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75명. 2014년 이후 5년간 국가 아동학대 정보시스템에 아동학대 행위자로 등록된 전국 유·초·중·고등학교의 교직원이다. 국가 아동학대 정보시스템이란 아동복지법에 따라 2014년 9월부터 보건복지부 장관이 아동학대 피해 아동과 학대 행위자에 관한 정보를 입력·관리하는 시스템이다. 아동학대 행위자란 아동학대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제2조 제5호)에서 정한 "아동학대 범죄를 범한 사람 및 그 공범"을 말한다.
1989년 UN 총회는 아동권리협약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아동권리협약은 전문과 54개 조항으로 구성되어 있고, 1조부터 40조까지 실제적인 아동 권리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세상 아동이라면 누구나 누려야 할 생존·보호·발달·참여의 권리를 담고 있다. 2019년 현재 196개국이 협약을 지키기로 약속했고, 대한민국은 1991년 가입했다.
우리나라는 유엔아동권리협약에 가입한 지 16년이 지난 2007년, 아동복지법을 개정하여 아동학대에 대한 법적 정의를 규정했다. 하지만 아동보호에 관한 실효성 있는 국가적 정책은 미흡했다. 2014년 9월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했다.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을 제정하여 아동학대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했고, 피해 아동에 대한 긴급한 조치를 위한 제도를 마련했다. 아동복지법을 개정하여 국가 아동학대 정보시스템을 구축하도록 했고, 아동학대 범죄 전력자의 아동 관련 기관 취업을 제한했다.
그런데 2014년 개정된 아동복지법은 아동보호라는 국가의 중요 사무를 민간단체인 지역 및 중앙의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일임하는 결정적 흠결이 있었다. 피해 아동의 상담·치료·교육·보호를 넘어 아동학대 신고접수, 현장조사 업무까지 지역아동보호전문기관에 위임했다. 지역아동보호전문기관이 현장 조사를 통해 아동학대라 판정하면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은 국가 아동학대 정보시스템에 아동학대 행위자로 입력하고 관리했다. 2014년 이후 2018년까지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아동학대 행위자로 등록한 전국 유·초·중·고등학교의 교직원이 5,375명으로 대부분 교원이다.
2018년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은 24,604건을 아동학대 사례로 판정했다. 하지만 24,604건 중 고소·고발 등 사건 처리된 경우는 7,988건이고, 아동학대처벌법에 따라 조치 된 경우는 2,290건으로 전체의 9.3%에 불과하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아동학대처벌법에 따라 조치 된 2,290건이 아니라 24,604건 관련자 모두를 아동학대 행위자로 등록했다.
범죄 여부에 관한 판단은 사법부의 권한이다. 비영리 민간단체인 아동보호전문기관이 판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의 결정에 따라 국가 아동학대 정보시스템에 아동학대 행위자로 입력된 사람이 수사기관 또는 법원으로부터 무죄가 확정된 경우에도 자신의 정보를 정정하거나 삭제를 요구할 수 없는 것은 헌법과 법치 행정에 위반하는 심각한 인권침해이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위헌, 위법적 활동에 대한 문제 제기에 따라 2020년 10월, 국회는 아동복지법을 개정하여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위헌적 권한을 삭제했다. 아동학대 조사업무는 지방자치단체장이 임명한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이 담당하고, 국가 아동학대 정보시스템은 공공기관인 한국사회보장정보원에 위탁되었다. 하지만 민간단체인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임의적 결정에 따른 아동학대 행위자 등록에 대한 대책이 전혀 없다.
2019년 11월, 전남의 A교사가 보건복지부 장관과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장을 상대로 국가 아동학대 정보시스템에 등록된 아동학대 행위자 정보 삭제, 아동복지법 및 시행령 개정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국가인권위에 제출했다. 곧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합리적 결정이 예상된다.
지난 5년간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임의로 아동학대 행위자로 등록한 사람 중 사법부로부터 아동학대 범죄로 판결받지 않은 모든 교직원은 국가 아동학대 정보시스템에서 즉각 삭제되어야 한다. 법치 행정의 원칙에 걸맞은 보건복지부의 신속한 조치를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