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류투성이 시스템, 급식 참사로 이어지나

김상정 | 기사입력 2020/01/12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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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류투성이 시스템, 급식 참사로 이어지나
전교조, 학생 건강 위협하는 NEIS 신규학교급식시스템 중단 촉구
김상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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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1/12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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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학생 건강 위협하는 NEIS 신규학교급식시스템 중단 촉구

교육부가 무려 6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개발한 NEIS 신규급식시스템(신규급식시스템)의 식품 영양량과 알레르기 식품 정보 등 항목에서 무더기로 오류가 발견되어 학교급식이 혼란에 빠졌다.

 

영양교사들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이 같은 혼란을 막기 위해 지난 해부터 신규급식시스템 가동 중단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교육부는 올해 3월 신규급식시스템의 학교급식 현장 적용을 강행했다. 전교조는 교육부의 밀어붙이기식 행정참사가 급식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시스템 적용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식품 정보 오류 상당수, 학생 건강에 치명타  

영양교사들과 전교조에 따르면 NEIS 신규급식시스템에 적용된 식품 성분표의 기초데이터에서 상당수 오류가 발견됐다. 찹쌀(백미)/김치제조용 등 55종의 식품은 영양량이  ‘0’으로 표시된 것으로 확인됐다. ‘맛살/생것이나 맛살/마른 것'처럼 영양량이 다른 품목에 동일한 영양량이 표시된 식품도 있었다. 

 

▲ 교육부가 2020년 3월 학교급식에 적용을 강행하고 있는 신규학교급식시스템 안의 식품공통코드화면. 찹쌀(백미)의 영양이 모두 '0'으로 표시되어 있다.  ©NEIS 화면 갈무리

 

▲ 신규급식시스템에는 맛살이 종류에 따라 영양량이 차이가 있어야 함에도 영양량이 모두 동일하게 기록되어 있다.     ©NEIS 화면 갈무리

 

폐기율 오류도 발견된다대표적으로 옥수수 알의 경우전체를 먹기 때문에 폐기율은 ‘0’이어야 하는데 26%로 표시되어 있다식품군 분류 오류도 발견됐다해조류인 클로렐라가 농산물로 분류되어 있는가 하면 학교급식에서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있는  개고기거위간멧돼지복어참새고기상어’ 등도 신규급식시스템에 새로운 품목으로 등장했다.

 

▲ 기존 급식시스템에서 클로렐라는 해조류로 되어  있다.    © NEIS화면 갈무리

 

▲ 신규급식시스템에서의 클로렐라는 농산물로 분류되어 있다. 클로렐라는 민물에 사는 녹조류다.     © NEIS화면 갈무리


 교육부가 내놓은 신규급식시스템 설명자료에 따르면 이 시스템은 국가표준식품성분표 제9개정판(농촌진흥청)과 가공식품영양DB(식품의약품안전처) 자료를 활용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교육부의 설명과 달리 신규급식시스템은 국가표준식품성분표 제 9차 개정판(농촌진흥청자료의 내용과 다른 것은 물론 영양량알레르기폐기율 등 관련 정보에서 상당한 오류가 확인되고 있다. 

 

▲ 신규급식시스템과 식약처 DB와 농촌진흥청 9.1 DB의 식품성분 비교표, 이 표에는 열량값을 비교해보면 신규급식이 적용한 영양정보를 추정해볼 수 있다.    ©전교조 영양특위

 

특히 예민하게 다뤄져야할 알레르기 식품 정보 오류도 확인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자두의 경우 현재 시스템에서는 알레르기가 없는 식품으로 표시되어 있으나, 신규급식시스템에서는 자두 품종에 따라 알레르기 여부가 달라진다.

 

▲ 기존급식시스템에서  '자두'는 알레르기가 없다고 기록되어 있다. 그러나 신규급식시스템에서는 알레르기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 NEIS화면 갈무리


백영숙 전교조 영양교사특별위원회 조직국장(정일여중 교사)은 기초자료의 오류로 학생 561만 여명의 영양이 과하거나 부족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면서 특히 알레르기 식품 정보는 생명과 직결된 아주 중요한 자료다. 오류가 상당수 확인되고 있는 상황에서 교육부는 시정 조치 없이 신규급식시스템 사용만을 강요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신규급식시스템의 우선 중단을 촉구했다.

 

기존 시스템 데이터 이관도 진행중

신규급식시스템에는 단 한 개의 공통요리 정보도 없다. 공통요리 700여 개의 정보가 든 현 시스템의 내용이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공통요리는 식품의 안전과 영양을 고려하여 모든 학교에서 공통으로 적용할 수 있는 요리의 표본이다. 학교에서는 이 요리를 기본으로 학교상황에 맞게 식단을 응용하고 학교급식을 마련한다. 이는 그동안 교육부에서 모든 학교의 안정적인 학교급식운영을 위해 지원해 온 표준 값으로 학교급식의 교과서 역할을 해왔다.

 

신규급식시스템에는 기존급식시스템의 식품정보와 요리정보 역시 전혀 이관되지 않았다. 기존급식시스템에는 그 학교의 특성, 학생들의 식품 선호도, 급식운영의 노하우까지 2012년부터 영양교사들이 쌓아 온 정보들이 축적되어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모든 학교의 영양교사들은 수천 개의 식품 정보와 수백 개의 요리 정보를 일일이 수작업으로 신규급식시스템에 입력해야 한다. 2020년 새학기 급식을 준비해야 하는 학교급식 담당자들이 학생들의 건강과 안전, 그리고 급식환경 위생을 관리하는 업무는 뒷전이고 식단 작성를 위한 데이터 입력에만 매달릴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백영숙 교사는 신규교사가 배치된 학교 또는 신설 급식학교의 급식 운영은 어려움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 그 피해는 고스란이 학생들에게 간다.라며 급식 참사를 가져올 수 있는 신규급식시스템의 가동은 우선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동로 교육부 학생건강정책과 사무관은 14, “신규급식시스템은 식재료 표준체계를 적용했다. 식품코드를 표준화해서 선택해서 입력할 수 있도록 했다. 금년 3월부터 신규급식시스템을 적용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치제조용에 들어가는 식품의 경우 학교급식에서 김치를 완제품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시도교육청과 협의를 통해 영양량을 0으로 표시했다라고 설명했다.

 

   백영숙 교사는 김치를 담아 먹는 학교도 있다. 시스템에 코드를 만들어놨다는 것은 그 식품을 사용하라는 의미이다. 영양량을 ‘0’으로 표시한 것은 학교급식현장을 모르는 행정편의다.”라고 반박했다.

 

▲ 교육부는 신규급식시스템에서 기존의 나열식 식품코드에서 표준화된 식품코드 체계를 구축했다. 그러나 실제로 10자리 중 6자리만 표준화가 됐다.    ©전교조 영양특위

 

   김동로 사무관은 식품코드 표준화를 통해서 식재료 구매에 대한 투명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고 IT 기술과 접목시켜서 급식검수자동화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라며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백영숙 교사는 체계화된 식품코드 표준화 작업에 동의한다. 그러나 표준화 작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식품코드는 식재료 주문과 다 연결되어 있어서 급식 현장의 혼란을 가져올 수 밖에 없다.”라며 신규급식시스템을 우선 중단하고 수정보완한 후 현장 적용을 해야 학교급식현장에서 예견되는 참사를 막을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영양교사들, 급식참사 막으려 국회에 호소

   전교조 영양특위는 지난 해 수차례 교육부를 방문하여 신규급식시스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학교현장 적용 연기를 요청해왔다. 그러나 교육부는 별다른 조치없이 신규급식시스템을의 학교 현장 적용을 강행하고 있다.

 

▲ 9일, 국회 본관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실에서 열린 정책간담회 자리에서 백영숙 정일여중 교사(전교조 영양교사특별위원회 조직국장)는 올해 3월 학교급식현장에서의 신규급식시스템 적용의 심각성을 설명하고 있다. 이 자리에는 전국에서 올라온 영양교사 40여명과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및 정당관계자 등 총 70여명이 자리했다.     ©김상정

 

전교조 영양특위 소속 교사들을 중심으로 전국의 영양교사들은 지난 해 교육부에 문제상황을 알리고 시정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국회의원들을 만나 신규급식시스템의 문제를 알리고 시스템 중단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 9일, 국회본관에서 민주평화당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갖은데 이어 다양한 정당과의 간담회를 통해 신규급식시스템의 문제를 알리고 유은혜 교육부장관도 직접 만나 급식현장의 목소리를 전할 예정이다. 

 

김현진 전교조 수석부위원장은 교육부의 밀어붙이기식 행정 참사가 올해 급식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라며 신규급식시스템의 적용 강행에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학교는 1일 1식에서 많게는 1일 3식을 하고있으며 학교급식은 학생건강과 직결된다영양뿐만 아니라 알레르기 성분도 제대로 표시되지 않은 신규급식시스템을 급하게 2020년 3월에 밀어붙이려는 의도가 무엇인가라는 말로 신규급식시스템 중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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