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흙바람 솔솔’에서는 '환경과생명을지키는서울초등교사모임' <흙바람> 교사들이 환경교육을 연구하고 학생들과 함께 진행한 환경생태교육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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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는 이렇게 목련이 무성한 나무였다. © 강현정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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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학을 앞두고 선생님들과 신학년 준비 워크샵에 참석하러 학교에 가는 길이었다. 윙윙~ 시끄러운 전기톱 소리와 ‘우지끈!’하는 소리에 옆을 보니 인근 아파트 화단에서 전지작업이 한창이었다. 가지가 다 잘리고 굵은 가지만 앙상하게 남아 휑해진 모습이다.
2년 전부터 ‘도시숲법’이 시행되며 과도한 가로수 가지치기를 개선한다고 들었는데……. 사유지인 아파트는 법이 적용되지 않아 ‘주민들의 안전과 위생’을 위해서라는 명목의 대대적인 전지작업으로 여전히 나무 생태계를 훼손하곤 한다. 가지치기를 할 때도 나무를 생각하면 나뭇잎이 달린 수목 부분의 75%는 유지해야 한다지만 50% 넘게 잘려나가 몽땅한 전봇대처럼 보이는 나무도 있었다.
“와! 정말 볼품없네요. 닭발나무라더니 정말 저렇게 기둥을 만들어 버리면 어떻게 해요. 시간이 지나면 또 가지가 나는 게 신기할 정도예요.”
“우리 아파트 단지도 똑같아요.”
함께 가던 선생님과 이런 대화를 나누며 교문을 들어서는데 언제 잘렸는지 우리 학교 화단의 나무들도 똑같이 뭉툭하게 잘려있었다. 봄을 기다리며 겨우내 꽃눈으로 버텨온 나무들이 굵은 기둥만 남고 앙상해진 것을 보면서 깜짝 놀랐다.
그나마 곧 꽃을 피울 목련은 잔가지를 좀 남겨두었지만, 몇몇 나무들은 굵은 가지 끝에 반소매 티셔츠처럼 짧게 남은 가지가 썰렁했다. 지난해 목련꽃이 비처럼 떨어질 때 신나게 꽃잎으로 풍선을 불던 아이들은 얼마나 아쉬워할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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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성했던 목련나무가 이렇게 잘려나갔다. © 강현정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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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 아이들하고 화단을 둘러보며 꽃눈도 관찰하고, 화사한 꽃이 피는 따뜻한 봄을 기다리자는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데 이게 뭐람. 그나저나 언제 잘랐대?”
옆에 있던 선생님께서도 하는 아쉽다는 말씀을 하셨다. 신학년을 앞두고 학교 이곳저곳을 정리하고 깔끔하게 만드는 것은 필요하고 감사한 일이지만, 뭔가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화단의 나무를 얼마나, 어떻게 자르고 가꿀지는 누가 언제 결정해야 하는 걸까? 우리 학교 정원에 어떤 나무, 어떤 꽃을 얼마나 심을지, 누가 심을지는 누가 결정해야 할까? 일부러 숨긴 것도 아니지만 굳이 말할 필요도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사실 의견을 모으고, 함께 모여 이런 것들을 결정하자고 하면 또 하나의 업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래서 주무관님이 정원을 애지중지 잘 가꿔주시고 우렁각시처럼 때마다 가지치기도 잘하고 물도 자주 주시고 화단을 보기 좋게 가꿔주시면 내가 애쓰지 않아도 언제 봐도 예쁘니 한편으로는 고맙기도 하다.
하지만 작물은 농부 발자국 소리를 들으며 자란다고도 하는데 좀 시들고 삐뚤빼뚤 예쁘지 않아도 아이들이 스스로 고민하고 결정해서 관심을 두고 꾸준히 기르고 가꿀 수 있게 지원해주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아이들은 화단에서 생태보물찾기를 하며 꽃과 풀, 그 안에서 꼬물거리는 작은 생물들을 찾아 들여다보고 만져도 보고 그리기도 하면서 친구처럼 가까워지기도 한다. 해마다 구청에서 보내주는 꽃모종도 화사하고 예쁘긴 하지만 아이들에겐 맨날 보는 토박이 나무와 귀퉁이에서 피고 지는 이름 모를 풀꽃이 더 소중할 수도 있다. 대부분의 학교에서 텃밭작물 가꾸기는 아이들과 무엇을 심을지 교육과정과 어떻게 연계할지 의논하면서 일 년 동안 가꾸어 가고 있지만 그 외의 관리는 안전과 미관상의 이유로 아이들이 없는 방학 때 서프라이즈 깜짝 선물처럼 이루어질 때가 많다.
식물이 자라는 과정을 들여다보며 함께 했듯이 정원이나 화단을 정리하고 관리하는 데도 아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좀 더 찾아보면 어떨까? 전지작업이 예정되어 있다면, 뭉툭하고 볼품없는 전봇대 같은 모습이 아니라 우리가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자르고 더 멋있게 변신하듯 깔끔하고 보기 좋게 다듬어져서 아이들이 반길 수 있으면 좋겠다. ‘나무가 미용실 가는 날’을 기다리며 아이들과 한 번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달라질지 기대해 보는 시간과 나중에 변화된 모습을 찾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겠다. 가지치기 전 나무의 현재 모습을 사진으로 찍거나 그림으로 그려두기, 어디가 달라졌을까 찾아보기, 화단을 가꿔주신 분들에게 인사하기, 나무에게 다시 튼튼한 가지를 틔우라고 인사하기 등 아이들과 할 수 있는 일들은 다양할 것 같다.
그런 시간이 쌓이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아이들은 저절로 학교 화단에 관심을 가지며 소중하게 여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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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인근 아파트 나무, 가로수, 이웃학교 화단. 모두 가지치기를 당했다. © 강현정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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