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평교사 이상대, 전교조 재가입 하던 날

글·사진 손균자 기자 | 기사입력 2020/09/29 [16:23]
문화
인터뷰
인/터/뷰/ 평교사 이상대, 전교조 재가입 하던 날
공모교장으로 삼정중 4년 임기 마치고 양서중 발령
글·사진 손균자 기자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기사입력: 2020/09/29 [16:23]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공모교장으로 삼정중 4년 임기 마치고 양서중 발령

9월 각급 학교의 인사발령이 나고 한숨 돌릴 무렵 특별한 자리를 찾았다. 양서중 이상대 교사가 전교조 조합원으로 재가입하던 날, 조연희 서울지부장은 양서중을 방문해 이 교사의 가입신청서를 직접 받았다.  

 

▲ 9월 1일자로 양서중 평교사로 발령받은 전 삼정중 교장 이상대 교사  

 

이 교사가 4년간 삼정중 교장으로 역할을 마치고 양서중 평교사로 돌아왔다. 서울에서는 평교사로 복귀한 첫 사례다. 조연희 지부장과 김현석 수석부지부장은 양서중 분회원들과 간담회를 겸해 축하를 전했다.

 

애들을 다시 만나니 좋다.”는 이 교사의 첫 마디를 시작으로 분회원들은 질문과 대화를 이어갔다.

 

한 분회원은 평교사가 보기에 대단한 용기이고, 존경스럽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결정을 하기 쉽지 않은데 여러 길이 있구나 싶었다. 교사로서 길을 새롭게 뚫어준다는 의미에서 감동적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학교 교육제도를 고민할 때 가장 합리적이고 당연한 모습이 되어가는 구나.” 기대하게 되었다고 

▲ 서울지부와 양서중 분회의 간담회를 겸한 자리에서 조연희 지부장은 이상대 교사의 발령 축하인사와 함께 현장의 의견을 청취했다.    

 

4년 교장 임기를 마쳤다. 소회는?

교장 하면서 어깨가 무거웠는데 홀가분해서 좋다. 우선 공모교장 4년을 정리해야겠다는 생각도 있고, 양서에서 아이들을 어떻게 만나고 선생님들과 어떻게 협력할지 살피는 중이다.

 

특별히(?) 양서중에 발령받았다.

일반 학교에서는 교장들이 다들 교장 출신 교사를 꺼려 한다. 얼마나 부담스럽겠는가. 양서중 근처를 오갈 기회가 있었는데 혁신학교이기도 해서 여기서 마무리하면 좋겠다 싶었고, 그럴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유경수 교장샘과 따로 연락을 주고 받기도 했다. 크게 폐 끼치지 않고, 폐 끼쳐도 무리 없겠다 싶었다.(웃음)

 

이 교사의 답변에 양서중 유경수 교장은 혁신학교 공모교장의 경험을 나누는 것도 의미있고, 경륜에서 우러난 지혜를 뽑아 먹을 수있을 것 같아서 모시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원격학습 시기 현장 복귀, 어려움은?

자유학년제 주제선택 글쓰기반을 개설했는데, 온라인으로 하려니 낯설다. 삼정중과 양서중의 플랫폼이 비슷하고 수업을 자주 보긴 했지만, 직접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하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 선생님들의 노고가 새삼 느껴진다. 우선은 얼굴을 보는 것이 필요하겠다 싶어 반을 소그룹으로 나누어 직접 만나고 있다. 교사로서 근육을 다시 키우는 중이다. 수업에서 만난 1학년에게 인상적인 선생님이 계시냐고 물으니 26명중 20명이 없다고 답했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낯설고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어쨌거나 교육은 대면을 근간으로 풀어가야 한다.

 

왜 공모교장이 되었나?

30년 가까이 아이들하고만 살았다. 부장 경력도 행정 경험도 없는데 교장을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때 주변에서 평교사도 잘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때가 되었다. 여러 조직 활동 경험도 있지 않은가. 깃발 들어라.” 그 말에 결정했지만,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그는 깃발을 드는심정으로 공모교장을 받아들였다. 그 이후 작은 길로 시작했지만, 큰 역사를 만들어가는 중심에 있기도 하다.

 

 

 

교장공모제 초기라 더 힘든 점이 많았겠다

2016년 당시 교장이 되었을 때는 중등에 나 혼자였다. 어떻게 자리를 잡아야 할지, 어떤 경로를 만들어야 할지 좀 막막했다. 연수 같은 데 가면 교감 때부터 승진라인을 함께 거쳐 온 일반 교장들은 마치 옛 전우를 만난 듯 서로 반기지만 나는 혼자였다. 예우는 해주나 중간에 치고 들어온 사람으로서 내부공모 교장을 보는 시선이 곱지 않았다. 인근 학교 교장모임을 해도 대화가 편하지 않았다. 분명한 간극이 존재했다. 아마 전교조 뒷담도 나 때문에 못 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공립중등만 해도 내부공모교장이 10명이나 된다. 논의의 주제와 밀도가 훨씬 풍성해졌다. 교육청에 대한 발언권도 일정 부분 확보해 가고 있는 중이다. 공모 교장의 면면도 다양해졌다. 선비 같은 유경수 교장도 있다. 어중간하게 선하면 바보 취급당하지만 진짜 선하면 누구나 다 숙이고 들어온다. 그런 면에서 유경수 교장샘은 걱정없다.(웃음)

 

 

4년 공모교장 경험, 공모교장제도의 방향은?

혁신학교나 일반학교 모두 교사가 성장하는 학교여야 한다. 삼정중의 경우 사소한 것도 둘러앉아 논의하는 민주적 의사소통 구조가 탄탄하다. 작은 단위의 결정도 큰 단위에서 전폭적으로 수용한다. 여기에 행정이 결합되어 사업을 추진하는 경험이 누적되면 누구나 학교 안팎을 통찰하는 안목을 키울 수 있다. 이런 학교의 일상이 곧 교장 양성 과정이어야 한다. 아이들 곁에서 좋은 교육을 논의하는 구조와 경험이 승진과 연동되어야 (교장 공모제가) 현장과 괴리없이 맞물려 돌아갈 수 있다. 교장선출보직제가 다른 것이겠는가. 학교 상황을 잘 아는 신망있는 내부 교사가 교장이 되고, 임기 후 다시 평교사로 돌아오는 것이 바람직하다. 서울도 법적으론 가능하지만 부작용 등을 이유로 묶어놓고 있다. 삼정중도 내부교사 선임을 모색했으나 안된다고 했다. 원하는 혁신자치학교부터라도 열어주었으면 좋겠다.

 

내부형 공모교장 확대는 조직적으로 움직여야 할 때다. 공모교장들은 임기 2, 4년 차에 교사 학부모를 대상으로 각각 중간평가, 최종평가를 받는데 특히 내부공모교장에 대한 만족도가 월등하다. 이제 이런 사례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언론 등을 통해 공유하면서 설득력을 높여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 교사의 당부는 교장공모제를 무력화하려는 정황과도 무관하지 않다. 교장 임기 4년을 채우면 공모교장 대상학교가 되다 보니 4년 임기 전에 전출이나 명퇴를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또한 내부형 A(교장자격소지자)B(평교사 가능) 학교 수가 50:50으로 배정되는 규정에서 B형의 숫자를 줄이기 위해 A형 공모에 신청하지 않기도 하는 것이다.

 

혁신학교와 전교조 조합원의 접점이 있었나?

삼정중은 조합원 수가 많지 않지만, 개개인이 혁신학교 교사로서 설득력이 탁월해 조합원의 정체성을 따로 강조할 필요가 없었다. 삼정중이 전교조의 교육혁신 운동을 구체화한 학교임을 다들 미뤄 짐작한다. 조합원으로 가입해서 함께 하기에는 부담감이 있는 것 같지만, 최근 들어 발언권을 가진 젊은 교사들이 대거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일정 부분 혁신학교의 취지에 공감하며 수업혁신에 적극적이고 특히 온라인 국면에서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올 상반기 개인적인 목표는 4년 평가 겸해서 이들을 심도있게 만나는 것이었다. 당신들이 하는 일에 의미를 부여하고 이름을 달아주며, 평소에 하기 어려웠던 전교조 이야기까지 허심탄회하게 나누고 싶었다. 그러나 상황이 여의치 않아 고별연수를 통해 응원의 박수를 보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전교조는 그들과 함께 할 수 있어야 한다.

 

▲ 중등 공모교장단 화상회의가 진행되는 가운데 이상대 교사와 공모교장들이 노트북 사이에 두고 인사를 나누고 있다.    

 

규약상 조합원이 아니었다

전교조 규약상 교장은 조합원이 아닌 형태로 되어 있는데 변화는 필요해 보인다. 공모교장 내부에서 논의가 있었으나, 규약을 개정해야 하는 문제와 맞물려 있다. 법외노조 취소와 이 문제가 동시에 다루어지면 불편한 오해를 일으킬 수도 있어 조심스러운 부분이다. 우선은 규약대로 가더라도 내용적으로 함께 하면서 소통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간 거리가 있었던 것은 고민하자.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유경수 교장은 중등 공모교장단 화상회의에도 참석하고 있었다. 이 교사는 노트북 화면 너머로 이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코로나 상황이 나아지면 지혜나눔식을 준비하겠다는 그들에게 너무 거창하게 판을 벌이면 참석 안 하겠다.”며 손사래 치는 이 교사. 다른 자리에서 요긴한 역할을 맡아달라는 요청에도 끝나면 교사로 가는 게 당연하다는 그다운 반응이다. 되려 빨리 4년 마치라. 마음이 한가하고 좋다.”며 너스레를 떤다.

 

▲ 전교조 조합원 가입신청서를 작성하고 있는 이상대 교사    

 

조합원 신청서를 작성하는 그가 평교사로 아이들과 함께 할 시간은 16개월. 그 기간 동안 우리는 제2, 3의 평교사 이상대를 만날 것이다.

 

▲ 이상대 교사는 전교조 가입신청서를 조연희 서울지부장에게 전달했고, 다시 조합원이 되었다.    

 

 

 
이 기사 좋아요
ⓒ 교육희망.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 도배방지 이미지

  • 꽃길 2022/07/09 [18:39] 수정 | 삭제
  • 첫 제자였는데~♡ 선생님 사랑합니다~♡
관련기사목록
광고
광고
PHOTO News
메인사진
[만화] 여전히 안전하지 못합니다
메인사진
[만화] 조합원에 대한 흔한 오해
문화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