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교육희망』은 현장 교사들이 궁금해하는 교권 문제를 김민석 전교조 교권상담국장에게 묻는 형식으로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교권 인식을 넓혀 드릴 첫 번째 기사, '복무편'입니다.
[휴가권 의의] 다른 직종과 달리 교원과 공무원의 병가는 법률로 보장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아프면 쉴 수 있는 권리’는 모든 노동자의 기본적 권리이지만, 아파도 일해야 하는 고통에 놓인 노동자가 많습니다. 이에 비해 교원과 공무원은 연간 60일의 병가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아프면 자신의 연차를 사용해 휴식을 취해야 하는 일반 노동자보다 휴가권 보장이 폭넓다 할 수 있습니다. 질병 발생 원인이 공무로 인한 것이라면 180일의 공무상 병가를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교원과 공무원에게 부여하는 병가는 개인의 복지만을 위한 제도는 아닙니다. 직업공무원 제도를 운영하는 국가의 관점에서 필수적 제도입니다. 한 사람의 교원과 공무원을 양성하기 위해서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입니다. 다르게 말하면 질병이 발생한 교원과 공무원을 치유하여 다시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국가적 이익, 국민의 이익에 부합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교원과 공무원에게 병가라는 휴가권을 보장하는 것이 공동체의 이익이라는 판단에서 나온 법안입니다.
[복무 갈등 이유] 전교조 상담실로 들어오는 상담 중 복무 관련한 내용이 많습니다. 교사의 조퇴, 외출을 포함한 연가 사용에 있어 관리자와의 갈등이 일어나는 근본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사전 구두 결재 요구는 법규에서 정한 절차가 아닙니다. 상세한 조퇴 사유, 질병 종류, 방문 병원 등을 캐묻는 것은 사생활 침해입니다. 그런데 학교 현장에서는 이러한 일이 여전히 일어나고 있습니다.
교직원을 통제와 관리의 대상으로 보는 리더십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조퇴, 외출 포함 휴가 사용을 성실, 불성실의 관점으로 판단하는 관리자의 인식 전환이 필요한 대목입니다.
2016년 2월 인사혁신처는 50개 정부 부처 공무원의 2015년 연가 사용 실태를 발표하며 “휴가를 통한 적절한 휴식과 여유를 갖는 것은 단지 ‘쉬는 것’이 아니라 의욕적이고 생산적으로 일하기 위한 재충전"이라고 휴가권의 의의를 규정한 바 있습니다.
행복한 교사가 행복한 교육활동을 전개할 수 있습니다. 존엄한 인간으로서의 기본 권리를 보장하고 북돋는 일이 교사의 교육력을 높이는 관리자의 역할임을 인식해야 합니다.
[장기재직 휴가 의의] 장기재직휴가 신설이 교직 사회에 갖는 의미나 의의는 뭘까요?
매우 의미가 있습니다. 그동안 교육부는 장관의 행정지침에 불과한 '교원휴가에 관한 예규'로 교사의 학기 중 연가를 사실상 통제했습니다. 처음에는 장기재직휴가를 휴업일에 쓰도록 예규를 정했지만, 전교조와 현장교사의 엄청난 반발로 물러선 것입니다. 교사의 수업일 중 연가 사용이 장기재직휴가로 물꼬가 트인 것입니다.
장관의 예규로 더 이상 교사의 수업일 중 휴가를 통제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더 나아가 이것을 기점으로 「일·가정 양립을 위한 공무원 근무 혁신 지침」에 나온 공무원의 복무 수준이 교원에게도 적용되는 계기가 되어야 합니다.
[41조 연수] 교사에게는 방학이 있다는 이유로 연가 사용에 많은 제한을 받고 있습니다. 교사들도 이런 이유로 휴가권을 당당하게 이야기하지 못하고 있고요. 방학과 휴가권의 사용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방학은 휴무일이 아닌 휴업일입니다. 수업이 없는 휴업일이므로 교사에게는 매우 소중한 시간입니다. 전문성 향상을 위한 연수와 다음 학기를 위한 충전의 시간입니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능가할 수 없습니다. 교원의 전문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습니다. 교육기본법(14조)에서는 교원의 '전문성 향상을 위한 노력'을 교사의 의무로 규정하고 있고, 이를 위해 교육공무원법 41조(연수기관 및 근무장소 외에서의 연수)에서는 ‘수업에 지장을 주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연수기관이나 근무 장소 외의 시설 또는 장소’에서 연수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41조’ 연수입니다.
전문성 향상은 교사 개인의 노력으로만 가능하지 않습니다. 체계적인 지원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합니다. 생애 주기별 프로그램, 교사 개인별 프로그램에 대한 행·재정 지원 등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현재는 1급 정교사 자격연수를 지원하는 것을 빼고는 사실상 국가적 지원 시스템이 없는 상황입니다.
“당국은 교사들이 국제 간에 가지는 전문 분야의 교류와 문화적 교류 및 해외여행이 교육활동을 위해서나 교사 자신을 위하여 가치가 있다는 점을 인식하여야 한다. 따라서 당국은 이러한 기회를 넓히도록 노력하여야 하며, 개개 교사가 해외에서 얻은 경험을 존중하여야 한다.”
1966.10.5.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UNESCO와 ILO의 특별회의에서 채택한 「교사의 지위에 관한 권고」 제104조의 내용입니다.
보고, 듣고, 온몸으로 체험한 교사의 모든 경험은 생생한 교육자료가 됩니다. 교과 수업뿐만 아니라 다양한 국내외 문화 체험에 대한 재정적 지원도 필요합니다. 휴업일, 방학 기간을 휴가로만 가두려는 관점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대체인력] 교사들이 휴가권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큰 이유 중 하나가 대체인력 관련 문제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할 주체와 방안은 무엇일까요?
우리 헌법은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반드시 입법부가 제정한 법률로만 가능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교육부는 장관의 행정 규칙에 불과한 예규로 교사의 휴가를 사실상 휴업일로만 제한해 왔습니다. 법률에서 보장하는 휴가를 모두 사용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정규 교원을 더 임용하거나 대체인력을 확보해야 합니다. 모두 예산이 필요한 과제입니다. 결국 예산의 문제로 반드시 보장해야 하는 교사의 휴가권을 가로막은 것입니다.
교사는 휴가를 사용할 권리가 있습니다. 학교장은 특별한 사유가 없다면 이를 불허할 법률적 근거가 없으며 휴가로 인한 수업 결손을 방지할 책무, 즉 시간강사를 확보할 의무가 있습니다. 지역과 교과에 따라서는 하루 또는 몇 시간의 시간강사를 구할 수 없는 현실적 문제가 있습니다. 이를 위한 해결은 교육감과 장관의 책무입니다. 초등에는 보결을 전담할 수 있는 교사를 학교에 배치하거나, 중등에는 교과별 보결 담당 교사를 지역교육청에 배치하는 등 다양한 방안이 가능할 수 있습니다.
교사가 존엄한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권리를 보장하는 일은 교육당국이 결단만 하면 가능한 일입니다. 더 이상 교사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국가의 역할이 아닙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