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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싶은 마음만 있으면 OK!
전문적 학습공동체, 수업과 힐링 두 마리 토끼 사냥
 
나지인 · 부산 구포초   기사입력  2019/10/02 [08:10]

'손그림 교실그림'이라는 이름 아래 펜과 종이를 들고 모였다. '전문적학습공동체' 프로그램(부산시교육청에서 운영하는 교사자율연수 모임)에 지원하여 교사 드로잉 모임을 꾸린 지 일 년 반째다. 모임은 학기 단위로 운영되니 이번 모임은 벌써 3기가 된다.


 혼자서 그림을 끄적거리다가 같이 그려 보면 어떨까 하는 마음에 사람들을 모았다. 매년 수채화 전시를 하는 수채화의 달인부터 나중에 늙어서 할 취미가 필요해서 왔다는 노후대비형, '그림 공포증'을 치료하러 온 야심가까지, 여러 선생님이 모였다.

▲같은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참 좋다     ©나지인

 

 '드로잉'이라고 하면 뭔가 대단한 것을 그려야만 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각자 가져온 종이와 펜으로 뭐든지 그리면 된다. 교실에 있는 물건들, 여행 다녀온 곳의 풍경들, 좋아하는 연예인 얼굴, 반 아이들의 모습 등 일상 속의 모든 것이 그림의 소재가 될 수 있다. 각자 마음이 끌리는 것을 골라 마음대로 그리는 시간이다.


 처음에는 무엇을 그릴지, 어떻게 그릴지 막막했던 선생님도 입술을 다물고 그림을 그리는 다른 이의 모습을 본다. 어깨너머 조금씩 그림이 완성되어 가는 과정을 보면서 뭐라도 해야만 할 것 같아 용기 내어 선을 하나 그어본다. 종이 위에 그어진 삐뚤빼뚤한 선 하나에도 어김없이 쏟아지는 무한 칭찬! 이 분위기 속에서 안 그리고는 못 배긴다.


 거기에 그리고 싶은 마음을 절로 북돋는 따뜻한 차와 음악, 반 아이들 이야기로부터 시작되어 맛집, 건강식품, 패션을 넘나드는 수다까지 더해지면 자기도 모르는 새 무엇이든 그리고 있는 나를 만나게 된다. 소소하지만 의미 있는 시간이 쌓이고 나의 작품들도 늘어간다.


 평소 아이들과 웃고 울고 뒹굴며 각종 문서 속에서 업무 처리하기에 바쁜 전쟁터 같은 일터가 '그림을 그리는 근사한 카페'로 변신하는 것도 참 좋다. 굳이 멀리까지 나가서 찾지 않아도 내 직장 동료들이 취미를 함께하는 '그림 친구'들이 되니 얼마나 편하고 경제적인가. 새로운 것을 시작하고 싶은 마음은 있으나 낯선 곳에 선뜻 들어설 용기가 나지 않는 사람들에겐 딱 맞다.

 

 지난 학기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다행복학교를 이끄느라 고생하는 '업무지원팀' 식구들의 모습을 한 사람씩 맡아 그려 선물했다.


 초상화를 그리기 위해서 모델의 구석구석을 열심히 뜯어보고 또 봤다. 작은 주름, 가르마의 방향, 눈동자의 크기, 콧구멍의 비대칭까지. 찬찬히 공들여 바라본 애정 어린 시간을 한 장의 그림에 담았다. 잘 그리고 못 그리고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리는 동안 가졌던 소중한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어서 참 좋았다.


 가끔은 갑갑한 교실을 벗어나 전시회를 구경하거나 야외 드로잉을 하러 가기도 한다. 울타리를 벗어나도 교사는 교사인 법. 비엔날레 전시장을 가득 채운 설치미술 앞에서는 미술 수업을 구상하고, 야외 스케치 장소에서는 체험 학습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 비오는 날. 수채화의 달인 오정욱 선생님

 

 이 모임이 길게 이어질 수 있었던 건 선생님들 각자가 찾은 '이곳이 좋은 이유'때문이다. 내 주변을 바라볼 때 조금 더 사랑이 담긴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어서 그림이 좋아졌다고 한다.


 수업 시간에 아이들과 함께 세밀화를 그려 볼 용기도 생겼다고 한다. 그냥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이 시간이 참 좋다고 한다.


 바쁜 와중에 꾸준히 무언가를 할 수 있어서 좋다고 한다. 그런 '좋은 이유' 때문에 펜과 종이와 무엇이든 그리고 싶은 마음만 있으면 어떻게든 그리게 되는 마법이 오늘도 어김없이 펼쳐진다. 누구든지 '손그림 교실그림' 모임에 오면 그 마법을 경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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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10/02 [08:10]  최종편집: ⓒ 교육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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