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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년 참교육달력 5월의 삽화 © 전교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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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아이다호)
1990년 5월 17일, 세계보건기구(WHO)는 질병 부문에서 동성애를 삭제했다. 이를 기념하며 프랑스의 대학교수이자 동성애자 활동가인 조이 조르주 탱의 제안으로 5월 17일을 세계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IDAHOBIT: International Day Against of HOmophobia, Biphobia, Inter & Transphobia)로 정해 우리나라에서도 무지개행동 등 성소수자 단체를 비롯한 연대 단위들이 매년 기념하고 있다.
성소수자 인권에 관한 수업이 왜 필요하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데 그럴 때마다 이렇게 답하곤 한다. 우리 주변에도 드러내지 못하고 있을 뿐이지 엄연히 성소수자가 존재하며 이들에 대한 혐오와 차별이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기에 성소수자 인권을 다룬 수업이 필요하다. 여론조사 기업 입소스의 <LGBT+ Pride 2025>에 따르면 동성애자인 친척, 친구, 동료가 있다는 응답이 23개국 평균 45%인 데 비해 한국은 5%에 그친다. 양성애자에 관한 질문도 23개국 평균은 25%지만 한국은 5%, 트랜스젠더의 경우 23개국 평균이 11%인데 한국은 0%이다. 이 수치가 의미하는 바는 한국 사회를 지배하는 정상성에 대한 강박이다. 한국 사회에서 성소수자가 잘 보이지 않는 이유는 아일랜드, 스페인, 브라질, 호주 등 외국에 비해 성소수자의 비율이 낮아서가 아니다.
일단 성소수자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수용하지 않고 왜곡된 종교적 신념에 기인하여 성소수자를 배척하고 비난하는 세력이 있다. 그리고 이들의 표를 강하게 의식하는 정치인들이 본연의 책무인 사회적 합의를 이루려고 노력하기보다 소수자들의 목소리를 의도적으로 외면하고 있는 점이 크다. 정당을 가리지 않고 성소수자 동료 시민의 외침보다 출석하는 교회 목사의 설교 내용에 귀 기울이는 정치인들이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는 동안 청소년과 성인 성소수자의 정신건강은 심각한 상황이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성적 지향·성별 정체성에 따른 차별 실태조사’에 따르면 성인 성소수자 응답자 중 우울 증상 의심자는 45.8%로 성인 일반 인구(11.3%)의 4배에 달하고 자살 생각 경험률 역시 39.1%로 성인 일반 인구(4.6%)의 8.65배에 달하는 한편 청소년 성소수자 응답자의 우울 증상 의심 비율은 69%에 이른다. 성소수자이기에 겪는 차별과 낙인을 하루아침에 사라지게 할 수야 없겠지만 적어도 모든 국민의 행복 추구권을 헌법에서 보장한다고 선언하는 나라라면 응당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로 인해 그들이 처한 여러 문제를 파악하고 이를 개선해 나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학교 역시 사회화 기관으로서 학생들이 성소수자 동료 시민의 존재를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기 위한 교육을 제공해야 할 책무가 있기에 우리에게는 성소수자 인권에 관한 수업이 필요하다.
서론이 길었다. 성소수자 인권을 소재로 한 수업이라고 해서 이전 글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단순히 영상 시청 후 소감문을 작성하는 식으로 진행해서는 학생들에게 별반 남는 게 없다. 영상을 시청하되 영상의 주요 내용을 파악하고 교사의 안내에 따라 토의해 보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먼저 저출생 문제의 원인 중 하나로 다양한 가족 형태를 인정하지 않는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를 짚을 수 있다. 이때 2023년 여성가족부에서 발표한 제5차 가족실태조사 연구를 인용하면 좋다. 비혼 1인 가구, 이혼이나 재혼, 비혼 동거, 딩크 등 가족의 형태적 다양성에 대한 사회의 수용도가 과거에 비해 크게 높아졌으며 다양한 가족 형태를 지원하기 위한 정책으로 한부모가족에 대한 지원, 미혼부/모가족에 대한 지원, 1인 가구에 대한 지원, 법률혼 이외의 혼인에 대한 차별 폐지 등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자료를 제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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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가족실태조사 분석 연구 © 여성가족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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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 KBS에서 개설한 유튜브 채널 <여의도 육퇴클럽>에서 2025년 12월 19일 게시한 “<가족의 탄생> 이웃집 가족들”이라는 영상을 학생들과 함께 시청하면서 몇 가지 질문을 나눠볼 수 있다.
1) 현재 우리나라는 26년 1월 기준 합계출산율 0.99명으로 심각한 저출생 현상을 겪고 있습니다. 하지만 영상 속 김규진 씨와 사유리 씨는 아이를 낳기 위해 해외 병원까지 가고, 쏟아지는 악성 댓글과 사회적 편견을 감수하면서까지 가족을 만들었습니다. 국가가 출산을 장려하는 상황에서, 간절히 아이를 원하고 낳으려는 사람들에게 우리 사회는 왜 이토록 많은 장벽을 두고 있을까요?
2) 김규진 씨가 아이의 출생신고를 할 때, 동성 배우자는 부모(아빠/엄마)로 등록되지 못하고 단순히 '세대주'로서 전입신고를 허락하는 역할만 해야 했습니다. 결혼이라는 '법적 테두리' 안에 들어가지 못하는 동성 부부나 비혼 출산 가정이 법적인 부모로 인정받지 못할 때, 부모와 그 자녀가 겪게 될 현실적인 어려움은 무엇일까요?
3) 출연자들은 자신들을 향한 비난에 대해 '흔하지 않은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라고 말하며, 많이 이야기하고 노출되면 괜찮아질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들이 매일 아침 아이와 인사하며 느끼는 행복과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가족의 행복은 과연 다를까요? 진정한 가족을 구성하는 필수 요소는 '전통적인 형태'일까요, 아니면 구성원 간의 '돌봄과 사랑'일까요?
4)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아이를 낳으라'라고 강요할 것이 아니라, 누구나 원하는 방식으로 가족을 이루고 보호받을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홍석천 씨의 말처럼 여전히 정체성을 드러내기 힘든 사회에서, 동성혼 법제화나 생활동반자법 도입을 통해 성소수자의 가족 구성권을 인정하는 것이 어떻게 우리 사회의 인권 수준을 높이고 다양성을 품는 길이 될 수 있을까요?
정해진 답을 찾기보다 주어진 문제 상황을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사고를 확장해 나가는 활동을 한다면 보다 자연스럽게 성소수자 인권의 증진이 곧 사회 전반의 행복 증가에 이바지한다는 인식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전교조에도 지난 2월 28일, 대의원대회를 거쳐 노동조합 최초로 성소수자위원회가 출범했다. 전교조가 지금껏 한국 사회를 더욱 인권 친화적인 곳이 될 수 있도록 견인해 온 만큼 더 많은 조합원이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함께 반인권의 벽을 부수는 손을 보탤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 또한 퀴어교사모임 QTQ와 청소년 성소수자 지원센터 띵동에서도 성소수자 인권 교육을 위한 자료를 찾아볼 수 있다.
5.18광주민주화운동기념일
1980년 5월 18일부터 5월 27일까지 대한민국 광주와 전라남도 일대에서 벌어진 민주항쟁, 5.18 민주화운동기록관에서 제시하는 5.18민주화운동의 정의이다. 최근 지방선거와 함께 개헌이 논의되면서 5.18과 1979년 부마 민주항쟁을 헌법 전문에 수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행 헌법 전문에 명시된 ‘4.19민주이념 계승’에 이어 민주화의 역사를 확립하려는 의미 있는 시도라고 할 수 있겠다. 동시에 전(前) 한국사 강사 전한길 씨가 4월 22일, 본인의 유튜브 채널에서 5.18은 "DJ 세력과 북한이 주도한 내란“이라고 주장한 것과 같이 극우 세력의 끊임없는 음해에 시달리고 있기도 하다.
과거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에서도 5.18 희생자들을 조롱하는 게시물이나 댓글을 작성하는 일을 유희로 삼다가 여론의 비난을 받았고 2021년 9월 개정된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에서는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허위 사실 유포 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조항이 신설되었다. 그러나 오늘날 청소년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지형은 유머를 가장한 정치 밈과 반복되는 음모론으로 뒤덮여있다. 청소년 독립언론 〈토끼풀〉의 문성호, 서부건, 조준수 기자가 작성하고 <시사IN> 제959호에 실린 <”내 마음은 극우인데, 조금 혼란스러워“ 10대 우경화의 진실은?>에 따르면 청소년 사이에 유통되는 극우 담론은 이재명, 노무현 등 정치인을 소재로 한 합성과 음모론 등 유머에서 시작해 ‘중국인 장기 밀매’ 등 공포를 통해 신념을 고착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한다.
기사에서 제시한 것처럼 정치 이야기에 관해 공적 공론장에서 보호자나 교사 등 가까운 어른들과 터놓고 소통할 수 있다면 청소년 극우화 문제에도 유의미한 진전이 있을 것이다. 그러려면 정치에 대한 논의를 금기시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바뀌어야 할 테고 그 이전에 학교 안 청소년들과 직접적으로 교류하는 교사 집단의 정치기본권이 회복되어야 한다. 또한 독일의 보이텔스바흐 합의처럼 정치교육에서 학생의 자율적 판단과 논쟁적 학습을 보장하기 위한 사회적 대화가 우선되어야 하겠다.
각설하고 5.18민주화운동을 제재로 한 수업을 기획할 때는 광주광역시교육감 인정도서 <5.18민주화운동>을 참고하면 좋다. 5.18민주화운동을 다양한 시각에서 생각해 볼 수 있도록 5.18과 관련한 22가지 질문과 답변으로 구성된 이 책은 사건의 배경과 전개 과정뿐 아니라 5.18에서 청소년과 여성의 참여, 북한군 개입설 등 역사 왜곡, 5.18단체들과 세월호유가족의 연대 등 오늘날 더욱 의미가 큰 주제도 수록하고 있어 수업을 준비하기에 유용하다.
이때 주의해야 할 점 중 하나는 앞서 언급한 보이텔스바흐 합의의 제2원칙 ‘논쟁성 유지’에 관한 것이다. 학문적, 정치적으로 논쟁적인 사안은 수업에서도 논쟁적으로 다루어야 한다는 이 원칙은 사실 여부에 대한 논쟁이 아니라 가치 판단과 정책적 대안에 대한 논쟁성을 가리킨다. 확립된 역사적 사실인 5.18민주화운동을 다루는 수업에서 표현의 자유랍시고 북한군 개입설을 들먹이는 것은 과학 시간에 지구가 평평하다는 주장을 균형 있게 다루는 것과 마찬가지다. 정부 차원의 조사 결과 등 역사적 사실에 관한 명확한 정보를 제공하되, 인류 보편의 인권과 민주주의 가치의 수호라는 대원칙 아래 ”당시 국가 권력의 폭력에 저항한 시민들의 행위를 어떻게 평가하고 계승할 수 있는가?“라거나 ”과거사를 돌아보고 화해와 치유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어떤 대응이 필요한가?“와 같은 토의 주제를 제시하는 편이 바람직하겠다.
이 글을 쓰던 중인 4월 22일, CU 진주물류센터에서 원청업체와 직접 교섭을 요구하던 화물연대 서○○ 조합원이 파업을 무력화하려는 대체 차량에 치여 사망했다. 연좌농성 중이던 조합원들을 경찰이 밀어내고 대체 차량을 출차시키는 과정에서 화물차가 쓰러진 서○○ 조합원을 밟고 운행하여 병원에 이송되었지만 끝내 사망하고 만 것이다. 사업주의 지휘와 감독을 받으며 하루 12시간 일하지만 아파서 쉴 때조차 대신 배송할 차량 비용을 부담하는 등 특수고용노동자가 받는 부당한 처우와 이에 대한 개선 요구가 언론과 공권력에 의해 파렴치한으로 매도되는 끔찍한 현실이 정권을 가리지 않고 현재진행형임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참사를 노조의 폭력 시위 프레임에 가두려는 기성 언론과 정치권, 기사에 쏟아지는 악성 댓글은 우리가 노동인권교육을 멈출 수 없는 이유를 잘 보여준다.
이와 같이 5월 달력 속 기념일들을 돌아보며 민주시민교육을 수업 속에서 어떻게 녹여낼지 살펴보았다. 글을 열며 인용한 시구를 빌리자면 민주시민교육은 ”나는 누구입니까?“라는 질문에 자신을 답할 수 있도록 이끄는 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 학생들과 이러한 주제에 관해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고자 하시는 조합원 선생님들께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