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전교조를 이은 참교육실천대회

최은정·김해 수남초 | 기사입력 2020/01/20 [10:06]
나와 전교조를 이은 참교육실천대회
"선생님들의 아름다운 삶을 만났다."
최은정·김해 수남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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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1/20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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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들의 아름다운 삶을 만났다."

 

김해 초등지회가 개최한 비폭력대화연수를 통해 전교조 선생님들과 함께하기 시작했다. 그저 비폭력대화연수가 좋았다. 연수에 대한 의무감 때문이 아니라 선생님들과 배워가고 나누는 것이 행복해서 모든 과정에 빠지지 않고 참여했다. 나의 아이들과 함께 연수 시간에 있을 수 있다는 것이 내겐 큰 충격이자 매력이었다. 어느 날 친한 선생님이 언니 아직도 전교조 가입 안 하셨어요?’라고 물었다. 그날 얼떨결에 조합원이 되었다. 필연인지 우연인지 그해 경남지부 참실대회, 2019년 전국 참실대회에 참석하고 이번이 두 해째니 참석률 백퍼센트다.

 

▲  1월 15일부터 17일까지 2박 3일 동안 국립순천대학교에서 열린 19회 전국참교육실천대회 개막식이 70주년기념관에서 열렸다.  ©운영자

 

작년 부산에서 열린 전국참실대회는 지리적으로 가까워 쉽게 용기를 낼 수 있었다. 어린 아이들이 있는 나에게 23일은 용기가 필요한 선택이었다. 나는 그곳에서 더 큰 용기가 필요했다. ‘비폭력대화 분과만 생각하고 돕기 위해 참석한 나는 개막식부터 가슴이 두근두근거렸다. 내가 여기 있어도 되나 고민도 들었다. 대학 시절 집회 때 이후로 18년 만에 부른 임을 위한 행진곡은 낯설었다. 전교조 30년을 돌아보는 개막식의 풍경은 나에게 적잖은 충격을 주었다. 한해가 지난 지금 나는 다시 전국참실대회에 참가한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했다. 그 첫 번째는 바로 사람 때문이다. 내가 함께하는 분과 선생님들 덕분이다. 분과 선생님들의 교육에 대한 고민, 학생들에 대한 열정, 그것이 나와 전교조를 잇게 했다.

 

▲ 전국참교육실천대회 둘째날인 16일 펼쳐진 비폭력대화분과     © 전교조 제공

 

교육의 주체인 학생을 위한 교육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현실이 마음 아팠다. 조금은 쉽게, 타성에 젖어 교육 활동과 업무들이 진행되는 학교 현실에서 힘들 때가 있었다. 나의 아픔은 막연했고 찰나에 지나지 않았다. 학교에서 여러 일들이 나에게 주어질 때 나는 열심히 그 일을 해내는 것이 교직 생활의 전부라고 생각했다. 그것이 나의 사명이었다.

 

참실대회는 교직 생활의 사명에 이어 나에게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었다. 내가 지금까지 무엇이 목말랐는지, 아쉬웠는지 다시 일깨우게 했다. 이번 참실대회에서는 ‘2022 교육과정, 무엇을 담아야 하나?’, ‘통일교육 담론 분석과 비판, 평화번영의 새시대 통일교육 방향찾기를 선택했다. 23시간의 짧은 시간에 담기에는 어려운 주제들이었다. 강의를 맡으신 선생들과 참석하신 선생님들의 고민점들에 대한 이해를 함께하기 위해 애쓰는 시간이었다.

 

무엇보다 통일교육 담론 분석과 비판시간에 박미자 선생님 말씀을 들은 건 행운이었다. 어려운 상황에서 담담하게 이야기를 이어가시는 모습에 그분의 신념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고 이러한 일이 나와 거리가 있는 먼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통일을 이야기할 때 역사 청산이 무엇보다 먼저 이루어져야 하는 당위성에 한 번 더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또 한 번의 행운이 찾아왔다. 여순 항쟁지 답사 차량에 배이상헌 선생님과 함께 했다. 선생님의 말씀을 직접 들을 기회를 가졌다. 언론을 통해서 풍문을 통해서 익히 접한 내용을 참실에서 다시금 보게 되었고 선생님의 말씀을 통해 교사의 수업권 더 나아가 우리의 존립마저 위태로운 현실을 느꼈다. 소탈하고 부드러운 말씀 속에서 선생님이 느끼셨을 참혹함과 모멸감에 같이 마음 아팠다.

 

 

▲ 전국참실대회 마지막 날인 1월 17일, 여순항쟁이 있었던 지역을 찾은 교사들이 여수 만성리 마래터널입군에 있는 ㅇ 여순사건위령탑 앞에서 묵념을 하고 있다.     © 전교조 제공

 

순천대학교에 70주년 기념관 앞을 몇 번을 오가고 차에 오르고 했으나 무엇에 대한 70주년인지 알지 못했다. 여순 항쟁 70주년 아직도 끝나지 않은 진행형의 외침을 보았다. 4호차에서 해설을 맡아주신 박병섭 선생님께 너무 아는 게 없었다고 죄송하다고 말씀을 드렸다. 해방 이후 우리나라 근현대사에서 4.3과 이어 큰 역사적 의미를 가진 여순 항쟁. 교과서에 없다고 안 가르친다는 후배 교사들을 안타까워하시는 말씀에 머리가 숙여졌다. 순천에 거주하시면서 직접 여순 항쟁을 겪은 분들의 목소리를 채득하고 기록하시는 열정에 존경심이 들었다. 자신의 삶으로 보여주시는 신념을 느꼈다. 아직 할 말이 많다 하시며 일박 더 하고 가라시는 선생님 말씀에 여순 항쟁을 조금 더 보여주시고 싶은 선생님의 아쉬움이 묻어났다.

 

▲ 참담한 역사의 현장인 여수 만성리 마래터널입구 여순사건 희생자위령비 앞     © 전교조 제공


주말 내내 선생님께서 보내 주신 자료를 보며 혼자 눈물 지었다. 옆에서 엄마 왜 울어?’, ‘엄마 왜 가난했어?’ 묻는 어린 아이들과 함께 여수와 순천을 다시 방문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작년과 무엇보다 다른 참실이 마지막 날 이루어진 답사가 아니었나 한다. 순천만, 태백산맥, 사찰 등에서 해설사 선생님의 설명을 들으며 이루어진 답사는 모두 의미 있는 전라 기행이었으리라 생각한다. 그 지역민의 말씀으로 직접 듣는 현장의 울림은 무엇보다 값지리라. ‘삶을 위한 교육이라는 주제로 열린 2020 참실에 딱 어울리는 기획인 듯하다.

 

두 번의 참실 참가로 참실대회에 대해 논하기는 자가당착이 될 수 있어 조심스럽다. 이번 참실에서 선을 실천하며 자유의 의지로 신념을 지키시는 전교조 조합원 선생님들의 아름다운 삶을 엿본 기회가 되었다. 자신의 삶을 통해 신념을 보여주시고 당당히 묵묵하게 교육을 위해 걸어오신 선배 선생님들의 길을 가까이에서 느껴 본 시간이었다. 고병헌 선생님께서 강의 마지막에 소개하신 나는 문득 깨닫는다. 만약 내가 내 자신을 먼저 변화시켰더라면성공회 주교의 묘비명 한 구절이 한동안 머리에서 떠나질 않는다.

 

 

▲ 웨스트민스터 대성당, 지하묘지에 있는 어느 성공회 주교의 묘비에 새겨있는 글귀다.     © 김상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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