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자살예방 대책, 아이들 곁엔 교사가 없다

이지혜 전교조 전문상담위원회 정책실장 | 기사입력 2026/07/10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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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자살예방 대책, 아이들 곁엔 교사가 없다
사망 원인 1위' 청소년 자살, 화려한 대책 뒤 텅 빈 학교 상담실
"선별·연계' 중심의 행정 편의주의가 위기 학생 외면해
이지혜 전교조 전문상담위원회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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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6/07/10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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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 원인 1위' 청소년 자살, 화려한 대책 뒤 텅 빈 학교 상담실
"선별·연계' 중심의 행정 편의주의가 위기 학생 외면해

▲ 전교조는 지난해 10월 교육부가 학생 자살 및 자해 사건의 예방을 위한 실질적 대책을 내놓아야 함을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유준선 기자

 

매년 정부는 청소년 자살 문제의 심각성을 외치며 대대적인 '범정부 자살예방 대책'을 발표한다. 마음건강 교육을 확대하고 AI를 활용해 고위기군을 선별하며 촘촘한 안전망을 구축하겠다는 청사진이 매년 되풀이된다. 그러나 정작 아이들이 매일 숨 쉬고 갈등하며 위기를 겪는 공간인 학교 현장의 온도는 차갑기만 하다. 대책은 해마다 화려해지는데 아이들의 손을 가장 먼저 잡아주어야 할 전문상담교사의 자리는 오히려 텅 비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장과 제도 사이의 이 지독한 간극 속에서 청소년 자살예방 대책은 갈 길을 잃고 있다.

 

겉도는 안전망, 상담교사가 사라지는 학교

대한민국 청소년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이라는 비극적인 타이틀은 10년이 넘도록 바뀐 적이 없다. 정부도 이를 의식해 수많은 예산과 사업을 쏟아붓고 있지만 현장의 핵심 인력인 전문상담교사의 정원은 오히려 감축되거나 동결되는 역설이 반복된다.

 

학교 폭력, 우울증, 자해 시도 등 다변화되는 위기 속에서 아이들이 가장 쉽게 문을 두드릴 수 있는 곳은 교내 상담실(Wee클래스)이다. 하지만 교사 한 명이 수백 명, 많게는 천 명이 넘는 학생을 감당해야 하거나 아예 상담교사가 배치되지 않아 순회 상주에 의존하는 학교가 허다하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필요하다"는 현장의 절규와 달리, 정부의 인력 수급 정책은 거꾸로 가고 있다.

 

'연계'라는 이름의 떠넘기기, 교육지원청 배치 가속화

더 큰 문제는 간신히 확보된 전문상담교사 인력마저 학교가 아닌 교육지원청(Wee센터, Wee스쿨 등)으로 우선 배치되고 있다는 점이다.

 

행정 편의주의적 관점에서는 지역 내 거점 센터에 인력을 집중하고 필요할 때마다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효율적으로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은 전혀 다르다. 고위기 청소년의 자살 신호는 결코 정제된 언어나 서류로 접수되지 않는다. 무기력한 눈빛, 갑작스러운 결석, 복도에서의 사소한 감정 기복 등은 매일 일상을 공유하는 학교 안에서 비로소 감지되는 법이다.

 

학교에 상담교사가 없으니 위기 학생을 조기에 발견하기 어렵고, 문제가 터진 후에야 외부 기관으로 의뢰하기 바쁘다. 상담교사노조가 지적하듯 이는 학생을 교내에서 따뜻한 관계성으로 회복시키는 것이 아니라 "빨리 선별해 학교 밖으로 밀어내는 체계"에 가깝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먼 교육지원청에 있는 일회성 상담관이 아니라, 등교할 때 언제든 찾아가 눈을 맞출 수 있는 학교 안의 내 편이다.

 

시스템이 아닌 사람을 지워버린 대책

정부의 자살예방 대책은 항상 새로운 선별 검사 도구 개발, AI 디지털 마음건강 시스템 도입, 혹은 일주일짜리 캠페인 같은 전시성 사업에 집중된다. 하지만 청소년 자살예방의 본질은 정교한 정서행동특성검사 점수나 위험군 코드가 아니다. 그것은 위기에 처한 학생 곁에 머무르며 끝까지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과의 신뢰 관계다.

 

정부는 이제라도 보여주기식 연계 인프라 확충을 멈추고, 모든 단위 학교에 전문상담교사를 배치하는 실질적인 정원 확보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 2차 안전망인 교육지원청의 비대화보다 중요한 것은 1차 방어선인 교실 옆 상담실이 무너지지 않도록 지키는 일이다.

 

아이들을 살리는 것은 거창한 범정부 슬로건이 아니다. 학교 문을 열었을 때 언제나 그 자리에 있어 주는 전문상담교사의 존재,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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