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절을 맞아 ‘연가’를 중심으로 교사의 휴가권을 이야기해 보려 한다.
수년 전 내가 근무하는 고등학교 교무실에서 있은 일이다. 50대 여자 교사 한 분이 어머니 팔순을 맞이하여 이틀 가족여행을 다녀오겠다고 연가를 신청했다. 교장·교감은 교사를 본교무실로 불러 본인들은 소파에 앉고, 선생님은 세워둔 채 20여 분간 잔소리를 했다. 교장의 말은 교사가 학생을 버려두고 학기 중 연가를 내고 여행을 간다는 게 말이 되냐는 거였다. 그 교사는 수업교환표까지 제출했음에도 몰염치한 교사로 내몰렸다.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 사용 제한받는 교사들
불과 얼마 전까지 교직 사회에서 “지금까지 연가 한 번 안 썼다”는 말이 종종 오갔다. 이 말은 성실하게 복무하는 교사로서의 삶에 자부심이 묻어나오는 말이기도 하고, 연가 사용의 장벽이 있음을 은연 중 드러내는 말이기도 하다.
인사혁신처는 연가를 ‘정신적·신체적 휴식을 취함으로써 근무능률을 유지하고 개인 생활의 편의를 위하여 사용하는 휴가’라고 정의하며, 2017년 일·가정 양립을 위한 공무원 근무혁신 지침으로 연가 활성화를 공포했다. 연가 사유는 심사 대상이 아니라며 공무원복무시스템에서 연가 사유란을 폐지하였다. 공무원은 최소 10일 이상의 연가를 사용하고, 나머지 연가는 저축하여 장기 연가로 사용하거나 연가보상비를 지급받을 수 있다.
하지만 교사도 공무원이지만 이 규정에서 예외이다. 교육부는 장관의 행정규칙에 불과한 ‘교원휴가에관한예규’로 헌법에서 보장하는 기본권을 제한하고 있다. ‘학교의 장은 휴가를 승인함에 있어 소속 교원이 원하는 시기에 법정휴가일수를 사용할 수 있도록 보장하되, 연가는 수업 및 교육활동 등을 고려하여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수업일을 제외하여 실시하도록 한다’며 수업일 연가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다만 수업일이라도 9가지 사유에 대해서는 승인을 허가한다며 네이스 복무시스템에 ‘사유 기재란’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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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반직 공무원의 네이스 복무시스템. 연가 사유란 자체가 없이 비고란만 존재한다. © 네이스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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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사의 네이스 복무시스템. 연가 사유를 입력하도록 했다. © 네이스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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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전교조가 연가 사유 기재란에 관해 진정을 내자 인권위는 결정문에서 ‘일반적으로 공직사회에서는 공무원의 연가사용을 촉진하고 공직자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보호하고자 개인이 연가를 사용할 경우 그 사유를 묻지 않는 방향으로 계도, 제도개선하고 있는 것과 달리 ‘교원휴가에관한예규’는 그 사유를 교육정보시스템에 기재하도록 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네이스에 사유 기재가 개인정보의 보호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는 권고에 그치고 만다.
한편, 연가 사유 9호인 ‘기타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소속 학교의 장이 인정하는 경우’는 수업일 중 연가 사용의 문을 열어둔 것 같으나 이것이 교사와 학교장 간의 갑질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화근이 되고 있다. 전교조가 실시한 갑질실태 설문조사에서 1위는 늘 ‘휴가 승인 관련’이 차지한다. 교사도 학교장도 할 짓이 못 되는 소모전이 ‘연가 사용’ 승인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교사는 방학이 있기에 연가 사용 말아라?
교사들은 방학이 있기에 교육부의 이런 연가권 제한은 당연하다고 일반인들은 생각하고 교사들도 여기에 순응해 왔다. 하지만, 방학기간 네이스에 상신하는 ‘41조 연수’의 취지를 생각한다면 연가권과 방학을 퉁치자는 현재 논리는 교육부의 꼼수에 지나지 않는다.
공교육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서 교사들은 끊임없는 전문성 향상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교육기본법에서도 '교원은 교육자로서 갖추어야 할 품성과 자질을 향상시키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14조)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전문성 향상을 위한 연수는 교원의 법적 권리이자 의무이며 국가가 지원해야 하는 과제이기도 하다. 연수기관 및 근무 장소 외에서의 연수, 즉 ‘41조 연수’가 존재하는 이유이다. 그렇기에 방학 중 41조 연수는 휴가가 아닌 또 다른 근무의 연속이라는 관점 전환이 필요하다.
방학 중 교사의 학교 밖 연수와 체험은 교육의 장에서 즉각 실효성을 발하는 귀중한 교육자산이다. 또한 예전과 달리 늘어난 생활기록부 업무는 쉼이 있는 방학이라는 일반적 개념을 상실하게 한 지도 오래되었다.
교육부가 교사의 학기 중 연가 사용을 옥죄어 온 핵심 이유는 결국 돈 문제이다. 보결강사 확보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학기 중 자유로운 연가 사용은 쉽지 않다. 교육지원청별 연가 사용 교사의 수업을 지원하는 보결교사 확보가 필요한 대목이다. 예산을 쓰지 않기 위해 교사 개인의 권리는 제한하고 그 책임은 교사 개인의 불성실함으로 돌리고 있는 것이다. 사회적으로는 교사가 ‘방학 때 쉬며 돈 받는 월급루팡’이라는 인식을 방기하면서 말이다.
연가는 정신적·신체적 휴식을 취함으로써 근무능률을 유지하게 하는 ‘유급 휴가’이다. 하지만 교사는 수업일 중 연가 사용 제한 뿐만 아니라 승인 과정에서 갑질을 겪거나, 보결 강사가 없어 연가 사용 후 강도 높은 수업노동을 다시 해야하는 등 유급 휴가의 의미는 퇴색한 채 ‘권리 사각 지대’에 수십 년간 방치되어 있다. 또한 한 해 수백만 원의 연가 보상비도 받지 못해 경제적 손실까지 겪고 있다.
지금과 같은 교원정책으로는 질높은 공교육 어렵다
며칠 전 전국 5개 교육대학 2025학년도 입학 성적이 공개되어 주목을 받았다. 교육대학을 기피하는 현상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현 상황에 유명 사교육학원 관계자가 "교원 관련 정책 등을 전반적으로 다시 체크해봐야 한다"라고 조언을 했다는 내용이 포털뉴스에 오르내렸다. 교육부가 고민해야 할 일을 사교육학원 관계자가 이리 걱정을 하고 있다.
과다한 행정 업무, 민원과 아동학대 신고 불안, 제자로부터 폭행까지 당하고 있는 교실, 여기에 더해 헌법에서 보장받는 휴식권(연가권)까지 보장 못 받는 반쪽 노동자인 대한민국 교사의 현재 처지를 이대로 방기하고선 질높은 공교육을 꿈꿀 수 없다.
어제 교육희망에서 ‘장기재직휴가’ 7일이 주어진다는 기사가 교사들로부터 큰 환영을 받았다. 입법예고 후 당연히 모든 공무원에게 주어지는 권리임에도, 교사들은 교육부가 행정예규로 또 막지 않을까 불안해하며 기사를 읽었다.
노동절에 대한민국 교사의 노동권은 안녕한지 다시 한번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