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비고츠키!③] 교수-학습의 원리 ‘근접발달영역’을 아시나요?

진보교육연구소 비고츠키교육학실천연구모임 | 기사입력 2026/05/18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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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비고츠키!③] 교수-학습의 원리 ‘근접발달영역’을 아시나요?
ZPD와 자발적 주의집중으로 바라본 선행 사교육·에듀테크의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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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PD와 자발적 주의집중으로 바라본 선행 사교육·에듀테크의 함정

 

[편집자주] ‘안녕하세요? 비고츠키!’에서는 진보교육연구소 <비고츠키교육학실천연구모임> 전현직 교사들이 발달론에 근거해 우리 교육의 현안을 분석하고 학교 현장의 실천 사례를 소개하는 글을 연재합니다. 

 

비고츠키는 과거의 교육학자이지만 과거에만 머물러 있지 않습니다. 미래의 교사들의 질문에 충분히 답하고 있는 비고츠키를 만나보고자 합니다.

 

Q. 사교육, 특히 7세 고시로 불리우는 조기 영어교육, 수학 선행 사교육과 버거운 학원 숙제는 학생 발달에 그리 긍정적으로 작용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학교 교사의 입장에서 보면, 수업을 어렵게 하는 요소입니다. 그리고 2022 개정 교육과정의 경우 디지털 기기(태블릿)을 활용한 개별학습이 강조되고 있는데요, ‘웹 기반 학습’ 또는 ‘AI 기반 학습’ 적용입니다. 다양한 에듀테크가 넘쳐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수업에 활용하는 것에 대한 고민도 많습니다. 이에 대해 보호자와 상담할 때 교육학적으로 문제점을 알려주고 싶습니다. 비고츠키 선생님~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A. 제가 살았던 시대와 정말 많이 달라졌네요. 발전한 미래를 보는 듯하구요. 하지만 겉으로는 화려해 보이지만 정작 학습의 기본 목적인 ‘발달’이라는 ‘기본’을 간과하고 있지 않은지 걱정됩니다. 선행사교육과 디벗, AI 등이 발달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려면 ‘근접발달영역’과 ‘자발적 주의집중’라는 개념을 알아야 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둘 다 근접발달영역 창출을 방해하며 학습의 전제나 마찬가지인 자발적 주의집중 기능 형성을 심각하게 저해합니다. 나아가 학습에 대한 왜곡된 관념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매우 위험합니다.

 

발달을 위해서는 체계적인 교수-학습이 필요하며 이러한 체계적인 교수-학습이 이루어지는 곳이 바로 학교입니다. 특히 연령에 맞는 교육 내용과 교수-학습 방법이 중요합니다. 학습, 공부는 낮은 정도의 자극 상태에서도 스스로 주의를 기울일 수 있는 자발적 주의집중을 필요로 합니다. 스마트기기를 어릴 때부터 학습에서 지속적으로 활용할 경우 어린이, 청소년은 겉으로는 몰입한 듯 보일 뿐 실제로는 자발적 주의집중 능력이 전혀 길러지지 않게 됩니다. 시각적, 청각적으로 강도 높은 자극에 익숙해지면 선생님의 설명이나 교과서의 지문 등 저강도 자극에는 스스로 집중하기 어렵겠죠? AI 활용 교육 강조는 더더욱 경악스럽습니다. ‘활용’이라는 말이 그럴싸 할 뿐, 어린이 스스로 풀어야 할 수학 문제를, 글짓기 과제를 누군가가 대신 해주는 것과 똑같은 일이죠.

 

입시와 결합된 선행 사교육. 그 폐해는 두말하면 잔소리인데, 교육학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린이 청소년의 정서와 생활에 많은 폐해를 낳는 것은 다들 쉽게 긍정해도 남들보다 빨리 ‘유능’해진다는 막연한 믿음 때문에 무리수를 두는 것 아니겠습니까. 결론적으로 선행 사교육은 발달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근접발달영역’ 창출의 기회를 봉쇄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근접발달영역에 대해 말씀드리죠. 올바르게 조직된 교수-학습, 발달을 이끄는 교수-학습을 설명하기 위해 제안한 개념이 바로 ‘근접발달영역’입니다. ‘현재의 발달 수준’과 ‘교사와의 체계적 협력을 통해 수행할 수 있는 발달 수준 사이의 거리’입니다. 어린이가 일상에서 배우는 개념과 학교에서 체계적 학습과정에서 배우는 과학적 개념의 ‘만남’을 통해 창출되는 발달의 영역이라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교수-학습이 아이들의 성장과 발달에서 갖는 긍정적 의미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 나아가 발달과 긍정적인 관계를 위한 교수-학습에 대해 함께 주체적으로 고민하는 것, 이 문제를 설명해주는 개념이 근접발달영역(Zone of Proximal Development; ZPD)입니다.

 

▲ 지난해 4월 16일 교육시민단체들은 인권위 앞에서 아동학대 '7세 고시' 국가인권위원회 제소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강성란 기자

 

피아제 선생의 경우 “교수-학습과 발달은 상호 독립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발달이 이루어진 후 학습이 가능하다는 입장이었죠. 쓸 준비가 되어야 글쓰기를 배울 수 있고 말할 때가 되어야 말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인데요, 물론 펜을 쥐고 쓸 준비가 되어야 글쓰기를 배울 수 있는 것은 맞지만 글쓰기를 통해 형성되는 역량이 또 있는 것입니다. 지금 시대라면 생물학적 발달조차 무시한 기상천외한 선행 사교육에 대한 경고로 받아들이면 될 말씀이긴 합니다만, 피아제 선생의 견해에만 머문다면 교육은 아주 소극적 역할밖에 하지 않습니다. 교수-학습은 발달의 뒤꽁무니를 쫓는 것으로 충분할까요?

 

“교수-학습은 오직 발달을 앞서갈 때만 유익한 것입니다. 어린이를 위해 올바르게 조직된 교수-학습은 어린이의 정신 발달을 선도하고, 교수-학습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총체적인 일련의 발달과정에 활력을 불어 넣습니다.”

 

선행학습을 하라는 말이 아닙니다. 교수-학습이 없다면 인간적 발달이 불가능하다는 진리, 어린이가 혼자서 이미 할 수 있는 것을 학교에서 확인하듯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교사의 도움과 집단에서의 상호작용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것을 연령과 발달 상황에 맞게 제시하는 것이 학교 교육과정 구성의 기본 원리라는 것을 강조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를 넘어가는 것은 무익함을 말합니다. 그 어떤 개인도 혼자서는 성장할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발달에는 하한선과 함께 ‘상한선’이 존재합니다. 생물학적인 것과 문화적인 것의 엮임인 어린이 발달 과정을 무시한 선행 학습은 학습 의지 상실, 오개념 누적 등 많은 폐해를 낳을 것입니다. 학생들의 발달 수준의 고려 없는 교육 내용은 아무리 기가 막힌 도구와 방법이 있다 해도 학습자에게 내면화되기 어렵습니다. 그럭저럭 선행 사교육을 소화하고 따라가는 듯 보이는 초등학교 어린이는 사실 사고력이 아닌 뛰어난 기억에 의존하여 그 과제들을 해결하는 듯 보이는 겁니다. 이 과정이 장기화되면 고도의 사고력은커녕 정상적 발달 자체가 총체적으로 무너집니다. 학습을 혐오하게 됩니다.

 

“입시가 만들어낸 조바심에 이제 구구단을 익히기 시작한 어린이에게 이차방정식을 가르치는 따위의 헛된 짓은 이제 그만하셔도 좋습니다. 비효율적이니까요. 그리고 아이를 망치게 됩니다.”라고 이야기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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