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부에서] 학교 급식소 안전, 누가 책임져야 하나?

노경석 전교조 경남지부장 | 기사입력 2023/07/19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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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부에서] 학교 급식소 안전, 누가 책임져야 하나?
실질적 권한을 가진 사람이 책임을 져야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이 보장된다.
교육지원청에 전문인력 배치하고, 학교장이 관리감독자의 역할하도록 지도조언해야
노경석 전교조 경남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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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3/07/19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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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질적 권한을 가진 사람이 책임을 져야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이 보장된다.
교육지원청에 전문인력 배치하고, 학교장이 관리감독자의 역할하도록 지도조언해야

▲ 노경석 전교조 경남지부장 

학교 급식소에서의 산업안전보건법 적용과 관련한 역할과 책임을 둘러싸고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경남에서도 이 문제를 둘러싸고 여러 가지 우여곡절을 겪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을 살펴보면 제1조에 ‘이 법은 산업 안전 및 보건에 관한 기준을 확립하고 그 책임의 소재를 명확하게 하여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쾌적한 작업환경을 조성함으로써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의 안전 및 보건을 유지·증진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밝히고 있다. 단순히 업무를 누가 맡느냐의 문제뿐 아니라 책임의 문제가 같이 따르는 것이기 때문에 간단한 문제가 아님은 분명하다.

 

이렇게 논란이 일고 있는 것과 달리 의외로 산업안전보건법에서는 ‘안전보건관리체제’를 어떻게 구성하고 누가 어떤 역할을 맡을지가 명확하게 정리되어 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는 ‘안전보건관리 책임자’로 사업장을 실질적으로 총괄하여 관리하는 사람, 두 번째는 ‘관리감독자’로 사업장의 생산과 관련되는 업무와 그 소속 직원을 직접 지휘·감독하는 직위에 있는 사람, 세 번째와 네 번째는 ‘안전관리자’와 ‘보건관리자’로 각기 안전과 보건에 관한 기술적인 사항에 관하여 사업주 또는 안전보건관리책임자를 보좌하고 관리감독자에게 지도, 조언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이다. 즉 실질적인 권한을 가진 사람들에게 ‘안전보건관리 책임자’와 ‘관리감독자’의 역할과 책임을 부여하고, 기술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이 지원하도록 하는 것이 기본 체제이다. 이 체제의 어디에도 영양교사가 끼어들 여지는 없다. 영양교사는 실질적으로 사업장을 총괄하여 관리하거나 소속 직원을 지휘·감독하는 직위에 있지도 않을뿐더러 안전과 보건에 관한 기술적인 사항에 관한 전문가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처럼 영양교사와 산업안전보건법과 관련 업무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데도 왜 경남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것일까? 그 내막을 살펴보면 학교는 일반적인 기업과는 다른 상황임에도 학교에 맞는 체제를 아직 제대로 마련하고 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시도교육청을 하나의 사업장으로 간주한다. 따라서 안전보건관리책임자와 안전관리자, 보건관리자는 시도교육청 단위로 있고, 학교마다 학교장이 관리감독자의 역할을 맡고 있다.

 

이런 체제는 겉으로 보면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현실에서는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생산공장이 하나 또는 몇 개의 공간에 모여있는 일반적인 사업장과 달리 시도교육청에는 수많은 학교가 각기 따로 떨어져 있다. 예를 들어 경남교육청에는 1,000여 개의 학교가 소속되어 있다. 현실적으로 관리감독자인 학교장이 산업안전보건에 대한 전문성을 갖기 어렵기에 관리감독자가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지도·조언하는 역할이 중요하다. 하지만 도교육청에 있는 소수의 안전관리자와 보건관리자가 1,000여 개의 학교를 살펴보고 관리감독자인 학교장을 지원하고 지도·조언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한마디로 노동자에 대한 안전보건 체계가 부실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는 반드시 해결되어야 할 문제이다. 그런데 일부 시도교육청에서는 분임책임관이라는 법령에도 없는 체제를 만들어 학교장이 맡아야 할 업무를 학교 내의 행정실장과 영양교사에게 떠넘기는 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이 실질적으로 권한을 가진 자들에게 역할과 책임을 맡긴 것은 권한을 가진 사람들이 책임을 지게 할 때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아무런 권한도 없는 영양교사와 행정실장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실질적인 권한을 가진 사람들이 한 발짝 뒤로 숨도록 하는 것은 법의 취지에도 맞지 않을뿐더러 노동자의 안전과 보건을 제대로 보장할 수도 없다.

 

산업안전보건법과 관련해서 핵심은 학교장인 관리감독자가 역할과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바로 교육청이 책임지고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이것을 노동자에게 떠넘기거나, 행정실과 영양교사 사이의 업무 갈등의 관점으로 접근하는 것은 옳지 않다. 권한도 전문성도 없는 사람에게 일을 떠넘기는 것은 손쉽고 비용이 들지 않는 방식이지만 결코 효과적인 방식이 될 수 없다. 시도교육청에서 관내 학교를 모두 살펴보고 지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도교육청과 학교를 잇는 중간 조직인 교육지원청에 전문인력을 배치하여 학교장이 관리감독자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지도·조언할 수 있도록 체계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지원청에 배치된 전문가가 학교를 방문하며 산업안전보건과 관련된 내용을 점검하고 사안이 생겼을 때 학교를 찾아 처리를 지원하도록 하면 된다. 물론 지원청별로 인력을 배치하려면 재정적인 부담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비용 부담을 이유로 노동자의 안전을 뒤로 미루는 것은 이윤만을 목적으로 하는 악덕 사업자가 하는 짓이다. 적어도 공공기관에서, 더욱이 교육기관에서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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