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먼저 경험했습니다②] 3월 초 이주민 밀집 지역 교사의 끄적끄적

박복희 교사·각색교사모임 | 기사입력 2026/03/31 [11:38]
참교육
이런 교육 어때요
[미래를 먼저 경험했습니다②] 3월 초 이주민 밀집 지역 교사의 끄적끄적
부디, 이 아이들을 환대하는 마음이길
박복희 교사·각색교사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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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6/03/31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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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이 아이들을 환대하는 마음이길

 

[편집자주] ‘미래를 먼저 경험했습니다’에서는 서울 서남권 중등교사들의 다문화교육 연구 공동체 <각색교사모임> 교사들의 교육활동 및 연대활동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기획 연재 제목은 아프간 난민과 함께한 1년을 기록한 시사IN 김영화 기자의 동명 저서에서 차용했습니다.

 

3월 3일. 2학년 교무실에 새로운 학생 7명이 앉아 있다. 두리번거리지 조차 않는, 새로운 환경에 대한 궁금증보다는 낯선 환경에 주눅 든 모습이었다. 신학년 첫 날 아침의 교무실은 누구도 쉽게 말을 걸 수 없는 상황이었다. 작년 학급 학생들을 새학년 새학급으로 보내야 하기에 마음이 바쁜 교사들은 그 학생들을 눈으로 보면서도 자신의 업무를 찾아 뛰어다니고 있었다.

 

최고 경력자인 내가 나섰다. “여기 한국말 하는 친구 있니?” 두 명이 손을 든다. “그러면 선생님 말을 중국어로 옮겨줘.” 간단한 소개와 잠시 기다려 달라는 말을 전하며 통역을 부탁했다. 그런데 한국어를 안다는 두 학생 중 한 학생의 표정이 이상했다. 쭈뼛거리던 그 학생은 자신이 중국어를 못한다고 말했다.

 

“어? 그럼....?” 

그 학생은 중국어를 한 마디도 못하는 한국인 전입생이었다. 밀집지역에서만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아뿔사!’ 속으로 너무나 황당했을 한국인 전입생에게 미안했고, 좀 더 여유 있게 학생들을 살피지 못한 나의 불찰을 반성했다.

 

모든 학교의 3월이 정신없이 바쁘지만, 우리 학교는 정말 분주하다. 한국어가 잘 되지 않은 학생들이 학급마다 몇 명 씩 있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음 얼마간은 아이들이 정말 내 말을 이해했는 지 자주 살펴야 하고 이를 집에 잘 전달하고 설명했는 지도 확인해야 한다. 시간이 좀 더 흘러야 통역이 가능한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한국어를 덜 익힌 친구들과도 조금은 나아진 의사소통을 하게 된다.

 

새로 학적을 만든 학생들이 교실에서 수업을 잘 이해 못하는 모습을 보이면 핸드폰을 켜고 파파고를 활용하라고 한다. 파파고의 번역이 정확한 지에 대한 검토는 잠시 뒤로 미룬 채, 한동안 여기에 의지하여 지낼 수 밖에 없다. 한국어 교실이 있지만, 한국어 교실은 한국어가 아주 안 되는 학생들이 다닌다. 생활 한국어에 조금 익숙한 학생들은 통합하여 수업을 듣는다. 여기에 몇 통역자들의 도움이 더해진다. 그 속에서도 아이들은 생활하고, 수업은 진행된다.

 

올해 우리 학교는 397명 학생중 이주배경 학생이 66% 정도 된다. 이 중 외국인이 210 여명이다. 담당 부서에서 학기 초부터 아이들의 국적과 부모의 국적 그리고 이주 배경을 조사한다. 학급 안에서는 한국어를 잘 이해하는 지 여부만 중요하지만, 학생들의 진로와 생활을 잘 알아보고 지도하려면 국적과 이주 배경에 대한 정보가 매우 중요하다. 특히 국적이 외국인인 학생, 중도 입국 학생의 경우는 비자의 유형과 입국 시기 등이 진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된다.

 

담당 부서의 이주배경 학생들에 대한 정보 요구 양식을 살펴보면 학생과 학생 부모의 국적을 적도록 하고 있다. 만약 중국 국적이라면, 조선족인지 한족인지도 답해야 한다. 올해의 양식도 마찬가지 인데, 얼마전 들은 연수가 생각난다. 조선족이라는 용어는 중국 동포들에게는 차별의 언어처럼 들릴 수 있다고 했다. 따로 담당 선생님께 ‘중국계와 한국계로 나누자’고 쪽지를 보냈다. 내년에는 동포인지 아닌지만 확인할 것을 제안하자고 기록해두었다.

 

이주민을 만나는 교육환경은 나의 일상을 검토할 꺼리를 매번 제공한다. ‘영어를 우리말로 옮기시오.’ 대신 ‘영어를 한국어로 옮기시오.’, ‘우리나라’를 ‘한국’으로 바꾸어 표현하는 것과 같은 소소한 변화들이 필요하다. 이주배경 학생에게 나를 중심으로 한 용어를 쓰는 것은 대화 과정에서 ‘자꾸 멈춤’의 상황을 만들기 때문이다. 작년에 한 학생에게 “찬, 우리말로 설명해줘.“라는 한 말에 다른 아이가 ”찬에게는 우리말이 한국어가 아니라 중국어일 수 있어요.“라고 지적했다. 정확한 말이어서 바로 사과하고, 이런 일이 일어나면 또 이야기 해달라고 궁색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이주배경 학생들이 많은 학교의 일상은 ‘분홍빛 미래’를 꿈꾸기 어렵다. 매 순간 버겁고 먹먹한 현실이 앞선다. 그러나 획일적인 통제 문화가 익숙한 교직 생활에서 다양한 아이들을 만나고, 그 아이들과 예상치 못한 일상을 경험하면서 나는 좀 더 다양한 상황을 이해하고, 익숙하고 습관화된 일상을 좀 더 미세하게 점검하는 교사가 되고 있다. 덕분에 조금은 나은 교사가 될 수도 있는 것 같다.

 

이주배경 학생들은 동의 없이 갑작스럽게 이루어지는 국가 이동. 새로운 가족관계, 낯선 언어와 학교, 낯선 언어로 배워야 하는 지식들에 맞닥뜨린다. 그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마주하기도 전에 부딪치는 낯선 세상에서 버티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와 별개로 여전히 이주배경 아이들을 받지 않으려는 학교들의 소식도 들려온다. 간신히 버티는 아이들을 학교 밖으로 밀어내는, 또는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는 분위기를 ‘팍팍’ 거침없이 드러내는 학교와 교사의 소식을 들으면 낯선 상황에 어쩔 줄 몰라 힘들어하는, 지금껏 내가 만난 학생들의 모습이 떠올라 너무 안타깝다. 부디 이글을 읽는 분들은 이 학생들을 환대하는 마음이기를… 이 아이들의 무거운 삶에 ‘거절’의 무게를 얹지 않기를, 나아가 위로가 되어주기를 간절히 바래 본다.

 

붙임말.

최근 교육당국은 AI 동시통역 서비스를 이용하라며 계정 구매 비용으로 550만 원을 지원한다는 공문을 시행했다. 담당 교사에게 시연해 본 적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무엇인지도 잘 모른다고 했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사업인지 의문이 들었다. 정책을 추진하고 확산시키려면 최소한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지에 대한 검토는 선행되어야 하지 않을까. 예산 집행에는 엄격한 기준을 요구하면서도, 정작 현장의 필요에는 충분히 귀 기울이지 않는 행정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 차라리 초기 적응을 도와줄 코디네이터 교사를 한 명 더 보내주는 것이 훨씬 절실하다는 점을 그들은 알까? 현장에서 답을 찾는 이 없음을 교무실에서 한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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