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보도 > 종합보도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엄마, 왜 한글날인데 어른들이 못하게 해요?
573돌 한글날, 광화문 광장에서 벌어진 사상 초유 사태
 
김상정   기사입력  2019/10/11 [16:17]

573돌 한글날을 맞이하여 세종대왕을 만나러 광화문 광장으로 갔다. 한글날 가족단위로 광화문 광장 세종대왕상을 찾은 이들은 매년 많았다. 뉴스를 통해 전해오는 201910, 광화문에서 있는 집회 소식. 설마하니 한글날 행사까지 못하겠어라고 생각했다. 큰 오산이었다. 한글날, 행사가 도중에 중단되는 사상초유의 사태를 느닷없이 목격했다. 역사적인 사건을 기록해야 겠다는 마음으로 뒤늦게 한글날 광화문 광장에서 일어난 일을 꺼내놓는다. 

 

▲ 2019년 10월 9일 오전 11시 22분 광화문 광장 입구     © 김상정

 

광화문 광장에서는 오전부터 문화체육관광부 주관의 한글날 기념식 행사인 '한글문화큰잔치'가 광화문 북측과 남측 광장에서 열렸고 서울시와 한글문화연대가 함께 주최하는 ‘한글날 시민 꽃 바치기' 행사도 있었다. 오전 11시경 광화문 도착하니 태극기는 물론이고 성조기를 든 인파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2016년 촛불 때부터 익숙한 광경이라 놀랍지는 않았다. 바뀐 것은 크게 세가지였다. ‘퇴진하라앞에 붙은 대통령 이름과 깃발 그리고 집회 참가자들의 연령대가 눈에 띄게 차이가 났다.

 

▲ 2019년 10월 9일 오전 11시 24분 광화문 광장     © 김상정

  

인파를 뚫고 세종대왕상 앞에 도착했다. 어마무시한 집회 음향이 광장을 압도했다. 한국의 음향 기술이 경이로울 정도였다. 서울시와 한글문화연대가 주최하는 '한글날 시민 꽃 바치기' 무대 옆에 서 있었으나 그 음향에서 나온 소리는 애를 쓰고 귀를 기울여야 겨우 들을 수 있었다. 행사 참가자들이 앉아 있도록 준비해 놓은 의자에는 이미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70대 전후 쯤으로 보이는 시민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국기를 흔드는 것도 저 멀리 들려오는 무대 위 음악에 맞춰 흔들었다. 세종대왕상 아래에 있는 세종이야기 전시관 출입구도 집회참가자들이 미리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 어른들 틈을 비집고 겨우 안전한 곳에 일행들을 두고 다시 한글문화연대 행사장으로 갔다.

  

행사는 11시 반에 시작하여 1210분 경에 마무리될 예정이었다. 한글날 기념으로 표어 등을 멋지게 쓴 학생들에게 상을 줬다. 표어를 분명 얘기했는데 잘 들리지 않았다. 수상자들의 소감도 생략됐다. 차분히 그 이야기를 들을 수 없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매우 열악한 음향으로 겨우 행사가 진행되었다. 

 

▲ 2019년 10월 9일 오전 11시 57분, 광화문 광장 세종대왕상 앞 한글문화큰잔치가 열린 무대위에서 시상식에서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대표와 수상자들이 함께 기념 사진을 찍었다.     © 김상정

 

12시경 슈퍼스타라는 노래를 부른 가수인 불독맨션의 이한철 씨의 노래 공연 중 행사가 갑자기 중단됐다. 40분 정도 진행된 행사가 도중에 음향이 갑자기 끊기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결국 주최 측은 행사중단을 선언하고 행사장을 급히 마무리했다. 그렇게 2019109일 한글날 큰 잔치는 음향 사정으로 중단됐다. 오후 행사도 물론 진행하지 못했다.

 

▲ 2019년 10월 9일 12시 8분 현재 광화문 세종대왕상 앞. 정인환 한글문화연대 사무국장이 사회자와 가수 이한철씨에게 더이상 행사를 진행할 수 없는 상황임을 수신호로 알리고 있다.    ©김상정

 

이후 주최 측인 한글문화연대 관계자에게 어찌 된 일인지를 문의해봤다. 우선 이렇게 한글날 행사가 중단된 적은 지금껏 단 한 번도 없었다는 것을 확인했다. 대한민국에서 한글날이 생긴 이후, 기념행사가 중단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한 것이다. 그것도 민주주의의 상징인 광화문 촛불광장에서 1년에 하루인 한글날이라는 국경일에 말이다. 행사 도중 전원공급이 갑자기 끊기면서 음향이 완전히 나가버렸다. 주최 측은 음향이 끊긴 원인은 인파가 몰리면서 전원공급단자함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보고 있다. 보조전력을 쓸 수 있도록 준비해놨으나 그것마저도 접근 불가였다고 한다. 결국 행사는 계속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대회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 무대 바로 옆 부스에서 열심히 활동을 펼치고 있는 고등학생 참가자. 2019년 10월 9일 오전 11시 55분 광화문 세종대왕상 인근 한글문화연대 부스     ©김상정

  

  무대를 중심으로 양 옆에 마련된 20여 개의 한글체험 부스도 험난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한글을 빛낸 여성이야기를 전시했던 부스는 사람들이 밀면서 전시품을 훼손했고 집회하는데 걸리적거린다면 협박하는 행동을 취하는 집회참가자들도 있었다. 물론 한글 체험을 하러 왔던 학생들과 시민들은 부스에 접근하는 것조차 불가한 상황이었다.

 

▲ 573돌 한글 날 세종대왕상 앞에서 노란 셔츠를 입고 플룻 공연을 하고 있는 한 시민 2019년 10월 9일 12시 17분     © 김상정

  

1210분 경, '한글날 시민 꽃 바치기 행사'가 중단되고 아수라장이 되었던 세종대왕상 앞 설치 무대 위에서 노란티셔츠를 입은 한 시민이 올라 플롯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티셔츠 뒤에 위로, 격려, 배려, 감사 실천합시다라는 글씨가 적혀 있었다. 물론 마이크도 없이 하는 공연에서 플롯 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그럼에도 공연을 계속하자 성조기와 태극기를 든 이들이 하지 말라며 무대에서 내려오라고 소리를 질렀다. 아이들의 손을 잡고 그 광경을 안타깝게 바라보던 한 시민이 왜 하지 못하게 하느냐고, 한글날 기념인데” 라고 하자 저거 박원순이 하는 거니까 안된다며 당장 무대에서 내려오라고 소리쳤다. 무대 위 공연자는 눈물을 흘리며 공연을 계속 이어갔다. 노란 티셔츠가 빨간 깃발과 성조기를 들고 있는 광화문 집회 참가자들의 심기를 건드린 것으로 보인다. 그 사람이 누군지는 모른다. 그 분은 한글날을 맞이하여 아침부터 세종대왕상 앞에서 버스킹을 했던 이라고 했다.

 

초등학생들 손을 잡고 겨우 무대 뒤로 빠져나오니 한글문화연대 부스에서 중고등학생 10여 명이 장미꽃을 나눠줬다. 그 꽃을 받아든 아이들과 시민들은 장미꽃을 받아서 한글 사랑해라는 큰 글자 위에 난 작은 구멍에 한 송이 한 송이 장미꽃을 꽂아 넣었다. 그게 한글날 광화문 광장에서 그나마 할 수 있었던 일이었다. 세종대왕상을 벗어나자 광활한 광장이 텅 비어 있었다. 유독 세종대왕상 인근에만 그렇게 사람들이 많이 몰려 있었다는 것을 그 곳을 벗어나고서야 알았다. 많은 집회 인파 탓에 어쩔 수 없이 아수라장이 된 상황도 아니었던 것이다. 허탈감이 밀려오는 건 순식간이었다.

 

 

▲ 2019년 10월 9일 12시 28분 광화문쪽에서 바라본 광화문 광장, 세종대왕상을 벗어나니 광장히 텅 비어 있다.     © 김상정

 

한글문화연대는 한글날을 공휴일로 만드는 데 앞장서서 활동해 온 단체이기도 하고 결성된 2000년부터 줄곧 한글날 행사를 하면서 학생들과 시민들을 만나왔다. 이 단체에게 한글날 행사는 연중 가장 큰 행사다. 109일 한글날 행사를 위해 많은 사람들이 시간과 노력, 그리고 예산을 모아 준비를 해왔고 매년 약속처럼 '한글날 시민 꽃 바치기' 행사를 열고 있다.

 

다음날인 10, 15살 한 중학생이 국경일 집회를 허가하지 마십시오라는 청원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렸다.(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583027) 이 학생은 한글날은 지난 9일 제 573돌 한글날을 맞아 이를 기념하기 위해 광화문 광장에서 친구들과 함께 한글단체티를 입고 한글관련 책자를 나눠주고 있었다가 한 집회 참가자로부터 질문을 받았다.

 

지금 이거(한글날 기념식) 집회 반대하는 단체에요?’

아니요, 한글날 기념하러 모인 겁니다.’

반대하러 나온 거 맞네, .’

 

그는 문체부 관계자들과 한글문화연대가 1년 내내 준비한 한글날 행사는 이렇게 허무하게 마무리되어 버렸다라며 태극기를 상징으로 하는 그들 때문에, 저희는 내 나라 내 글자를 기념하며 태극기조차 흔들지 못했습니다.”라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한글 날 활동을 하려했던 친구들과 세종대왕 상을 바라보며 입을 모아 말했다고 한다.

 

세종대왕님이 하늘에서 펑펑 울고 계실 거라고.”

 

1990년 한글날이 법정공휴일이 아닌 기념일로 바꾸었다. 다음 해인 1991년 국경일로 재지정하는 시위가 일어났다. 이후 한글학회와 한글문화연대 등의 단체들의 노력 끝에 2005128일 국회본회의에서 한글날 국경일 지정 법안이 통과되어 2006년부터는 국경일이 되었다. 이후 2012년 한글날이 공휴일로 재지정되어 2013년부터 공휴일이 되었다. 2019109일 한글날 광화문 광장에는 유독 한자가 적혀 있었던 깃발이 성조기와 함께 많이도 휘날렸다.

  

▲ 2019년 10월 9일 12시 19분, 573돌 한글날 잔치의 행사명은 '한글 세상을 열다'였다.     © 김상정

  

정인환 한글문화연대 사무국장은 “1년간 한글날 시민들을 만나기 위해 많은 준비를 했다. 준비한 상품픔도 많았고 홍보물도 많았는데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한글 날 행사는 아주 오랫동안 해왔던 행사다. 그 옆에 집회를 허가해 주면 어떤 상황이 전개될지 예견할 수 있는 일 아니냐.”라며 집회 허가를 해준 당국에게도 책임이 있다.”라며 "이런 피해는 누가 보상해주느냐보상청구할 데도 없다."고 말하며 혀를 찼다. 

 

"엄마 왜 한글날인데 어른들이 (행사를) 못하게 해요?"

 

근 한시간여 동안 한글날 행사가 중단되는 이 모든 광경을 지켜 본 초등학생이 던진 물음이다. 이에 대한 답은 우리 사회가 해야 할 몫이다.

 

 

▲ '한글 사랑해'라는 글자에 573돌 한글날 기념 시민꽃바치기를 하고 있는 초등학생들, 내년 한글날에도 올해와 같을까?     © 김상정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19/10/11 [16:17]  최종편집: ⓒ 교육희망
 
이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의견쓰기 전체의견보기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제 목
내 용
573돌 한글날, 행사 중단, 광화문 광장, 사상 초유 관련기사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