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가 줄어 몰락한 스파르타
“스파르타를 무너뜨린 것은 페르시아가 아니라 저출산이었다.”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란 책으로 유명한 미국의 경제학자 토드 부크홀츠는 자신의 저서 ‘다시, 국가를 생각하다’(2017년 4월 출간)라는 저서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감소는 우리 시대만의 문제가 아니라 번영을 누렸던 역사 속 많은 국가가 경험했던 공통 현상이라는 것이다.
이 책에 따르면 고대 그리스의 강대국 스파르타는 전쟁을 통해 부를 쌓았고 잡아 온 포로들에게 노동력을 의존하기 시작하면서 아이를 많이 낳지 않기 시작했다. 국가가 부강해지면 부강해질수록 스파르타인들에게 출산은 점점 매력을 잃었다. 자녀를 낳으면 사치를 즐길 기회가 줄어들고 재산을 더 많은 사위와 며느리에게 나눠줘야 한다는 뜻이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스파르타가 번영할수록 출산율은 떨어졌고 기원전 4세기 스파르타 인구는 건국 초기에 비해 80%나 감소했다.
우리는 소멸하고 있다 ... 수도권 집중으로 인한 경쟁 때문
인구 유지를 위해 필요한 합계출산율(15~49세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의 평균)은 2.1명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81명이다. 인구가 2년째 감소하고 있으며, 통계청이 2022년 2월 23일 발표한 지난해 인구동향조사 출생·사망 잠정 통계를 보면, 작년 한 해 출생아 수는 26만500명으로, 통계 작성을 시작한 1970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갤럽조사에 의하면 저출생 주요 원인으로 '자녀 양육에 대한 경제적 부담'(58%)을 꼽았고 출산과 보육 지원을 충분히 하면 저출생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의견에는 81%가 동의했다. '출산 의향이 많이 생길 것 같다'는 응답을 가장 많이 얻은 가상의 국가 지원 대책으로는 '보육 주거 공간 무상 지원'(67%)이 꼽혔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인구가 수도권에 과도하게 집중된 현상 때문에 대한민국의 초저출산이 촉발된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적으로 대한민국은 서울 중심의 도시국가가 된지 오래 되었으며, 제2의 도시라고 불리는 부산에서도 수도권으로의 인구유출이 매우 심각하다. 실제로 (매출액 기준) 국내 100대 기업을 살펴보면 광역시에 본사가 위치한 곳이 없다.
국립대를 포함한 지방 대학교들 또한 합격선의 대폭 하락과 함께 폐교 위기를 겪고 있다. 여러 지방의 청년 인구유출이 매우 심각하여 소멸 단계에 접어들었다. 청년들이 죄다 수도권으로 몰리면서 홍콩, 싱가포르 등 다른 도시국가들에서 주로 발생하는 지나친 경쟁, 취업난, 낮은 출산율, 높은 집값은 다 겪고 있다.
인구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토머스 맬서스는 '도시의 인구밀도가 높아지면, 한정된 자원으로 인해 생존경쟁이 심해지고 이는 저출산으로 연결된다.'고 말했다. 2020년 기준, 수도권 인구가 비수도권 인구를 추월했고 수도권 위주로 국가 정책이 진행되고 있다. 즉, 수도권이 선거권을 가진 인구가 많기 때문에 지방 중심 인프라 확충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청년들이 지방에서 취업을 하면 되지 않으냐"라는 반문에 조영태 교수는 "인구밀도가 낮은 지방은 남은 자원이 부족하기 때문에 경쟁이 수도권 못지 않고, 지방에 남은 청년들의 심리적 긴장감이 크다"고 답변했다. 수도권 인구 밀집이 저출생 해결의 커다란 난제임을 말하고 있다. 실제로도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지역의 출생율이 대한민국 전체의 출생율을 깎아 먹는 주범으로서 지목되고 있다.
양육 두려움의 근본에는 돈이 있다
#민간부담 연간 공교육 지출액
2022년 10월 11일 서동용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교육지표’를 분석한 결과, 2019년 기준 국내 초·중·고교생 1인당 민간부담 연간 공교육비 지출액은 1454달러(약 208만원)로 집계돼 OECD 평균 929달러(약 124만원)을 크게 웃돌았다. 조사에 참여한 45개 국가 중 6위로, 한국의 순위는 2017년 4위에서 2018년 7위로 떨어졌다가 다시 올랐다.
#18세까지 드는 양육비용
2022년 4월 9일 CNN방송은 출생 후 18세까지 아이를 기르는 데 드는 비용은 한국이 1인당 GDP의 7.79배(2013년 기준)로 14개 분석 대상국 중 가장 높다고 전했다. 이어 중국이 6.9배를 기록했고, 영국(5.25배), 일본(4.26배), 미국(4.11배), 독일(3.64배) 등의 순이었다.
#초등학교 보낼 때까지 드는 비용
아이를 낳아 초등학교에 보낼 때까지는 평균 5378만 원의 돈과 엄마 시간 총 5147시간이 필요하다. 물론 초등학교에 보내면 또 다른 차원의 고민이 생긴다. 바로 교육비. 기혼 여성(49세 이하) 1만1205명에게 자녀에 대한 부양을 언제까지 책임지는 것이 적당한지 물은 결과 가장 많은 59.2%가 ‘대학 졸업할 때까지’라고 대답했다.
#초등학교 졸업할때까지 드는 비용
우선 자녀가 없는 2인 가구는 생활비로 한달에 평균 176만 원을 쓴다. 그런데 초등학생 자녀가 1명 있을 때는 이 비용이 297만 원으로 늘어난다. 아이가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72개월 동안 총 8712만 원이 필요하다.
#중고등학교 졸업할때까지 드는 비용
중학생 자녀가 한 명 있을 때평균 생활비는 323만 원으로 초등학생 때보다 26만 원 늘어난다. 전체 2인 가구와 비교하면 147만 원이 증가하는 것이다. 중학교 36개월 간 5292만 원이 필요한 셈이다. 고등학생 자녀가 한 명 있을 때월 평균 생활비는 364만 원으로 중학생 때보다 41만 원이 더 늘어난다.
#자녀가 대학을 다닐 경우
역시 36개월 기준으로 고교 졸업 비용은 6768만 원으로 계산할 수 있다. 대학생 자녀가 1명일 때는 356만 원으로 고교생 자녀가 있을 때보다는 생활비가 줄어든다. 그래도 4년 기준으로 계산하면 8640만 원이 나온다. 이상을 종합하면 자녀 한 명을 낳아 대학을 졸업시킬 때까지 교육비와 추가 생활비를 합쳐 평균 총 3억4790만 원이 필요하다.
# 전국 교육비와 서울 지역 교육비 비교
서울만 따지면 사교육비 부담만 해도 2400만 원 가까이 더 든다. 전국적으로는 교육비로 학생 1인당 △초등학교 35만 원 △중학교 41만 원 △고등학생 49만 원을 쓴다고 응답했는데, 서울 지역만 따로 보면 △초등학교 48만 원 △중학교 51만 원 △고등학교 70만 원으로 비용이 늘어난다.
경쟁교육의 전환 없이는 우리의 소멸을 막을 수 없다
우리나라의 입시경쟁교육은 과도한 교육비 부담으로 돌아온다. 스파르타처럼 우리나라에서 시민권을 획득하려면 경쟁교육의 관문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모두 개인에게 넘겨진 과도한 양육비와 교육비는 저출산을 낳았다. 물론 높은 집값과 불안정한 일자리는 양극화를 더욱 심화키기고, 과도한 양육비와 교육비는 아이를 낳고 싶어도 낳을 수 없는 사회를 만들었다.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3포세대에서 모든 것을 포기하는 N포세대가 되었다.
경쟁교육을 전환하기 위해서는 많은 과제가 있다. 그러나 당장 할 수 있는 사례를 보자.
#문경시 귀촌정책
첫 번째 사례는 문경시이다. 백두대간이 지나는 경북 문경에 5년간 외부인 3천880명이 정착했다. 2020년 1월6일 문경시에 따르면 귀농과 귀촌 정책으로 2019년 1천13가구 1천309명 등 최근 2천774가구 3천880명이 문경에서 정착했다. 문경시 인구의 5.4%에 달하고, 1개 면의 인구수에 달한다. 문경 정착민이 늘어난 것은 귀농인 보금자리 확대, 정착지원 사업, 농장 임대료 지원 등 맞춤형 귀농·귀촌 시책 때문으로 풀이됐다. 문경시는 귀농 초기 주거문제 해결을 위해 농촌 빈집을 리모델링하고 농촌 공동주택을 확보해 예비 귀농인에게 1년간 무상으로 제공한다. 현재 28가구 58명이 입주해 정착 준비를 하고 있다. 또 산양면 반곡리에 고소득 작물인 미나리 재배시설 하우스 5동과 공동 작업장 1동을 조성해 예비 귀농인 4가구 8명에게 빌려주었다. 이밖에 사과, 오미자, 표고버섯, 시설채소 등 농장 운영을 체험할 수 있도록 체험농장 임차료를 3년간 1천500만원을 지원하고 주택수리비 560만원과 영농정착비 560만원도 제공한다. 집과 일자리를 제공하니 외부인이 문경시로 찾아오는 것이다.
#서울시 농촌유학사업
두 번째 사례는 서울시와 전북의 농촌유학사업이다. 서울특별시교육청(교육감 조희연)은 2022년 8월31일 ‘농촌유학 활성화를 위한 상호협력 체계구축 업무협약’을 맺었다. 전북교육청은 농촌유학 협력학교를 모집하고 생태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찾아오는 학교, 교육을 통한 귀촌’을 슬로건으로 전북 교육의 다양함과 풍부함을 농촌유학생에게 제공한다. 이번 시범사업에는 완주, 진안, 임실, 순창의 6개 초등학교가 협력학교로 참여하며, 23년부터는 전북 모든 지역 초중학교를 대상으로 사업을 확대할 예정이다. 전라북도는 서울 학생의 유치를 통한 농촌유학 모델을 만들기 위해 가족 체류형 주거시설을 마련하다. 서울 학부모가 가장 선호하는 텃밭가꾸기와 완주 열린마을 농촌유학센터를 미롯한 도내 148개소 농촌체험의 휴양마을, 농촌 주택 등과 연계한 농가 홈스테이형 거주시설도 제공한다. 지난 2년간 농촌유학생은 총 687명이다.
저출생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수도권 집중으로 인한 경쟁과 양육비 부담이다. 이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것이 농촌공동주택을 제공하는 것과 교육을 부담 없이 받을 수 있는 정책이다.
입시경쟁을 폐지하기 위해서는 대학 서열화를 없애야 하고 대학서열화를 없애기 위해서는 공동전형, 공동학위제를 골자로 하는 대학통합네트워크를 완성하여야 한다. 수도권 대학집중을 막고 지방대학을 살려야 하며, 학교에서의 경쟁교육은 폐지되어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이와 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 우리가 막지 못한다면 우리는 머지않아 소멸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