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신고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한 시도교육청
지난해 전교조는 17개 시도교육청에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교원에 대한 아동학대 신고 및 처리 결과에 관한 자료를 요구하였다. 이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1248명의 교원이 아동학대 혐의로 신고되었다. 그리고 이 중에서 2022년 기준 수사단계에서 무혐의를 받거나 재판에서 무죄를 받은 교원이 457명, 수사단계에서 기소유예처분, 보호처분을 받거나 재판에서 벌금형, 금고이상의 형을 받거나 재판에서 다투고 있는 교원이 416명이었다.
그런데 이 자료는 정확한 자료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미 시도교육청 자체가 위 자료를 제출하면서 “교육청은 아동학대 신고접수기관이 아니므로, 각급 학교에서 교육청으로 보고된 사안만 제출한다”고 단서를 붙이거나 ‘자료부존재’, ‘재판결과 자료없음’이라고 소명한 부분도 상당하다. 또한 시도교육청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아동학대로 신고된 교원 수가 1248명인데, 보건복지부가 매년 발표하는 아동학대 통계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1년까지 4년간 아동학대행위자로 등록된 교직원 수가 이미 6787명이다. 시도교육청이 지자체에 의하여 등록된 ‘아동학대행위자 교원 수’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받을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자료가 의미없는 것은 아니다. 시도교육청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더라도, 아동학대 의심 사안으로 신고된 교원 수가 1248명인데 그 중 수사단계에서 무혐의를 받거나 재판에서 무죄를 받은 교원 수가 457명(36.6%)에 이른다. 교원단체 쪽에서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 많은 교사들이 고통받고 있다고 주장할 수 있는 지점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자료의 반쪽만을 이야기하고 있다. 신고된 교원 1248명 중 수사단계에서 기소유예처분(혐의는 인정되나 여러 정상을 고려하여 이번에 한하여 기소를 유예한다는 처분), 보호처분(혐의는 인정되나 형사처벌을 받을 정도에 이르지는 않는다고 보아 형사절차로 가지 않고 부과되는 처분)을 받거나 재판에서 벌금형, 금고이상의 형을 받거나 현재 다투고 있는 교원 또한 416명(33.3%)에 이른다. 학생, 학부모단체에서 교원단체의 무고 처벌 주장에 반발하는 이유이다.
그러나 어쨌든 지금 학교 현장이 아동학대 신고와 그로 인한 분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원인_'교육활동에 대한 이견' 해소할 창구 부재
그렇다면 왜 이렇게 학교 현장이 아동학대 시비로 몸살을 앓게 되었을까?
무엇보다 현재 학교에는 교사의 교육활동을 둘러싸고 생긴 학생, 학부모와 교사 간 이견과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창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 주요한 원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학교는 다수의 교육주체들이 만나는 공간으로 교사의 교육활동을 둘러싸고도 다양한 관점과 갈등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특히 학교는 양육자가 세상에서 가장 아끼는 자녀의 보호와 교육을 위탁한 공간이다. 어찌 교사의 교육활동에 대해 이견이 없을 수 있겠는가). 또한, 현재 우리 학교는 여전히 폐쇄적이며, 인권친화적이지 않다. 거기에 더하여 학생, 학부모가 교사의 교육활동에 대하여 이견을 가질 때 이를 대화하고 해결책을 논의할 수 있는 창구도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현재는 교사의 교육활동을 둘러싸고 생긴 학생, 학부모와 교사 간 이견이나 갈등이 사안의 경중을 불문하고 모두 ‘아동학대 의심 신고’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할 수 있다. 학생, 학부모로서도 가장 극단적이지만 유일한 문제제기 통로인 ‘아동학대 신고’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그러나 확실하고 심각한 아동학대 사안이 아닌 이상, 학생 · 학부모 역시 아동학대 신고나 수사기관 고소·고발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형사처벌 절차는 오랜 법정 다툼을 벌여야 할 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아동 역시 트라우마를 가질 수 있는 등 학생 · 학부모 입장에서도 반드시 최선의 선택이라고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심각한 아동학대 사안이 아니라면, 학생 · 학부모 역시 교사가 끝끝내 형사처벌되기를 원한다기보다 문제 삼는 교사의 교육활동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고 하루 빨리 피해가 회복되기를 원한다고 할 것이다. 또한, 교사 입장에서도 형사절차로 가기 전 학생 · 학부모와 소통하고 자신의 교육활동에 대해 성찰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사안의 경중에 따라 자신의 책임을 인정할 가능성은 훨씬 커질 것이다. 따라서 ‘아동학대 신고’, ‘형사처벌 절차’로 나아가기 전 학생 · 학부모, 교사 모두가 안전하게 교육활동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 해결책을 논의할 수 있는 창구가 있다면, 아동학대 신고는 상당히 줄어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음으로는 현행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아동학대처벌법)을 학교에 적용하는 문제도 아동학대 의심 신고의 주요한 배경이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현행 아동학대처벌법은 가정 내 아동학대를 예정하고 이에 대한 처벌 및 그 절차에 관한 특례를 규정한 법률이다. 그런데 이와 같이 ‘가정 내 아동학대’를 예정하고 만든 아동학대처벌 관련 절차규정이 ‘가정과는 다른 특성을 가진 학교’에 일률적으로 적용되면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현행 아동학대처벌법에 따르면, 누구든지 아동학대범죄를 알게 된 경우나 그 의심이 있는 경우에는 지자체 또는 수사기관에 신고할 수 있고, 법에 열거된 신고의무자는 직무를 수행하면서 아동학대범죄를 알게 된 경우나 그 의심이 있는 경우에는 지자체 또는 수사기관에 즉시 신고하여야 하고, 신고하지 않으면 과태료가 부과된다(아동학대처벌법 제10조, 제63조).
그리고 이와 같이 아동학대범죄 신고를 접수한 경찰 또는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은 지체없이 아동학대범죄의 현장에 출동하여야 하고(아동학대처벌법 제11조), 현장에 출동한 경찰 또는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은 아동학대행위자를 피해아동 등으로부터 격리하는 등 즉시 응급조치(제지, 격리 등)를 해야 한다(아동학대처벌법 제12조).
또한 신고 접수 및 사안 조사 이후에는 1차적으로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이 아동학대 사례 여부를 판단하고, 판단이 어려운 사안의 경우에는 시군구 단위로 설치된 아동학대사례판정위원회에서 아동학대 사례 여부를 판단하여 수사기관에 제공하며, 검사는 이를 종합하여 기소 또는 불기소 여부를 판단한다.
그러나 현행 아동학대처벌법상의 ‘아동학대 의심시 신고 및 신고의무’ 조항은 원래 가정 내 아동학대의 경우 학대 상황과 아동의 위험이 외부에서 목격되기 매우 어려운 은폐성의 특징을 가지므로, 가정 내 아동학대의 조기 발견을 위하여 마련된 특별규정이다. 그런데 이러한 ‘의심 시 신고 및 신고의무’ 조항이 학교에 일률적으로 적용되면서 실제 형사처벌되어야 할 ‘아동학대범죄’ 뿐만 아니라, 교사의 인간적인 실수나 교사의 교육활동에 대한 학생 · 학부모의 단순한 이견, 오해조차 경중을 불문하고 아동학대 의심 신고, 관리자의 의심 시 신고의무로 이어지고 있다.
또한 현행 아동학대처벌법상의 ‘지자체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의 현장조사, 즉시분리조치’ 조항 역시 모두 가정 내 아동학대에 대한 지자체의 개입 권한을 근거로 만들어진 규정이다. 그러나 현재 학교에 대한 지도감독권은 ‘지자체’가 아니라 ‘교육청’이 가지고 있다. 또한 교사에 대한 인사권과 학생의 학교생활에 대한 권한 역시 ‘지자체’가 아니라 ‘교육청’이 갖고 있다. 즉 현재는 학교 내 아동학대 사안이 발생하더라도 지자체가 학대행위자인 교사나 피해아동에 대해 개입할 수 있는 권한이 거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행 아동학대처벌법상 지자체의 규정이 학교에 일률적으로 적용되면서 실제 교사에 의한 아동학대 사안에 대하여 개입하고 책임져야 할 학교와 교육청은 손을 놓은 채 지자체 아동학대전담공무원과 사법기관의 판단만을 기다리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교육청과 학교의 중재 역할을 강제하는 법 개정·제도 마련 시급
그렇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아동학대범죄에 대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형사처벌이 이루어져야 한다. 교사에 의한 아동학대범죄 역시 예외일 수 없다. 그러나 아동학대범죄로서 형사처벌의 대상이 된다고 보기 어려운 사안조차 아동학대 신고로 이어져 형사사건화 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학교 안의 모든 갈등 사안이 형사사건화, 사법화되는 것은 교사뿐만 아니라 아동에게도 최선이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은 대안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첫째, 교사의 교육활동에 대해서 학생, 학부모와 교사 간 이견이 있거나 갈등이 생긴 경우, 이에 대해 대화하고 해결책을 논의할 수 있는 기구가 필요하다. 이러한 기구에서 학교 안 갈등 사안을 심의하여 ‘아동학대범죄에 이르지 않거나 사법적으로 다루지 않아도 되는 사안’과 ‘아동학대범죄로 처벌할 필요가 있는 사안’을 구분하고, 각각에 맞는 조치(조정, 구제조치등의권고, 고발 등)를 하도록 한다면, 현재 학교 안 모든 갈등이 사안의 경중을 불문하고 아동학대 신고로 이어져 형사사건화되는 것을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둘째, 교사의 교육활동이 아동학대 의심 사안으로 신고된 경우 학교와 교육청의 역할이 있어야 한다. 현재와 같이 학교 내 아동학대 의심 사안이 발생해도 지자체와 수사기관만이 개입할 수 있고, 학교와 교육청은 손을 놓은 채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라면, 교육활동에 대한 불신으로부터 비롯한 아동학대 의심 신고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학교 내 아동학대 사안 처리 절차에서 학교와 교육청의 역할을 강제하고, 이에 따라 학교와 교육청 역시 그들의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