계를 오히려 기피하는 현상이 국가적 쟁점으로 떠올랐다. 집중지원 대상으로 선택된 상위권 대학을 향한 입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으며, 연구 업적의 양은 많아졌지만 다른 사람에게 참고 자료로 인용된 빈도에서는 크게 달라진 점이 없다. 명문 사학은 공공연하게 기여입학제를 들먹이는 반면, 지방 대학들은 학생 모집이 되지 않아 통폐합 처지에 몰리고 있다. 공정성을 보장할 시장 질서가 정비되지 않은 가운데 경쟁이 고취되면 '밀림의 법칙'만 남는 것이다.
지방간 경쟁 질서 도입론의 가장 큰 결함은 인구와 자원의 수도권 일극(一極) 집중 현상을 무시한 것이다. 국토 면적의 12%에 불과한 수도권에 인구의 47%, 총 경제력의 52.6%, 금융거래 비중의 70%가 집중되어 있다. 소득이 높고 생활환경이 좋은 지역에는 우수한 학생, 교사, 교육시설이 집중되게 마련이므로 명문 대학 진학률도 당연히 높다. 하나의 거인이 다수의 분산된 소인을 하나씩 상대하는 팔씨름의 결과는 굳이 생각해 볼 필요도 없다.

국가의 책임부터 따져야
지지체 간의 자원 격차를 해소하려면 중앙정부의 책임 있는 개입이 필수다. 사회복지 정책의 출발점이 '국가 단위'의 생활보장 기준이며 노동정책에서도 전국적으로 통일된 근로기준이 강조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선진국의 사례를 보아도 재정 수입의 재분배가 수반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방분권이 강화되면 공공서비스의 질적 저하를 초래하며 시장에서 서비스를 구입할 능력이 없는 약자는 삶이 더욱 어려워진다. 학교와 지역사회는 상호 작용을 주고받으며 발전하고, 교육 서비스의 질적 저하는 지역의 황폐화와 직결된다.
교원의 지방직화 논란에서는 신분증에 찍히는 직인이 달라지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국가의 책임과 역할이 쟁점이 되어야 한다. 제대로 된 시장을 만드는 노력은 없이, 오로지 경쟁만 부추길 때 이 사회는 '모래시계' 꼴이 된다. 중간층은 좌절감에 분노하고 다수의 하층은 무기력해진다. 소수이지만 자원을 독점한 상층은 모든 것을 마음대로 누리다가 사회가 불안해지면 외국으로 떠날 궁리만 한다. 공공성을 잃은 공공 부문은 그야말로 사상누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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