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현안 교육, 학생의 삶과 학습이 일치하는 교육으로 가는 길

강성란 기자 | 기사입력 2019/12/18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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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현안 교육, 학생의 삶과 학습이 일치하는 교육으로 가는 길
사회현안교육 원칙 합의를 위한 서울교원 원탁토론회 열려
강성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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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12/18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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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현안교육 원칙 합의를 위한 서울교원 원탁토론회 열려

인헌고 사태로 인해 사회적 논란이 되는 사안을 교실로 들여와 교육적으로 다루는 방식에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사회현안교육에 대한 원칙합의를 위한 자리가 마련됐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17일 서울프레지던트 호텔에서 사회현안교육 원칙합의를 위한 서울교원 원탁 토론회를 열었다. 전교조 서울지부, 서울 실천교육교사모임, 좋은교사운동, 서울 교사노동조합, 한국교원노동조합이 공동 주관한 이번 토론회에는 교원 100여명이 참여해 사회현안 교육에 대한 생각을 나누고 교사들이 지켜야 할 원칙이 있다면 무엇인지를 토론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보수 교원단체인 서울교총은 이날 토론회 주관단체로 참석하지 않았다.

 

사회현안 교육은 필요한가?

이 자리에 참석한 교원 대부분은 사회현안 교육이 필요하다고 봤다.

▲ 사회현안교육과 함께 떠오르는 단어는 무엇일까에 대한 답변들     © 손균자 기자

초등교사들이 중심이 된 4 모둠에서는 동시대 사회구성원인 학생들에게 현안교육은 필요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다만 아이들의 수준에 맞는 수업을 어떻게 할 것인지 초등 저학년까지 현안교육이 바람직한 것인지에 대한 고민과 토론이 이어졌다.

 

통일 교육이나 5·18 등 계기 교육은 이미 제도화된 학년 교육과정에 녹여내 미리 준비하고 학생들의 질문이나 관심에서 촉발된 현안교육까지 가능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노 재팬이 이슈가 됐던 올해 일본 상품을 입는 친구들에게 친일파라고 지적하는 아이들이 있다면 적극 개입 학생들 간 토론을 유도하고 이를 통한 결론을 도출하는 것이 민주시민교육이며 다툼을 중단시키고 이후 비슷한 사안으로 인한 논란을 줄일 수 있는 학급운영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교사, 학생 모두 정치적 존재들인데 중립을 앞세워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생활에서 학생들이 관심을 가지는 영역에서부터 현안교육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었다.

 

선배 시민과 후배 시민으로 토론 이어가야

사회현안교육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이를 통해 짧은 기간 안에 눈에 띄는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 여기는 교사들은 많지 않았다. 중등교원들로 이루어진 7 모둠에서도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정당별 청소년 정책을 놓고 토론 수업을 하고 학생들이 그 결과를 가정으로 가져가 가족과 함께 이야기하는 다른 나라의 사례가 아니고서야 당장 현안 수업 정도로 무엇이 달라질 수 있겠느냐는 의견이 나왔다.

 

반면 현안교육을 장려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 정치 혐오나 정치에 대한 무관심이 쿨함으로 여겨지는 정서를 바꿀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도 이어졌다. 중학생들과 공수처법을 말한다는 것은 먼 일같지만 기후변화, 연예인의 자살, 혐오 발언 등 학생들의 일상 속 현안에서 이야기를 끄집어내고 사실에 근거해 논리적으로 말하는 연습을 할 수 있다는 점 역시 긍정적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극우는 성향이 아닌 폭력임에도 이것을 너무 음지에 둔 것은 아닌지 지금이라도 사회현안 교육을 통해 양지로 끌어내어 더 많은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지난해 지방선거를 마친 뒤 총선 결과와 중앙선관위원회의 자료를 토대로 연동형 비례대표제 등 정치 수업을 했다는 한 사회교사는 선거법 개정안이 최대 이슈로 떠오른 올해에는 이 수업을 피하게 됐다는 말로 어려움을 나타냈다.

 

그럼에도 학생들을 정치적으로 미숙한 존재라는 전제를 두고 가르치려 하는 것이 아니라 동등한 관점에서, 예를 들면 교사는 선배 시민 학생은 후배 시민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해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숨기지 않았다.

 

현안교육을 할 때 교사들에게 필요한 것은?

교사들은 현안교육에 민감한 정서 등을 고려할 때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중등교원들이 모인 8 모둠에서는 수업을 진행하는 교사가 무리하게 결론을 내지 않고 쟁점이 되는 사안에 대해 서로 다른 의견을 충분히 제공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중립의 원칙을 강조하는 의견과 기계적 중립이 아닌, 나와 다른 의견을 존중하는 태도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함께 제시됐다.

 

사회현안은 민주적 의견수렴이 우선되어야 하는 사안과 전문가의 의견과 정보 등 사실이 판단의 근거가 되어야 하는 사안이 있는 만큼 섬세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충분한 배경지식을 가진 안내자 역할, 감정이 아닌 이성을 앞세운 수업 등에 대한 제안도 이어졌다. 난민, 세월호 등은 이성만으로 다루기 힘든 주제라는 의견도 나왔다. 반면 난민 수용률, 다문화 학생 분포, 대한민국 임시정부 요인들도 난민이었다는 점 등 풍부한 데이터로 접근하는 방식이 유리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함께 나왔다.

 

지금 상황에서 현안 수업은 각종 민원 제기를 각오해야 할 수도 있는 만큼 평소에 학생 혹은 학부모와 신뢰를 쌓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제안은 사회현안 교육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목소리였다.

 

사회현안교육 원칙 마련 위한 첫 발 떼다  

두 시간이 넘는 토론을 거친 교사들은 사회현안교육 원칙 합의를 위한 서울교원 원탁토론회 참가자 선언문을 발표했다. 참가자들은 사회현안 교육이 필요한 이유를 다양한 입장을 존중하고 평화적으로 갈등 해결 학생들의 삶과 학습이 일치되는 교육 다수의 의견을 맹목적으로 따르지 않고 비판적 사고력과 문제 해결력을 기르기 위해 사회현안에 대한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는 민주시민 양성 등으로 꼽았다.

▲ 토론 결과를 발표하는 교사들     © 손균자 기자

 

나아가 학교 현장에서 사회현안교육을 할 때 교원이 지켜야 할 원칙으로 다양한 정보와 의견을 공유하고 토론하고 학생 스스로 입장을 정하도록 하되 타인의 인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충분히 안내 민주적 토론을 위한 사전 교육이 필요하고 동등한 토의 기회, 상대의견 존중, 학생들의 표현의 자유 보장 인류 보편적 가치를 교육목적으로 삼아 사회현안교육시 끊임없이 천착하고 지향 일방적 주입, 교화를 지양하고 학생이 스스로 생각해 결론에 도달하도록 중립 유지 혐오표현 등 극단적 의견을 제한해 합리적 논쟁이 진행될 수 있도록 안내 사회적현안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기초로 균형적 시각 제공 교사의 생각 강요하지 않고 다양한 자료 제공을 통해 중립성 유지 등을 정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오늘 토론을 시작으로 학교를 교육적 토론공간으로 만들어 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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