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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 나온 ‘수능 점수표’
 
김상정   기사입력  2019/11/21 [17:30]

 

“저도 원래는 좀 행복을 수능 점수표처럼 생각했어요. 

남들이 줄세우는 표를 멍하니 올려다보면서

난 어디쯤인가 난 어디 껴야 되나

올려다보고 또 올려다봐도 답이 없더라구요. 

어차피 답도 없는 거 거기 줄을 서면 뭐해요.

오케이. 그건 니들 기준이고 내 점수는 내가 메기면서 산다 하고 살아요. 

남들 보기에 어떻든 나 보기에만 행복하면 됐죠. 뭐”

 

“동백씨 마음엔 동백씨 꽃밭이 있네

그 수능표 꼭대기 먹고 그 유명한 법대 간 사람인데 

내 꽃밭이 없더라”

 

▲ 드라마 "동백꽃 필무렵]에서 "저도 원래는 좀 행복을 수능 점수표처럼 생각했어요."라고 말하는 카카오TV 화면 캡쳐     ⓒ 카카오TV

 

마지막회를 하루 앞둔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주인공 동백이(공효진)와 변호사역을 맡은 자영이(염혜란)가 동백이가 하는 술집에서 술잔을 기울이며 나눈 대화다. 문재인 대통령의 정시 확대 발언으로 수능 대비 학원가의 주가는 치솟고 있고 지난 14일 대한민국 수험생들은 수학능력시험을 치뤘다.  

 

수능 다음날 누리집에는 ‘수능시험을 본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내용의 기사가 메인을 차지했다. 포털 검색 엔진에 ‘수능 비관 자살’이라고 검색하면 해마다 관련 기사가 나왔다는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이는 안타깝게도 매년 한국 사회에서 반복되고 있는 일이다. 

 

1986년 1월 15일 새벽, 중학교 3학년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 학생이 남긴 유서에는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 난 그 성적 순위라는 올가미에 들어가 그 속에서 허우적거리며 살아가는 삶에 경멸을 느낀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후 유서를 토대로 1989년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라는 영화가 만들어졌고 민중가수 안치환은 학생의 유서를 토대로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라는 노래를 부르고 보급했다. 

 

‘입시과열’로 치달았던 한국 사회, 제자들의 이어지는 죽음의 행렬을 더이상 두고만 볼 수 없었던 교사들에게는 더 큰 충격으로 다가갔다. 1989년 참교육을 열망하는 교사들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을 결성하기에 이른다. 1989년 5월 28일 전교조 결성 선언문에는 “가혹한 입시경쟁 교육에 찌들은 학생들은 길 잃은 어린 양처럼 헤매고 있으며, 학부모는 출세 지향적인 교육으로 인해 자기 자녀만을 생각하는 편협한 가족이기주의를 강요받았다. 이러한 교육모순은 학생들의 올바른 성장을 학부모에게 위임받아 책임져야 할 우리 교직원들로 하여금 교육민주화의 대장정으로 떨쳐 일어서도록 만들었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 지난 18일, 18일 전교조 해직교사 21명은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전교조 법외노조 취소와 해고자 원직복직을 촉구하며 집단 삭발을 했다.     ⓒ 김상정

 

1986년으로부터 33년이 흘렀고, 전교조 결성 1989년으로부터 30년이 흘렀다. 여전히 한국 사회에는 성적을 비관하며 생을 마감하는 학생들이 있고, 참교육을 외치던 교사들의 노동조합인 전교조는 2019년, 현재 법외노조이다. 박근혜 정권의 전교조 탄압에 앞장서 저항했던 교사들은 교단에서 쫒겨났고, 2019년 문재인 정권에서도 여전히 해직교사다. 한국사회에서는 수능 성적을 비관한 수험생들의 자살 뉴스가 끊이질 않고 전교조는 수능을 강화하며 학생들은 다시 또 성적으로 줄세우는 ‘정시 확대’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싸우고 있다. 

 

전교조는 해직 교사들이 중심이 되어 전교조 법외노조 취소와 해고자 원직복직을 촉구하며 삭발과 오체투지를 한 데 이어 20일 정부종합청사 옆 세종로소공원에서 한파를 뚫고 촛불집회를 열었다. 

 

촛불 정권이 줄 거라 여겼던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의 삶을 위한 정책은 날이 갈수록 멀어져만 가고 가난한 이들은 더 가난해지고, 소외된 이들은 더욱 소외되었다. 늘어나는 비정규직과 노동자들의 삶을 더 옥죄는 노동 개악법이 국회에 상정되었다. 이 와중에 학생들을 성적으로 줄세우는 정시 확대 움직임 역시 노골화 되고 있다.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은 가난과 소외와 선입견에서 힘겨운 삶을 살아왔던 이들의 이야기를 따뜻하게 다룬다. 현실이 참담한만큼 드라마가 주는 위로 또한 상당하다. 그러나 드라마는 드라마다. 그래서 드라마가 주는 그 상당한 위로는 비참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대면하게 한다. 

 

때마침 동백이가 언급한 ‘수능 점수표’ 그리고 ‘행복’이란 말.

 

“오케이. 그건 니들 기준이고 내 점수는 내가 매기면서 산다 하고 살아요. 

남들 보기에 어떻든 나 보기에만 행복하면 됐죠. 뭐”

 

지금 우리들의 곁에도 동백이를 지켜주는 용식이와 엄마, 향미, 옹산마을을 지키는 히어로인 옹벤져스가 있나하고 물음표를 찍어본다. 답이 쉽게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그저 씁쓸하다. 

▲ 지난달 28일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열린 전교조를 비롯한 교육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 입시경쟁교육철폐를 위해 싸우는 이들이다. 드라마 따라서 "교육계 어벤져스"라고 이름붙여 보았다.     ⓒ 박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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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11/21 [17:30]  최종편집: ⓒ 교육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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