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권 취소, 근거는 차고 넘친다”

김상정 | 기사입력 2019/10/28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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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권 취소, 근거는 차고 넘친다”
전교조 법외노조 6년을 돌아본다 - ⑤ 직권 취소 망설일 이유없다
김상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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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10/28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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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법외노조 6년을 돌아본다 - ⑤ 직권 취소 망설일 이유없다

고용노동부의 노조 아님통보로 전교조가 법외노조가 된 지 6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전교조는 1024일 오후 4시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노동부 규탄! 법외노조 취소 촉구 교사 결의대회를 열었다. 국정 농단, 촛불, 탄핵, 사법농단,…… 격변의 시대, 적폐 청산의 요구 속에서 전교조는 여전히 법외노조이다. 6년 전 노조 아님통보 공문으로 시작된 전교조 법외노조의 부당성, 직권취소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살핀다. 편집자주.

 

정부는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 해결 방안으로 대법원 판결, 교원노조법 개정 등 우회로를 말하고 있지만 고용노동부(노동부)가 팩스 한 장으로 노조 아님을 통보한 것처럼 직권취소가 가능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법무법인 여는은 정부의 ILO 핵심협약비준안이 국무회의에 의결될 즈음인 지난 9월 전교조에 법외노조 통보처분 직권취소 관련 검토 의견서(의견서)’를 보내왔다. 여기에는 대법원 판례와 ILO 등 국내외 주요기관이 낸 의견을 조목조목 짚어가며 전교조 법외노조 직권취소의 정당성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의견서는 법원에 소송이 진행 중인 경우에도 행정청은 사정변경 등을 이유로 얼마든지 당초 처분을 직권으로 취소할 수 있다. 따라서 대법원에 소송이 계류 중이기 때문에 정부가 직권취소를 할 수 없다는 주장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라고 못 박았다.

 

소송 중에도 직권취소 가능

대법원 951194판결에 따르면 행정행위를 한 처분청은 비록 그 처분 당시에 별다른 하자가 없었고, 또 그 처분 후에 이를 취소할 별도의 법적 근거가 없다 하더라도 원래의 처분을 존속시킬 필요가 없게 된 사정변경이 생겼거나 또는 중대한 공익상의 필요가 발생한 경우에는 그 효력을 상실하게 하는 별개의 행정행위로 이를 취소할 수 있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 전교조 법외노조 직권취소를 6년 째 외치고 있는 전교조 조합원들.     ©손균자 기자

 

 

세월호 참사 관련 단원고 기간제 교사였던 고 김초원 교사의 순직을 인정한 사례는 소송이 진행 중임에도 직권취소를 한 대표적 사례이다. 김초원 교사는 공무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순직 인정을 받지 못했고 유족은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순직 인정요구 소송을 제기하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515일 고 김초원·이지혜 교사의 순직처리를 지시했고 이에 따라 공무원연금공단은 이들에 대한 순직을 인정했다. 그 후 서울행정법원은 소송의 이익이 없다는 이유로 소를 각하했다.

 

 

사법 농단 밝혀져 직권취소당위성 높아

의견서에는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은 다른 사건보다도 직권으로 취소해야 할 사정 변경공익적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청와대가 불법적으로 법외노조 통보처분 취소소송 재판에 개입한 사실이 밝혀졌고, 그 주범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직권남용죄 등으로 구속되어 재판(서울중앙지방법원 2018고합1088)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 건이 지난 정권의 대표적인 국정농단, 사법 적폐였음이 사후적으로 밝혀졌으므로 사법 적폐 청산이라는 공익적 측면에서도 결재 해지 차원에서 정부가 직권으로 취소해야 할 당위성이 있다는 것이다.   

▲ 권영국 변호사(오른쪽 4번째) 등 법률가들은 지난해 6월 기자회견을 열어 대법원의 사법농단을 규탄하고 양승태 전 대법원장 처벌을 촉구했다.     ©전교조

 

 

ILO 87호 협약에서도 확인

전교조가 정부의 시정요구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법외노조 통보를 하여 전교조의 법적 지위를 박탈한 것은 정부가 국무회의 의결을 거친 ILO 협약비준안 가운데 제 87호 위반이다. 여기에는 노동조합은 행정당국에 의하여 해산되거나 활동이 정지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정부가 협약 비준 입장을 빍힌 이상 법외노조 통보처분을 직권으로 취소하여 제87호 협약 위반 상태를 해소하는 것이 논리적으로나 규범적으로나 타당하다는 것이다.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이 ILO 결사의 자유 원칙, 국제 노동기준에 위배 된다는 점은 전 세계적으로도 공인된 사실이다. ILO 320차 이사회는 2014326일 한국 정부의 결사의 자유 위반에 관한 권고를 담은 결사의 자유 위원회(위원회) 371차 보고서를 채택한다.

 

위원회는 이후 2017617일에는 해고 노동자의 조합원 자격을 박탈하는 조항은 자신의 선택에 따라 조직에 가입할 수 있는 권리를 박탈하는 것이므로 결사의 자유 원칙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노조법, 교원노조법, 공무원노조법의 해고자 노조가입 금지 조항 폐지를 문재인 정부에 요청하고 이에 관한 진척사항 역시 보고할 것을 요구했다.

 

 

EU분쟁 해소해야

유럽연합(EU)201974일 한-EU FTA에 따른 전문가패널 소집을 요청하면서 노조법 제2조 제1호가 해고자, 실업자뿐만 아니라 자영 노동자의 결사의 자유를 배제하고 있는 점, 노조법 제2조 제4호 라목이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고 있는 점 등을 구체적으로 지적했다. 의견서에서는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는 이와 직결된 문제임에도 정부 입법안에는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문제에 관한 내용이 누락 된 점을 지적했다.

 

정부가 제출한 ILO 협약비준안이 국회를 통과 하더라도 법외노조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이상 EU와 분쟁은 지속될 수 밖에 없고 통상마찰 해소의 관점에서라도 정부가 법외노조 통보 처분을 직권으로 취소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인권위, 고용노동행정개혁위 직권 취소한 목소리

ILO뿐만 아니라 국내 기관에서도 일관되게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에 대한 직권취소를 촉구한 바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20171218일 제19차 전원위원회를 열어 전교조 사건을 담당하는 대법원 재판부에 전교조에 대한 시정 요구 및 법외노조 통보처분이 법률의 근거 없이 오로지 노조법시행령 제9조 제2항에 근거한 것이 위법하다고 의견표명 했다.

▲ 토론에서 노동계의 목소리를 들은 드 메이어 자문위원은 한번 더 ILO 핵심협약 선 비준을 강조했다.     ©박근희

 

 

고용노동부 산하의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도 2018731일 고용노동부장관에게 노조법 시행령 제9조 제2(노조 아님 통보 제도)를 폐지하고 이 사건 법외노조 통보 문제를 즉시 직권으로 취소하여 해결하도록 권고했다. 법외노조통보 처분의 정당성과 토대가 상실되었다는 점을 다름 아닌 고용노동부 산하 기관이 확인해 준 것이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도 법외노조 통보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노사관계제도·관행개선위원회의 공익위원들은 2019415‘ILO 기본협약 비준을 위한 노사관계제도·관행 개선 방향에 관한 공익위원 입장을 밝혔고, 이것이 이번 정부 입법안의 토대가 되었다. 공익위원안은 교원으로 임용되어 근무하다가 퇴직한 자의 조합원 자격은 노동조합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법외노조 통보의 근거조항인 노조법 시행령 제9조 제2항을 삭제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 입법안에는 유독 노조법 시행령 제9조 제2항 삭제에 관한 내용만 누락 되어 있다. 

 

전국의 시도교육감들도 지난해 622일 전교조의 법적 지위 회복이 곧 교육적폐 청산이라면서 교육부와 노동부에 해결을 촉구했고 823, 이 문제가 사법 농단의 결과물이라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는 것을 지적하며 전교조 법외노조 즉시 취소를 촉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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