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9일 있은 5차 전국교사집회에서 803명의 '교권 보장과 교육 공동체 회복을 바라는 교장들' 명의로 성명서가 발표되어 집회 참석자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실명을 드러낸 교장단 성명서가 낯설었기에 <교육희망>이 성명서 작성 실무를 맡았던 서울 유현초 임수경 교장선생님을 만나 그 과정을 인터뷰해 보았다.
Q. 교장선생님, 만나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개인적인 질문을 먼저 드립니다. 7월 중순 서이초 사건이 발생했을 때, 선배로서 관리자로서 만감이 교차하셨을 것 같은데 어떤 마음이셨는지 궁금합니다.
처음엔 너무 놀랐고, 신규교사의 죽음이라는 것을 알고는 많이 안타까웠습니다. 한편으로는 정확한 내용을 알 수 없어 혼란스럽기도 했고요. 들려오는 얘기 속에 학부모 민원 얘기가 있어, 우리 학교 선생님들이 걱정이 되었습니다. 이 소식을 듣고 선생님들 마음이 어떨까 하고. 작년에 우리 학교도 학부모 민원으로 힘든 일이 있었거든요. 학교가 함께 나서서 일은 해결했지만, 그 과정이 정말 지난했습니다. 무척 고생한 교감 선생님도 최근 서이초 관련 얘기를 하시다 작년 그 사건을 생각하면 우울하다고 털어놓으셨어요.
Q. 5차 집회에서 전국의 803명의 교장 선생님께서 ‘교권 보장과 교육 공동체 회복을 바라는 교장들’이라는 명의로 성명서를 발표하셨습니다. 성명서가 나오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합니다.
먼저 퇴직 교장선생님들이 연락을 주셨어요. “교장들이 성명서를 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교육현장에서 충격적인 일이 생겼는데 빠르게 대처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어 답답하기도 했던 때여서, 초등 교장선생님 몇 사람을 만나 의논을 했었어요. 선언보다는 우리가 있는 학교 현장에서 실천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것이 좋겠다는 얘기들이 오갔어요. 이미 시기가 늦었다는 이야기도 있었고요.
그런데 4차 교사집회 참석하고 나서 다시 성명서를 발표하는 것으로 바뀌었어요. 교사들에게 위로와 지지가 필요하다, 교장을 보고 반가워하는 교사를 보니 우리의 역할이 있는 것 같다, 교장은 뭐하냐는 말도 들렸고요. 다른 교장들에게도 함께하자고 말해라라는 조언도 있었어요. 결국 성명서를 내기로 하고, 다른 성명서와 달리 요구만 할 것이 아니라 우리가 실천할 것을 쓰자, 실명을 걸고 하자 등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초안을 한 사람이 써보겠다 하여 일이 시작되었습니다. 그후 초안 수정 과정이 여러 번 이어졌고, 그 과정에서 중등 교장들의 참여도 이루어졌어요. 논의 때마다 참석자들은 조금씩 바뀌기도 했어요. 자발적으로 여기저기 연락하여 의견을 받기도 하고, 그 과정에서 논의에 참여하는 사람도 생기기 시작했기 때문이죠.
8월 16일 오전까지도 내용 수정을 했어요. 그 뒤부터는 급박하게 일이 돌아가기 시작했어요. 개인들이 각자의 인맥을 활용하여 연락을 하기 시작했죠. 그러다보니 대상이 서울이냐, 전국이냐부터 마감은 언제까지냐, 유치원 원장도 함께 하고 싶다 등까지. 몰려드는 논의거리에 어떻게 대처를 해야할지 몰라 우왕좌왕했습니다. 대상은 이미 서울의 범위를 벗어나 지역에서 동참이 꽤 들어오고 있어 전국으로 확대된 상황이 되고 있었습니다. 서울 교장 선생님들이 우리의 예상을 넘겨 호응을 해주셨어요. 이렇게 8월 18일까지 받은 분들이 803명이었습니다. 성명서 발표 후로도 75명 더 참여하셨습니다.
▲ 19일, 5차 전국교사집회에서 '교권 보장과 교육 공동체 회복을 바라는 교장들' 명의의 성명서를 발표하는 교장단 대표들. 아래쪽 스카프를 맨 사람이 임수경 교장선생님 © 최승훈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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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성명서를 준비하시는 과정에서 기대되거나 염려되는 면이 있었다면 어떤 점이었습니까?
성명서에 참여한 교장이나 그렇지 못한 교장들 모두 교권회복을 바라고 있고 각자가 할 수 있는 참여를 하고 있어요. 그 어떤 동참도 안 한 교장들은 없을 것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교사들이 성명서 명단을 보고, 누가 했는지 안 했는지 따지기보다 많은 교장들이 우리를 지지하고 있구나 정도로 봐주셨으면 해요. 교장들이 선언을 했고, 다짐을 한 만큼 실천을 시작할 것입니다. 당장 법 개정이 되지 않을 수도 있으니, 그 과정에 교사와 관리자가 함께 힘과 지혜를 모았으면 좋겠어요.
Q. 실명으로 많은 교장 선생님들이 성명에 동참해 주셔서 놀란 면도 있었지만, 지역별 서명수 편차가 커서 의아한 면도 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글쎄요... 일을 나눠서 하다보니 저는 어떤 지역이 많은지, 누가 참여했는지 몰랐습니다. 서울중등교장협의회를 제외하고는 어떤 단체의 힘을 빌어 연락을 한 게 아니었어요. 우리의 범위를 넘어서서 일들이 이루어진 것 같아요. 특정지역이 네트워크가 더 활발한 게 아닐까요? 아니면 이 사안에 대해 선도적인 접근이나 공감이 빠른 지역이 있지 않았을까요? 제가 답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닌 것 같네요. 하하!!
Q. 성명서 발표 후 교장 선생님 주변 교사나 교장 선생님들의 반응이 궁금합니다.
감동받았다고, 힘받았다고 선생님들이 말씀해 주셔서 좋았고, 어깨가 무거워지기도 했습니다. 나서주어 고맙다고 연락주신 교장 선생님들도 많았습니다. 성명에 참여하신 교장 선생님 중에 제자로부터 감동의 편지를 받은 교장 선생님도 계시더라고요.
Q. 성명서에서 언급하신 ‘안전한 학교 공동체’ 방안 중 2학기 교장 선생님 학교에서 추진하실 계획을 갖고 있거나, 이미 실천하고 계신 방안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다른 교장 선생님들을 보니 생활 규정을 보완하거나, 교육 3주체 생활 협약을 만들어보려는 계획이 있으시더라고요. 이미 가정통신으로 안내한 학교도 있고요.
우리 학교에서 안전한 학교 공동체 방안 중 실천하고 있는 것은 학교 적응을 어려워하는 학생을 지원하는 다중지원팀이 있어요. 그리고 협력강사, 봉사자 배치 등 최대한 선생님들을 지원을 해, 선생님들이 수업에 집중하실 수 있도록 도와드리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을 계기로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자각하게 되었습니다. 신규교사에 대한 지원, 생활규정, 돌발행동에 대한 대책, 민원 대응체계 등 좀더 세심하게 대안들을 만들어할 부분이 보이더라구요. 학부모회, 학운위와도 공유하고, 함께 개선해야겠지요.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네요.
* 이 인터뷰는 교육언론지인 <교육희망>이 대중적이고, 객관적인 입장에서 인터뷰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