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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가 가진 따뜻한 힘, 아름다운 의미
 
이호재 · 부산 명진초   기사입력  2019/11/26 [15:08]

선생님과 나누고 싶은 노래 <기다려 본 사람들은 안다>

 "이 선생, 노래 하나만 만들어줘!"

 지금으로부터 7년 전인 2012년 어느 날, 재치 있는 입담으로 부산지부 문화행사 사회를 꿰차고 계시던 황기철 선생님으로부터 갑작스런 제안을 하나 받았다. 정년퇴임을 앞두고, 새롭게 시집을 발간한 부산지부의 시인인 노영민 선생님의 시에 곡을 붙여 출판기념회 때 불러달라는 부탁이었다. 그래서 선생님의 귀한 시들을 통째로 PDF파일로 받았다.


 평소 선생님의 삶이 묻어나는 감동적인 시와 호소력 짙은 목소리를 늘 동경해 오던 나로서는 선생님의 시를 먼저 읽어볼 수 있다는 것도 무척 영광스런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렇게 선생님의 시를 한 시간 남짓 숨을 죽이고 읽고 있는데 유독 다음 페이지를 넘길 수 없었던 시가 한편 있었다.

 

생명 활동 - 노영민

코스모스 봉숭아 씨 뿌려본 사람은 안다
낮에 사람 보는 앞에서는 싹이 트지 않는다는 것을
호박꽃 해바라기 꽃 피는 걸 기다려본 사람도 안다
기다리는 눈앞에서는 죽어도 꽃이 피지 않는다는 것을
머리 큰 아이 가르쳐본 사람도 안다
보는 앞에서는 돼지 뒷발축 어긋나듯이 어긋지게 나가도
안 보는 어느 순간 사람노릇 열심히 하고 있다는 것을

 

오늘도 말 안 듣는 아이를 심하게 혼을 내고 집으로 돌려보낸 나를 부끄럽게 만들면서도 따뜻하게 위로해 주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이들과 소소한 배움을 나누는 선생이 놓치지 말아야 하는 마음이 아직 꽃을 피우지 못한 아이들을 따뜻한 눈길로 기다려주는 일인데도, 성급하게 화내고 아이들을 규정짓는 내 자신을 자꾸만 되돌아보게 만드는 시였다.

 

 이 시를 처음 본 순간의 감동을 놓치지 않으려 그날, 밤이 늦도록 수십 번이나 노래를 흥얼거리며 음표를 고치고 또 고치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탄생하게 된 노래가 전교조 참교육 음반 4집 '담쟁이 편지'에 수록된 '기다려 본 사람들은 안다'라는 노래이다. 원래는 '생명 활동'이라는 원제목을 그대로 쓰려고 했으나 다소 관념적이고 사실적인 표현이 노래의 제목으로는 적합하지 않은 듯하여, 지금의 제목으로 바꾸게 되었다.


 아이들과 학기말을 정리해야 하는 지금, 한껏 들떠있는 아이들을 보면 잔소리 할 일도 많고, 내 마음을 알아주지 않아 서운한 감정도 많이 들 것이다. 나는 그럴 때면 정년퇴임을 앞둔 어느 老 교사가 우리에게 남긴 이 편지를 들어보라고 주변에 자주 권하곤 한다. 원래 선생으로 살아간다는 게 그런 것이고, 아이들 또한 다 알고 있다고, 가만히 지친 어깨를 토닥여 주는 것 같아 이 노래를 듣고 있으면, 이상하게 마음이 편안해진다.


 아이들과 함께 나누는 노래 <우리가 부르는 노래>
 "형님이 처음부터 이 공연을 시작했으니 작사를 하셔, 내가 곡을 붙일테니……"
 부산지역에서 매년 개최해 오던 아이들과의 노래잔치 '노래로 그리는 교실' 공연이 10회를 맞이하던 해, 10주년을 기념하는 노래를 만들어보자는 나의 제안에 지금은 제주지부에서 활동하고 있는 강수호 선생이 했던 말이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말로 강수호 선생이 먼저 선수(?)를 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이 노래의 작사를 맡게 되었지만 결과로 본다면 그 때의 판단이 옳았다. 초등학교 1학년부터 6학년까지 많은 아이들에게 이 노래를 가르쳐주었지만, 이 노래를 싫다고 말하는 아이는 아직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노래는 내가 평소 생각해 오던 노래의 힘과 의미에 대해 담고 있다. 1절에서는 즐거움을 주는 노래, 2절에서는 위로가 되는 노래, 3절에서는 희망을 주는 노래, 4절에서는 노래가 우리에게 주는 아름다운 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맨 마지막 부분엔 별도의 멜로디 라인을 만들어 아이들의 고운 노래 속에서 행복하게 살아가고픈 교사의 바람도 함께 담았다.


 '우리가 부르는 노래'도 전교조 전국 노래패 연합 4집 앨범 '담쟁이 편지'에 수록되어 있는데, 그 당시 내가 가르쳤던 4~5학년 노래 동아리 아이들의 목소리로 녹음되어 있다. 아이들이 이 노래를 워낙 좋아하고 즐겨 불렀던 탓에 실제 녹음 시간은 30분도 채 걸리지 않았던 걸로 기억된다.


 2019년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기에, 지난 추억을 떠올리며 노래가 가진 따뜻한 힘과 아름다운 의미에 대해 아이들과 나누고 싶다면 이 노래를 함께 불러보시기를 권해 드리고 싶다.

  
※ 위 두 노래는 유튜브나 음원사이트에서 노래 제목을 검색하면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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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11/26 [15:08]  최종편집: ⓒ 교육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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