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0대 교장의 탄생과 내부형 교장공모제

김동철 주재기자 | 기사입력 2022/11/14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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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0대 교장의 탄생과 내부형 교장공모제
교육혁신의 시작은 새로운 사람과 새로운 생각에서부터 출발한다.
김동철 주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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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2/11/14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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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혁신의 시작은 새로운 사람과 새로운 생각에서부터 출발한다.

공모교장제는 어떻게 시작되었나?

공모교장제도는 기존 교장승진제도에 대한 비판 과정에서, 기존 승진 방식의 폐쇄성을 극복하고 다양한 배경의 교사들이 교장이 될 수 있는 제도로 도입되었다. 공모교장제도는 크게 외부 인사에게 교장을 허용하는 개방형 교장공모제, 교장자격증 소지자를 대상으로 하는 ‘초빙형 교장공모제’, 마지막으로 15년 이상 경력 교사를 대상으로 하는 ‘내부형 교장공모제’ 3가지로 구분한다. 이 중 내부형 교장공모제는 도입 당시 교육자의 자질과 역량만을 평가해 교장을 선발함으로써 교육의 혁신을 이룰 것이라는 기대감에서 출발했다.

 

제주에서의 내부형 교장공모제는?

제주도교육청에 따르면 2022년 현재 도내 165개 공립교 중 31개교가 공모교장제도를 운영중이다. 이중 1개교(표선고)는 개방형 공모교장, 11개교는 초빙형 공모교장제도를, 19개교는 내부형 교장공모제를 운영 중이다. 제주는 내부형 공모교장의 경우 2015년 이석문 전교육감이 처음으로 시행한 이래, 지난 8년간 꾸준히 확대되었다. 내부형 공모교장제도의 경우 그간 학교내 많은 성과와 학부모들의 성원에도 선발 투명성, 특정인사에 대한 코드 인사, 공모교장 후 전문직으로 전직 문제 등을 놓고 꾸준히 대립이 있어 왔다.

 

내부형 공모교장제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가진 현 김광수 교육감이 당선된 뒤 내부형 공모 교장제도에 대한 논쟁은 여전하다. 취임 100일 맞은 김광수 교육감은 기념사에서 내부형 공모교장제도에 대한 축소 의지를 다시 한번 밝혔다. 교육감 후보 당시 제도 폐지를 강하게 주장했던 것에 비해서는 다소 한발 물러선 모양새다.

 

새로운 교육감이 당선된 후 시행된 내부형 공모교장 선발에서도 전교조 출신 교사들이 공모교장으로 선출되었다. 보수 교육감 체제 하에서도 전교조 출신 40대의 젊은 교사들이 교장으로 선출되자 전임교육감 시절 비판받았던 코드 인사라는 말은 사그라졌다. 그동안 선발 과정의 투명성을 의심하고 제도에 대한 불공정 문제를 제기했던 사람들은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내부형 공모교장제도가 아니었다면 과연 40대의 젊은 교사가 교장이 되는 것을 꿈꿀 수 있었을까? 몇몇 제도 시행상의 사소한 부분들을 확대하고 크게 문제로 만드는 침소봉대로 제주 교육의 역동성과 혁신을 가로막는 것은 아닌지 살펴보아야 한다.

 

종달초 8년의 변화와 새로운 4년

 

▲ 종달초등학교 진성호 교장   ©김동철 주재기자

 

진성호 종달초 교장(이하 진 교장)은 “자신이 선발될 수 있었던 자신만의 장점으로 민주적 소통 능력, 그 중에서도 학부모들과 열린 소통, 그리고 학교 내 여러 교육가족들과 수평적 관계, 선발 직전까지 교사로서의 다양한 경험이 큰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 말했다.

 

교장으로 부임해서 한달 남짓 지났지만 교직원, 학부모들과의 소통하고 서로를 이어주는 것은 역시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한다. 교장으로서 민주적으로 소통하고 리더쉽을 발휘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일지 실감하고 있는 중이라고 웃으며 말한다. 학부모들의 소통에 대한 기대감은 높아지는 반면 오래전 관습적으로 이어진 관계를 고집하면 서로간의 불신이 생길 수 밖에 없다고 한다.

 

종달초등학교는 혁신학교 8년간 내부형 교장들이 해왔던 성과들이 있다보니 학부모들의 기대감도 매우 높다고 말한다. “종달초등학교는 아무래도 제주에서 첫 혁신학교 중 하나이고 학부모들도 학교에 대한 자부심과 기대감도 높고 소통에 대한 의지도 강하지요. 또 학교 자치에 대한 이해도 많고 교육 주체로서 교육공동체적 마인드가 강합니다. 교장이 되어서도 다양한 의견을 공통된 의견으로 모으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고 말했다.

 

40대 젊은 교장으로서의 남다른 포부도 드러내 보였다. 작은 학교의 한계를 넘어서고 싶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혁신학교에 근무하면서 교사로서 열정을 가지고 임했지만 한계가 있었습니다. 교육은 만남에서 시작됩니다. 작은 학교 아이들에게 가장 부족한 것은 이런 부분입니다. 또래 다양한 친구들을 만나고, 서로 긍정적 자극을 받아 성장하는 것이 큰 학교 학생들에 비해 턱없이 부족합니다. 아무리 교사들의 열정을 가지고 교육과정을 구성한다고 하더라도 개별 교사가 이런 부분까지 극복하기는 힘듭니다. 마을과 마을을 연결하고, 학교와 학교를 연결하여 공동 교육과정을 구성하는 것은 어떨까요? 인근 작은 학교들이 모여서 프로젝트 수업을 하고, 한 학년은 우리 종달초에서 다른 학년은 인근 학교에서 다니는 것은 또 어떨까요? 6년 내내 같은 친구들이 아닌 학년이 올라갈 때마다 새로운 만남을 기대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큰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이 당연히 누리는 교육적 만남과 기대감을 작은 학교 학생에게도 느끼게 해주고 싶습니다. 이런 것들은 마을과 마을, 학교와 학교가 머리를 맞대어 고민할 때 그 가능성이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역시 작은 학교에 근무하면서 작은 학교만이 가진 이런 교육적 만남의 결핍이 학생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 지 보아왔던 터라 크게 공감이 가는 지점이었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대안을 모색하고 추진하는 모습이 교사 출신의 내부형 공모교장이기에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해보았다.

 

그는 종달초의 경우 12년간 내부형 공모교장이 운영하는 혁신학교로서 일관된 종달초만의 철학을 이어가는 장점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학부모들과 기존의 교사들이 교장 선발에 함께하기 때문에 기존의 학교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고 이를 꾸준히 이어나갈 수 있다고 말이다. 동시에 교사들이 인사배치로 바뀌더라도 교장이 중심을 잡고 이어나갈 수 있다고도 말한다. 이런 점이 일관된 나름의 학교 문화와 철학을 만들 것이라는 기대도 나타냈다. 

 

하원초에 부는 새로운 바람과 기대

 

하원초등학교 양성우 교장  © 김동철 주재기자

 

하원초의 경우 이전 공모교장을 운영하고 있었으나 내부형 교장공모제로는 첫 시작이다. 양성우 하원초 교장(이하 양교장)은 이번 공모교장이 되고 나서 가장 처음으로 한 일이 모든 학부모를 일일이 상담을 한 것이라고 했다. 학부모를 만나면서 새로운 변화의 바람과 기대를 느낄 수 있어서 부담도 있지만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기회였다고도 말한다.

 

그렇다고 당장 그간 교사들이 해왔던 것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을 덧붙였다. 초빙으로 왔던 과거 교장의 역할에 대해서도 매우 감사한 마음이 있다고 했다. 하원초에 방문했을 때 깜짝 놀랄만한 학교의 시설과 관리, 좋은 교육환경을 갖춘 것은 전임 교장의 역할이 컸다고 말했다. 자신은 이런 좋은 교육환경 속에서 교사들과 학생들이 수업과 학습에 전념할 수 있는 조력자로서 역할을 시작할 것이라 말했다.

 

양교장은 “지속성과 연결성을 가지고 변화와 혁신을 이끌어갈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고 말한다. 모든 학교의 역사성은 과거의 토대 위에서 한발씩 나아갈 수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양 교장은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무엇인가를 만들어 가고자 합니다. 자신의 역할은 학교 교육의 관리자로서 교사들을 지원하고 조력하는 것입니다. 교사와 학부모들이 원하는 것을 함께 만들어 가면서 조금씩 하원초만의 철학과 역사를 만들어가고 싶습니다.”고 말한다. 이런 면에서 학부모들의 지원과 학교에 대한 긍정적 태도가 매우 중요한데 학부모들과 상담을 하면서 좋은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양교장은 “내가 하고 싶은 것보다 교사들과 학부모들이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지가 중요하죠.”라고 말하면서 일단 어떤 생각들을 하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지켜보면서 여러 생각을 하나로 모으고 연결하는 작업이 자신에게 주어졌다고도 한다. 당장은 교사들의 업무를 지원하면서 교사들의 불편함을 줄이고 관계를 만들어가는 데 집중할 예정이라고 이어 말했다. 교장과 교사 사이에 아직은 벽이 남아 있다고 말하면서 함께하는 동료로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우선 이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과거 이런 부분들 때문에 교장, 교사간 갈등이 생기고 문제가 되는 경우를 반면교사 삼고 싶다는 말도 전했다.

 

내부형 공모 교장이 줄어드는 것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모든 공모 교장을 내부형 공모교장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내부형 공모교장이 문제가 되는 것은 교장이 선망이 되기 때문”이라면서 “캐나다나 몇몇 교육선진국의 사례를 살펴보더라도 교장을 선호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하는 일도 많고 책임도 많이 따른다면서 우리 교육도 이런 방향으로 간다면 더 이상 내부형 공모교장을 가지고 문제 삼지 않을 것입니다.”이라 말했다.

 

교육의 변화와 혁신은 새로운 제도로부터

과거 혁신학교의 변화를 가능케 한 것은 교사들의 열정과 노력도 있으나 이를 뒷받침하는 제도적 노력도 함께 했기에 가능했다. 교육의 변화 중 승진제도의 변화도 대단히 중요하다. 이미 제주도에서 교장 출신 교사들이 학교로 다시 복귀하면서 건강한 교사와 관리자 관계가 형성되고 학교 민주주의를 실현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얘기도 들려온다. 더불어 승진 포기 교사와 승진 추구 교사 사이의 미묘한 기류도 사라지게 되는데도 일조하고 있다. 자신이 추구하는 방향으로 교육활동을 하고 그 결과로서 교장이 되는 길이 점차 확대되는 것은 교육 혁신과 학교 민주주의를 앞당기는데 도움이 될 것은 분명하다. 이런 제도를 줄이면서 교육 개혁과 혁신을 말하는 것은 모순이다. 소통을 강조하고 교육혁신을 말하며 당선된 김광수 교육감이 이 지점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길 기대한다. 교육의 변화와 혁신은 새로운 제도가 뒷받침될 때 가능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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